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명의도용 범죄 피해 해결하라

[연속기고](6) 넷 중 하나는 명의도용 범죄에 시달리는 노숙인

서울시는 올 해 상반기부터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명의도용 사전 예방 대책을 구상해왔는데, 서울시 내 노숙인, 부랑인, 쪽방 주민에게 서면 동의를 받아 신용정보업체를 통해 ‘대출 불가자’로 등록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자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당사자가 철회요청을 하면 철회하되,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인지 수사’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울시는 대출 불가자로 등록되면 명의도용이 예방될 것이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고, 또 철회를 해 주기 때문에 인권적 차원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서울시의 생각과는 달리 지난 9월 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 서울시의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문하였다. 국가인권위의 결정과 같이 서울시의 명의도용 사전 예방 대책은 시종 홈리스에 대한 반인권적 처사로 일관되어 있다. 우선 정보 수집의 대상을 현재 사회적으로 낙인이 심한 ‘노숙인, 부랑인, 쪽방주민’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유엔과 OECD같은 국제기구도 “임의적인 차별을 유발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서울시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정보 폐기 단계에서의 문제점 또한 심각하다. 정보 삭제 요청 시 자활에 못 미치는 이들에 대해 경찰에 ‘인지 수사’를 요청한다고 하는데 이미 경찰이 노숙인을 예비범죄자로 충분히 ‘인지’하고 거칠 것 없이 활보하는 현실에서 그 부작용은 실로 거대할 것이다.

  인권위는 서울시 명의도용 예방사업에 대한 사실상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위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보도자료.

물론 노숙인 등 빈곤계층의 명의도용 문제는 심각하다. 2006년 당시 실태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노숙생활자 넷 중 한 명은 명의도용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의도용 범죄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그 숫자는 계속 누적되고, 날로 그 수법은 정교해 지고 있다. 대포차로 인해 수급자 선정에 걸림돌이 되거나 수많은 세금, 2차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부동산 명의신탁으로 인해 세금은 물론 수급권을 포함 복지혜택에서 제외되고, 바지사장(허위사업자)으로 인해 세금 폭탄을 맞기도 한다.

명의도용 범죄로 인한 피해는 단지 세금, 채무와 같은 금전적인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공모 혐의가 성립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고소로 인해 벌금은 물론 인신구속과 같은 형사처벌 또한 병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서울시의 인식과 같이 이러한 범죄를 막는 일은 너무도 시급하다.

  한 명의도용 피해자의 체납사실증명원. 숙식 제공의 대가로 속칭 ‘바지사장’으로 명의를 도용당해 세금 체납 피해만 1억 4천 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책은 일부 명의도용 범죄는 예방할지언정 엄청난 낙인과 그에 따른 이차 삼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최악수인 것으로, 홈리스에 대한 사회 경제적 사망선고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최근 서울시는 비공개 회의석상을 통해 이 사업을 추진할 의도를 비추고 있다. 물론, 사업의 일부 수정은 가할 수 있을 것이나 그 기본 방향이 노숙인, 쪽방주민과 같은 특정 상태에 처한 이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 그리고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출 불가자’란 코드를 생성할 경우 이들에 대한 낙인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홈리스에 대한 명의도용 예방책은 홈리스를 특정 하는 것이 아닌, 명의도용 범죄의 발생 구조에 작용하는 것이어야 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 최근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 국민의 7.3%가 명의도용 범죄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의 공동 작업을 통해 명의도용에 취약한 각종 제도, 법률에 대한 정비를 실시하고, 명의도용에 미끼가 되고 있는 생계, 주거, 일자리에 대한 사회정책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노숙생활자를 특정 표적으로 삼는 범죄 집단에 대한 별도 대책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주요 노숙지에 대한 ‘치안+법률구조’ 서비스를 갖춘 명의도용 전담 해결 기구를 설치하고, 이미 피해를 받은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파산제도로서 포괄하지 못하는 체납세금 결손 등 해결대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 명의도용 예방 사업에 대한 당사자들의 의견은?

2009년 가을학기, 주말배움터 참여자들의 의견 중 발췌

- “대포차, 쉽게 말하자면 바지사장 내세워 사업자 등록 내는 거 있는데 홈리스 말고 전 국민의 문제라고 본다. 신자유주의 때문에 더 어려운 사람이 느는 것 같다. 그런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마에다 낙인찍는 거다. 인권을 떠나서 인간이하의 대책이라 본다.”

- “신청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여러 사람이 있는데 기관에서 하라고 그러면 할 수 밖에 없다. 밥도 얻어먹고 잠도 자야 하니까 그렇다. 물론 안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 서울시에서 이거를 한다면 경쟁적으로 기관과 쉼터가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한다. 기관 입장에서는 예산 문제 이런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

- “명의도용을 예방하기 위한 상담도 있고 교육도 있는데 그런 것을 하는 기관이 없는 거 같다. 그런 것을 통해 예방조치가 조금이라도 되면 좋을 듯 싶다. 춥고 배고프면 명의도용을 당한다. 바보 아니더라도 노숙을 오래했던 사람은 안 하는 데 갑자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하게 된다”

서울시는 명의도용 피해자에게 불량정보란 족쇄까지 채우려는 명의도용 예방사업을 즉각 폐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 또한 각 부처와 협력하여 명의도용 범죄 예방 및 해결대책 마련을 위한 물꼬를 즉각 터야 할 것이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열립니다.

덧붙이는 말

이동현 님은 홈리스행동(준)에서 상임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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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 노숙인 , 명의도용 , 해결 ,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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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일

    명의도용 사전예방 사업 규탄 기자회견 때 이동현 선생님께선 "몇 명 되지도 않는 명의도용 피해자 때문에 노숙인들을 대출불가자로 등록하는 것은 과잉금지이다"라고 하지 않으셨는지요? 이제와선 4명의 1명이다고 하시니 혼란스럽네요. 제가 그 자료를 인용했을 땐, 검증되지 않은 자료라고 반박하셨던 것 같은 데 제 기억이 잘못되었는지요?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이 상임 활동가 한 명(이동현 선생)인 단체가 쓴 의견서와 대동소이하다는 이야기는 왜 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스트리히트 의정서나 유엔 인권협약 일반논평은 거론되었으나, 우리나라 실정법인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고려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없네요. 명의도용 예방 시스템 구축을 하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Security Freeze 서비스를 같이 시행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왜 빼셨나요? 그러면서도 족쇄 운운하는 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 아닐까 싶은데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명의도용 예방 시스템 구축 안 합니다. 비공개 회의석상에서도 한다는 이야기 안 했습니다. 전해들은 이야기를 확인하지도 않고 퍼뜨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말 곤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 대한 구제는 이루어져야 하겠기에, 피해자 구제 방안은 추진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방안에 대해서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것도 하지 말까요? '치안+법률구조'를 가진 전담기구가 정말로 노숙인들의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노숙인들의 경찰에 대한 기피증은 차치하고라도, A형이나 B형 수배자들을 보고도 치안권한을 가진 경찰력이 멍하니 보고만 있을 것 같습니까? 가난한 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하시는 점은 높이 삽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표현은 그리고 편의적으로 부분 발췌해서 사실을 왜곡하는 일은 삼가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대척점에 서 있는 사업의 대부분이 저의 업무인 관계로 앞으로는 에둘러 서울시라고 표현하지 마시고, 콕 집어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덕분에 자활하지요, 뭐. 뭘 해도 잘못했다는 데 왜 미쳤다고 새로운 자활방안을 찾아 머리 쥐어 뜯겠습니까? 자활해서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철밥통하고 말지요. <서울시 복지국 자활지원과 노숙인 자활사업 담당 공무원>

  • 이동현

    ["몇 명 되지도 않는 명의도용 피해자 때문에 노숙인들을 대출불가자로 등록하는 것은 과잉금지이다"라고 하지 않으셨는지요? 이제와선 4명의 1명이다고 하시니 혼란스럽네요. 제가 그 자료를 인용했을 땐, 검증되지 않은 자료라고 반박하셨던 것 같은 데] 기억을 거꾸로 하고 계시네요. 노숙생활자의 25%가 명의도용을 당했다는 두 가지 통계(신복위, 본단체 등 자체조사)자료는 제가 기재일씨에게 드렸습니다. 해서, 기재일씨는 본인이 운영하는 카페에도 게시했죠. 자료를 제공하고 명의도용률이 높다는 점을 제가 누누히 강조해 왔던 터에 제가 그 자료를 스스로 부인하고, 이제와서 1/4이라고 한다 하시면 참 난감합니다. 또한 명의도용 피해자가 몇 명 되지도 않는다고 말한 적(1/4이 몇 명 되지도 않는다 표현할 만큼 적은 수는 아니지요)도 없습니다. 맥락으로 보건데 제가 서울시에서 추진하려던 예방사업이 원천봉쇄의 오류를 갖고 있음을 지적한 것을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단체가 상임활동가 저 한 명인 것은 맞습니다. 저희 단체 대표께서는 훌륭한 정권 만나 서울구치소에서 안식년 중이시다 보니 그리됐는데요, 인권위 권고문을 설마 제가 쓰고 인권위에서 도장 찍어 냈을까요? 제가 그런 영향력이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의 인신공격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기재일씨는 밝히신대로 서울시 공무원입니다. 기재일씨가 창안한 정책이라하더라도 그건 서울시 정책이지 기재일씨의 정책이 아님을 인지하시기 바랍니다. 공무원 개개인의 이름을 걸고 아무개가 문제다 식으로 제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기재일

    그럼 명의도용 사전예방 사업 규탄 기자회견을 옆에서 지켜본 제 기억이 잘못되었나 보네요. 저는 "몇 명 되지도 않는 명의도용 피해자 피해자 때문에 노숙인들을 대출불가자로 등록하는 것은 과잉금지이다"라는 말을 듣고, '왜 저렇게 말씀하실까?'라는 의구심을 강하게 가졌었거든요. 신복위의 자료는 이동현 선생님한테 받았습니다. 그리고 늘 피해가 크다고 말씀하셨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당일 뒤집어 말씀하시기에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글은 원위치로 가시니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인권위 결정문 관련해서는 이동현 선생님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문과 기자회견문의 논거와 논리전개 방식이 아주 흡사하다는 것이지요. 즉, 인권의 문제에 있어서 이동현 선생님의 탁월한 식견을 보인 예(?)라 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제가 하더라도 서울시의 정책이라는 점은 공감합니다. 그러나 공무원 개개인이 오죽하면 이름을 걸고 문제제기를 할까요? 공무원은 일반직장보다 강한 직업윤리를 요구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그 높은 인권의식으로 공무원도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면 안될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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