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합조단을 국제조사단이라 할 수 없다”

미 연구원, “미국, 유엔 안보리 천안함 문제서 한 발 뺄 것”

한국 정부가 5일 천안함 침몰 사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엄중하게 대응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미국조차 이 문제에서 한 발 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심지어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조사결과 북의 소행이라는 발표를 놓고도 유엔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엔은 국제법, 국제규범 그리고 누가 봐도 동의할 수 있는 설득력 등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않으면 집단적인 제재 행동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박선원 미국 부르킹스 연구소 초빙연구원(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은 7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해외에서 온 국제적인 전문가들이 참여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국적 조사의 결과는 아니”라며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고 국제 전문가들은 이것에 대해서 기술적 자문만 한 것이기 때문에 철저히 한국의 독자적인 조사결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선원 연구원은 “한국정부 입장에선 상당히 막막하고 암담한 상황”이라며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라는 강제적 결의안이나 중간 수준의 제재 조치를 적시한 다음 회원국들이 가급적이면 이행해 달라하는 권고적 결의안 모두 시도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봤다.

남는 것은 북한을 겨냥한 경고형 의장성명과 남북 모두 자제하고 협력하라하는 중재형 의장성명 채택 두 가지만 남게 된다. 박 연구원은 “중국이 북한만을 겨냥한 문서는 어떤 것이든지 거부하겠다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한반도의 정세불안을 극복하기위해 남북이 서로 도발행위를 자제하라는 중재형 의장성명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천안함 배후에 북한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적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남북 모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측의 배경은 앞서 지적한 대로 조사결과 발표에 대한 신뢰문제에 있다. 박선원 연구원은 지난 5월 19일 만난 미국 중간 고위급 관리의 말을 빌어 “한국의 합동조사단이 다국적 국제 조사단이 아니다”라는 얘길 들었다고 밝혔다. 박선원 연구원은 “한국, 호주, 스웨덴, 인도네시아, 미국 이런 쪽 전문가들이 와서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의 활동을 기술적으로 지원을 한 것이지 5개국 공동 조사 결과는 아니다라는 뜻”이라며 “이번 조사에 대한 책임과 조사 과정에 대한 진행 등 모든 것은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이 했기 때문에 책임과 내용 전체에 대한 입증의 부담도 한국이 져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 조사결과, 국제사회에 세가지 문제 있는 것으로 비춰져

그는 이번 조사결과가 “국제사회에 최소한 세 가지 결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3월 26일 9시 22분에 배가 폭발했다는데 KNTDS 자료에 의하면 9시 22분에 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9시 25분까지 배가 움직였고 그 최종 사라진 지점도 폭발 원점에서 약 600m 북서지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시간과 장소가 바뀐 것이고 그렇게 되면 어뢰추진체 발견 장소에 대해서 또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어뢰와 선체에서 발견됐는 흡착제가 폭약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재미 한국인 물리학자의 문제제기를 두고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서 과연 그 어뢰가 우리 천안함을 때렸느냐 안 때렸느냐에 대한 의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머지 의문점으로 “TOD영상을 보면 9시 22분에 폭발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그 뒤 38초에서 46초 사이에 배가 여전히 두 동강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옆으로 침몰되어 있었다”며 “이 세 가지 부분은 합조단 조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과 불일치하는 것이며 이래가지고는 유엔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안보리 제재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박선원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최근 미국의 태도를 두고 “괜히 한국하고 공동으로 유엔제재를 추진하다 실패하면 상당히 난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한국이 주도해야한다는 국제적 맥락이 있다”고 봤다. 그는 이어 “또 한 가지는 이번에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이명박 정부를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미국에게 실질적인 이득으로 돌아올 수 있느냐 (회의적)판단을 하게됐다”고 한미 정치적 맥락을 소개했다.

아프간에 추가 파병을 요청한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가 소화해 낼 수도 없을 것이고. 한미 FTA의 조기 인준 조건으로 한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제 서로 적절히 거리를 둔 채 원칙적으로 협조하자는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무조건적인 정치협력은 어렵게 된 바에야 한국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미국이 좀 책임을 덜 지는 것이 낫겠다. 이런 쪽으로 조정을 해 가는 것”이라며 “미국이 이명박 정부만을 상대해서는 한국문제를 다루기는 어려워 진 것 아니냐는 현실적인 고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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