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 공보물, 대체로 수준 미달

  장차법 시행 후 첫 시행되는 지방선거이나 장애인들의 참정권은 아직도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6.2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투표 독려가 한창인 가운데 장애인들의 참정권은 여전히 제한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아래 지방선거연대)는 31일 국회 앞에서 ‘6.2 지방선거 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소가 2층에 설치되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공보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애인 참정권이 제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 차별없이 공보물 제작한 시도지사 후보, 단 3명

지방선거연대가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선거공보물을 조사한 결과 총 55명의 후보 중 점자형 공보물을 제작하지 않은 후보는 민주당 2명, 미래연합 1명, 민주노동당 1명, 평화민주당 3명, 진보신당 1명, 국민참여당 1명 등 9명이었다. 점자형 공보물을 제출한 후보는 46명으로 전체 후보의 84%에 해당했으나 점자형 공보물의 내용과 점역 수준은 천차만별이었다.

책자형 공보물의 내용을 점자로 옮긴 점역비율을 조사한 결과 진보신당의 점역비율이 69.1%로 가장 높았으며, 무소속이 56.7%, 민주당이 43.8%, 한나라당이 37% 순으로 나타났다.

공보물 내용을 완전히 점역으로 옮긴 후보는 서울시장에 출마한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인천시장에 출마한 진보신당 김상하 후보, 대구시장에 출마한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로, 모두 진보신당 후보였다. 나머지 후보들의 점역 비율은 평균 40%, 최하 10%로 나타났다.

서울시장 출마자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노회찬 후보의 점역 비율은 100%, 한명숙 후보의 점역비율은 40%, 오세훈 후보의 점역 비율은 20%로 나타났으며, 노회찬, 한명숙 후보는 책자형 공보물에는 없는 장애인을 위한 공약을 별도로 모아 제시했다. 지상욱 후보의 점자형 공보물은 책자형 공보물에 비해 면수가 세 배 정도였으나 책자형 공보물의 10%만 점역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장애인을 위한 별도공약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외에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공보형 책자의 내용이 아닌 별도의 편지 형식의 글을 점자로 옮겨 선거관리법을 위반했다. 충청남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점역비율이 95%에 이르지만 이미지 중심으로 점자형 공보물을 만들어 실상 시각장애인 유권자가 책자형 공보물의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31일 국회 앞에서 장애인 참정권의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 비마이너]


시각, 청각, 지체장애인 모두 참정권에서 배제된 현실

기자회견에서 전남장애우권익연구소 허주현 소장은 “점자공보물 확보, 장애인시설 내 투표소 설치 등을 선관위에 제시했으나 선관위측은 이번에는 많은 선거가 이루어져 관리가 힘들다며 선거가 끝나면 논의를 해보자는 답변만 해왔다”며 “이러한 현실 때문에 인권위에 장애인참정권 제한과 관련해 진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자형 공보물의 경우 점자의 특성상 책자형 공보물에 비해 약 3배 분량의 지면이 필요한데,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책자형과 점자형 공보물의 면수를 동일하게 제작하도록 해 시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 및 참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개정된 공직선거법 65조 4항은 '점자형 선거공보는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수철 팀장은 “100% 점역율을 보인 후보가 있긴 하지만 그건 4면 정도로 책자형 공보물의 면수가 작았을 때”라며 “보통 12면 정도로 책자형 공보물을 만드는데 그렇다면 12면 이내로 점자형 공보물을 만들어야 하므로 내용이 다 들어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 팀장은 “전국에서 9명이나 점자형 공보물을 안 만든 건 선관위의 홍보 부족”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팀장은 “선관위는 점자투표용지와 장애인 도우미를 내세우며 장애인들에게 해줄 만큼 해줬다고 하지만 정작 어디 가서 투표해야 하는지는 A4 반장의 약도 한 장의 안내가 전부였다”며 선관위의 태도가 생색내기임을 비판했다.

청각장애인의 참정권 침해 문제도 심각했다. 한국농아인협회 강석화 고문은 “인터넷, TV 등에서 선거관련 방송을 많이 하지만 수화통역이 없고 한글자막만 일부 제시돼 영상을 보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강 고문은 “얼마 전 경기도지사 TV 토론회 때는 수화통역사를 배정하면 후보가 화면에서 가려져 배정할 수 없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청각장애인의 정보 제한에 대한 사회인식을 꼬집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두현 팀장(좌)과 한국농아인협회 강석화 고문(우)이 장애인 참정권 제한을 규탄했다. [출처: 비마이너]

지방선거연대 측은 "2층 투표소의 경우 항의해서 몇 개는 보수됐으나 아직도 일산 지역의 경우 2층 투표소가 남아 있다"며 "이번 선거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후 시행되는 첫 선거지만, 현재까지 참정권 침해 상황을 볼 때 6.2지방선거에서도 또 다시 많은 장애인 유권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발길을 돌려, 스스로의 권리행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선관위의 각성을 촉구했다.

지방선거연대는 "선관위는 지금부터라도 투표 당일 장애인들이 적절한 편의를 제공받아 권리를 행사하는데 관련된 모든 편의제공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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