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 본 학생, “색안경 끼고 보게 될까 두렵다”

[교육희망] 진정 알고 싶었던 건 알 수 없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2년 총 11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들의 교원단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중 3때이다. 죄송하지만, 성함이 기억나지 않아 찾아 볼 수는 없었지만 수학선생님께서 늘 가지고 다니시던 물컵에 '참교육'이 써진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전교조가 아니셨을까 추측해본다.

  전교조는 조전혁 의원을 상대로 5천여 명의 소송 청구인단을 모아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출처: 교육희망 유영민 기자]
일제고사를 보는 날엔 검은 양복을 입고 나오셨는데, 그날 아침 뉴스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서 수학선생님이 검은 양복을 입고 출근하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전교조 말고도 교총 등 교원단체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년 한해 '시국선언'을 비롯하여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를 통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명단이 공개된 당일, 야자를 마치고 집에 와보니 연예인들의 이슈거리가 아니라, '조전혁 의원' '전교조 명단공개'를 비롯한 연관검색어들이 인기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에 재빨리 기사를 검색해 읽어보았다.

기사의 내용인즉슨 조전혁 의원이 교사들의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으니 명단공개를 하지 말라는 법원의 판단을 무시하고, 교사들의 교원단체 가입 현황 정보를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였다는 것이다. 그 '리스트'가 올려진 조전혁 의원의 사이트를 찾았지만, 사이트는 명단공개 후 한참 동안이나 서버 폭주로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명단공개 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조의원 행동의 적절성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고, 학부모들 또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조의원의 사이트를 찾아 담임선생님의 이름을 검색했다.

그리고 우리학교의 이름을 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어? 이 선생님 전교조셨네' '아! 이 선생님은 교총이셨네'. 조의원 덕분에 나는 이렇게 손쉽게 나의 알권리를 충족했다. 단체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인터넷에 소속단체와 근무지 등 자세한 정보가 공개된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인권을 기회비용 삼아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선생님의 소속단체가 아니다. 선생님 한 분 한 분 마다 가지고 계시는 교육관과, 제자들을 대하는 마음, 사랑,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그런 것들을 알고 싶다. 그런 것은 절대로 몇 되지 않는 단체이름으로는 알 수 없다. 선생님의 소속단체가 어떻든 간에 내 기억에서 고마웠던 은사님들은 여전히, 정말로 고마우신 분들이기에 그 분들이 어떤 단체를 가입하셨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각 교원단체에 대한 이미지는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것, 그리고 명단공개 이후에 얻게 된 것이 많다.

명단 공개 후 나도 모르게 주변 선생님들의 성격을 교원단체의 성격에 맞추어 생각하게 되었다. 그 단체의 이미지도 선생님들의 이미지중 하나로 크게 자리 잡을 것이다. 명단공개 전에는 아무런 편견 없이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들을 대했지만, 명단공개 후에는 내가 가지게 된 교원단체들의 이미지가 편견이 되어 선생님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크나큰 기회비용을 치르면서 충족된 나의 알 권리. 그 권리를 충족시켜서 내가 얻게 된 것은 무엇일까? 선생님들의 소속단체를 알게 된 것에 대한 만족감?

오히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소속단체의 이미지가 투영되고 있는 선생님들의 모습이다. 소속단체로는 알 수 없는 선생님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교육관을 순수한 마음으로 존경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시는 소중한 것들, 올바른 가치관 이런 것들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될까봐 두렵다. 진정으로 알고 싶었던 것을 알 수 없게 되었고, 배워야 할 것들을 놓치게 될지도 모를까봐 정말 걱정된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