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게도 '권리로서 일자리'를

[연속기고](4) 동정과 시혜가 아니다

올해 가을이었다. 갑자기 일본에서 노숙생활을 한지 7년쯤 되는 여성 노숙인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얘기를 지인으로부터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영등포로 달려갔다. 약 1주일간 서울에 머무는 동안 일본에서의 노숙생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얘기하는 시간이 있어서 듣게 되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노숙생활을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였다.

선택과 용기라는 말을 듣고 과연 우리나라에서라면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딱 10초 동안 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택도 없다’였다. 여기서 말하는 선택이라는 말에는 일본은 노숙인에 대한 정책이나 보호가 우리나라보다 잘 되어 있어서 가능하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전혀 아니다.

노숙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쉽게 인정받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삶의 최종 나락이 되는 길이라는 걸 배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 노숙을 하게 되는 데는 다양한 배경이 있는 만큼, 비록 노숙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 많은 인간의 권리 중에서 가장 인정받아야 할 첫 번째 것은 ‘일할 수 있는 권리’이며 이것은 생존의 문제와 가장 밀접한 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노숙인 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일자리에 노출되어 있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만큼의 임금은 더더욱 받지 못하고 있다.

특별히 서울시가 시행한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 및 ‘자활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시행한 것으로서 참여자의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근로현장에서의 차별문제와 노숙인의 특수성을 파악하지 못한 막무가내기식 일자리였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참여자의 중도탈락이나 포기 비율이 52%라는 통계가 잘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일자리 갖기 사업 진행도중 참여가 제한된 노숙인들의 노동수요를 보강하고자 ‘특별자활사업’으로 채워졌으나 월 391,000원의 임금을 수요증가의 이유로 309,000으로 삭감하기까지 했다. 이러한 급여는 노동일수를 줄여 급여가 줄어든 것이라고 할지라도 쉼터, 쪽방, 고시원등의 주거시설 입소자의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급여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건강 등의 이유로 급여가 낮은 ‘근로유지형’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데 작년부터는 이 지침을 변경하여 월 9만원 상당의 ‘자활장려금’을 삭감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정부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근로를 하고자하는 사람의 근로의욕까지 상실케 하는 처사이며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노숙인들의 등을 떠밀어 결국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게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일당 2만원짜리 서울시 녹지사업소의 근로계약서. 서울시 일자리 사업은 저임금, 불안정 노동으로 점철되어 있다

글을 쓰면서 ‘노숙인의 노동권보장’ 이라는 주제로 쓴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제는 우리사회의 노동에 관한 의식수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지금의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도 노동권을 탄압 받고 있고, 우리나라 최대 노동자 조직인 양대 노총 또한 노동자 권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싯점인데 어디에다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노동권을 이야기 하고 설득 시켜나갈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차라리 우리사회 전반적인 노동의식을 먼저 인식하고 나서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대부분 많은 노숙인이 자활을 하기위해 일자리에 관심이 많고 일을 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최저 임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임금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고 있다. 동자동 쪽방촌에 살고 있는 이 모씨의 경우 사업실패로 노숙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돈을 모아 노숙생활에서 벗어나 보려고 열심히 노력해보았지만 대부분의 일자리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에도 모자라는 임금이며, 한 달 일해서 겨우 30여 만 원을 받는다. 그나마 이러한 일도 대기자가 워낙 많아 한 두 달 하면 끊기는 처지이다.

모든 국민은 노동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당연히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는 노동조건이 불리하면 노동자로서의 단체행동권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노숙인들 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여전히 ‘안정된일자리’는 노숙인 들에게 요원한 ‘소망’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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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노숙인 , 선택 ,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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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경(동자동사랑방, 한울타리회)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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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일

    노숙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노숙인 일자리를 년도별 사업이 아닌 상시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제도 서울시 일용인부들 사이에선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특별자활사업은 쉼터는 309천원이지만, 상담보호센터 이용자는 391천원입니다. 특별자활사업은 거리생활자의 임시(불완전)주거 비용이라도 마련하기 위한 사업임을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로 드신 공원 반일제는 올해 2만원/일에 2천원의 실비 인상을 하였습니다. 계약서가 작년 것이 아닌가 싶네요. 많은 분들의 임금대가 저임금에 편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의 임금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자리로만 따지만 월 100만원을 넘어가는 분이 1/3쯤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공원도 전일제로 근무하게 되는 경우엔 실급여가 140만원 정도 됩니다. 일자리 갖기 사업의 탈락율이 52%라고 하셨는 데, 그 이유의 대부분이 음주 및 무단결근이었다는 점도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도 처음에 탈락율이 너무 높아서 중도 포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긍정답변과 부정답변을 섞어서 질문한 결과 얻은 내용입니다. 절차에 따라 정보공개를 요청하시면 당시 설문지와 답변에 대한 메타 데이터를 공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고임금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자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잊지 않고 늘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저희로서도 고임금 일자리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을 조금만 이해해 주시면 안될런지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는 표현은 다소 꺼림칙합니다. 저희가 예산의 문제로 충분한 (시간적인) 근로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나, 최저임금법이 정한 임금단가는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으며, 주휴, 연차유급휴가도 저희 힘이 미치는 범위에선 꼭 관철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이 짧아 생기는 저임금이 되는 것을 고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또 드리면서, 고마운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서울시 복지국 자활지원과 노숙인 자활사업 담당자>

  • 김재민

    네! 저또한 노숙생활에서 벗어나 지금은 임대아파트에 살고있는 장애3급3자녀(이번새해에 4째봄)처와 살고있는 활동가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노숙인들이 거리가아닌 따뜻한 보금자리를 찿았으면 하는바램이구요..
    재가 따뜻한 방에서 자려니 마음한구석이 쓰라려오네요..
    꼭! 거리의 노숙인 일자리없는 분들을 위해서 저는 투쟁!으로서 보답하고 십네요! 모두힘네시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