기차는 밤에도 달린다

[이수호의 잠행詩간](94)

밤기차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날
바람도 마른 먼지 날리며
기차보다 더 멀고 아득한 곳으로
함께 내닫는
겨울 초입
이글거리던 지난 여름날
네가 내 손목에 걸어준
묵주
그 율무 알 같은 검붉은
창밖의 시간이 간다

고여 있는 풍경이
흔들리고 있다
한숨소리, 주르르 흐르는 눈물
소리 없는 소리
아픔을 몰래 감추는
늘어진 인대의 외마디
검은 창에 어리는 찡그린 얼굴
황급히 고쳐보지만
빨리 달리는 기차의 시간은
창밖에 있고
어느새 또 눈물은 말라
소금길 하얗게
얼굴을 가로지르고 있다

* 겨울이 되면, 날씨가 추워지면, 풍경은 창으로 분리된다. 다른 시간이 흐르는 안과 밖, 용산도 쌍차도 시간의 은폐를 강요받으며 겨울을 맞는다. 바람은 더 거세게, 빨리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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