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가 갈라놓은 대한민국

‘대북 적대정책 중단’ vs ‘북한은 테러국’

“북한은 우리 내부의 갈등을 조성하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 같이 말하며 국론분열을 우려했다. 하지만 극단적인 국론분열은 클린턴 힐러리 미 국무장관이 방문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26일 오후, 광화문 이순신 동상을 사이에 두고 입장이 다른 두 단체가 ‘천안함’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을 맞아 미국에 요구사항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같은 대상을 향해 ‘촉구’했지만 내용은 달랐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북핵저지시민연대 등으로 이루어진 보수국민연합은 26일 오후 1시, 광화문 KT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정부를 향해 ‘대북 강력 응징’을 촉구했다.

반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와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이루어진 사회단체들은 같은 날 오후 1시 30분, 광화문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을 맞아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정책’ 중단과 관련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다.

진보시민단체, “미국, 대북 적대정책 중단 하라”


외교통상부 앞에서 이들 단체는 미국을 향해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실패한 대북제재 압박을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또한 천안함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미국이 이 사건에 직접 관련되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미국의 자료 공개 요구와 관련해서는 “천안함 침몰 당시 한미연합연습 상황이었고 이 훈련에 대해 북이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에 한미당국은 정보감시정찰장비 가동률을 평소보다 대폭 높였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미국은 천안함의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을 한국군의 정보 제공과 자체 파악 정보를 통해 소상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기자회견은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방한하여 천안함 침몰사건 후속 대책 등에 논의하는 것과 때를 같이하는 것으로, 정부와 미국의 공조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었다.

보수국민연합, “미국, 북한을 테러국으로 재지정 하라”


선캡을 눌러쓴 보수국민연합 측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북한을 규탄하는 피켓 등을 들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 정부는 한미공조 및 유엔안보리를 통하여 북한에 엄중한 경고와 배상을 촉구하고 핵실험 전쟁도발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을 즉각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유엔과 국제사회에 대해 북한의 천안함 침략 행위에 대한 대북응징을 강력히 이행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정부는 한미공조로 PSI 강화하고 대북제재응징을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에는 북한을 주적개념으로 재 확정하라고 요구했으며, 내부적으로는 김정일 하수인 노릇하는 친북, 종북 세력을 척결할 것을 다짐했다.

미국, ‘내 갈 길 가련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26일 3시부터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증거는 부인할 수 없는 압도적인 것으로,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천안함 사건이라는 즉각적 위기에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면서 “유엔안보리 회부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천명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 2차 전략경제대화에서 “미,중 양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북제재를 반드시 공조해야 한다”고 중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정부는 두 차례의 성명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대책에 대해 전적으로 적절하다고 지지하며, 계속해서 미국 정부는 한국을 지원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조단에 의해 파란 매직 글씨가 공개되면서, 미국은 한결같이 한국의 ‘과학적 수사’에 지지를 보내왔다. 일각에서는 “과학수사대라는 드라마를 만드는 미국이 파란매직을 발견했다는 조사결과를 보고 과학적이라 하고 있다”며 비꼬고 있지만 미국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국으로 지정하지도, 대북 적대 정책을 중단하지도 않은 채 단지 한국 정부와의 공조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조사결과를 “절대적으로 지지 한다”고 밝힌 만큼, 한미 양국에 남은 천안함 관련 의혹들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태그

북한 , 광화문 , 미국 , 힐러리 클린턴 , 천안함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