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회의, 한판 투쟁이 기대된다

[진보논평] G20정상회의는 ‘자본가들만의 돈잔치’에 불과하다

미국 주도의 기준없는 구성, G20

G20정상회의는 1997-98년 동아시아 외환․금융위기 이후 지난 1999년 독일과 캐나다 재무장관들의 주도로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후 매년 연례적으로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만 개최해오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 이후 미 워싱턴에서 각국 정상들까지 소집하면서 ‘정상회의’로 격상되었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이전에는 세계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는 IMF와 World Bank가 주도하거나 G7 혹은 G8 등 주요 선진국으로만 구성된 협의체가 대부분이었다. 그것은 주요 선진국만이 중심이 되어 세계경제 현안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미국발 세계경제위기가 몇몇 주요 선진국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게 되자 BRICs, 남한,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 신흥시장국가들을 대거 포함시켜 경제위기의 책임 소재와 무관하게 공동으로 해법을 마련하기에 이른 것이다. 즉, 최근 G20이 급부상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디 절실했기 때문이다. GDP 기준으로 G20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8%에 달하며, 인구기준으로는 거의 2/3(65%)에 이른다. G20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은 세계전체 외환보유액의 81%에 달한다.

하지만 G20 회원국 자격은 엄격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고 자의적으로 선발하고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 그것은 G20 틀을 주도했던 미국의 입김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G20국가와 비 G20국가를 구분하는데 미국이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발생 과정에서 중국, 일본, 남한 등 동아시아 흑자국가들이 미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특히 중국, 인도 등의 견고한 성장세가 전 세계 동시 불황 우려를 차단했으며, 또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CO2 배출량 감소논의에 있어서도 거대신흥국가들이 핵심 주역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등 전 지구적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G20은 국제협약에 근거한 공식적 국제기구가 아닌 비공식적 포럼에 불과하다. 이것은 G20에서 합의된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지금까지 G20정상회의는 2008년 11월 14-15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1차 정상회의, 2009년 4월 2일 런던에서 개최된 제2차 정상회의, 2009년 9월 24-25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제3차 정상회의, 그리고 제4차 정상회의가 2010년 6월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되었다.

워싱턴에서부터 런던, 피츠버그 그리고 토론토에 이르는 G20정상회의에서 금융규제강화에 대한 국제적 협조 내지 공조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논의를 보면 당초 목표로 했던 규제의 국제적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국제적 합의와 국내금융 제도개혁이 충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토 G20정상회의는 지난해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 G20이 세계경제협력의 최상위 포럼(premier forum)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 개최된 정상회의이다. 그간 G20을 통한 국제공조의 결과로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높은 실업률, 취약한 금융시장, 재정악화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에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경제회복과 지속가능하고 균형잡힌 발전을 위한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은행세 부과, 재정 건전성 확보, 중국위안화 절상, 글로벌 금융 안전망 구축, 국제금융기구 지배구조 개혁 등이 주요 의제였으며, 최대 이슈는 재정 건전성, 은행세 부과, 균형 성장 등 이었다.

정상회의 결과는 재정적자 수준을 2013년까지 절반 감축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채무비율을 2016년까지 감소 또는 안정화하기로 합의한 것 외에는 커다란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그나마 합의된 긴축 기조도 ‘성장 친화적인 적자 감축’이라는 애매모호한 용어로 포장되어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그것은 세계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인 경기부양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동시에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이슈였던 ‘은행세’에 대해서도 ‘국가별로 알아서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토론토 G20정상회의 결과는 처음부터 예상된 회의였는데, 그것은 이번 회의가 선진 8개국(G8) 회의와 맞물려 열린 중간 점검 성격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입장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재정 건전성은 그리스에서 불붙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세계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면서 최근 급부상한 의제로서 의미가 있다. 더욱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 공조의 결과로, 대부분 국가의 재정 형편이 나빠진 것도 지속 가능한 재정에 눈을 돌리게 한 것이다.

G20 서울회의, 위기 봉합과 파국의 갈림길 될 것

결국 실제 G20의 핵심의제들은 11월 서울회의를 겨냥해 합의도출 시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어느 하나만 합의에 이르러도 성과로 불릴만한 의제들이 서울 정상회의 테이블에 오르는 만큼 ‘서울정상회의’는 향후 진전에 따라서 21세기 새로운 경제·금융 질서의 탄생을 알리는 역사적 선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금융세계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축적 방식이 일대 전환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전환으로 불릴만한 국제적인 합의를 도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것은 그들의 처해 있는 상황과 이해가 서로 다르다 보니 위기극복 방안을 합의하는 수준이 낮은 단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진행되는 위기 극복 방안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면 중단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이 아니라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토론토 회의에서도 재정정책과 관련해 국가 별, 지역 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유럽의 재정문제가 유럽 전체의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지속적 경기부양을 강력히 주장했다. 다만 서울회의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위기가 더욱 가중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는 될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문제는 실제 G20에서 논의되고 있는 균형성장과 재정 건전성의 허구성에 놓여 있다.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속에서 각 국 정부는 초기에 재정을 확충하여 은행 빚을 갚고 금융회전과 속도를 높이는데 사용하면서 대응하였다. 그런데 이제 지출이 너무 늘어나니 각 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G20은 누구의 허리띠를 졸라맬 것인가?

바로 노동자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금을 더 내게 하고 사회복지부문의 지출은 줄인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 지출 요구와 유럽의 긴축 재정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이번 토론토 회의에서 그러한 내용이 확인되었으며, 서울회의에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여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명료한 의지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그들만의 돈 잔치’

G20이 반민중적이라는 것은 IMF, World Bank 등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 집행기구들을 근본적인 개혁과 평가없이 복권 시키고 있고, 금융규제 방안도 핵심적인 내용이 누락되어 있으며,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립서비스에 불과하며, 기후변화나 환경문제 대해서도 관심 밖의 의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본가계급은 G20정상회의를 ‘그들만의 돈잔치’로 만든 것이다.

지금 자본가계급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는 체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착취와 수탈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 도처에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거나 실제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21세기 현재의 세계정세가 전쟁과 혁명의 시대로 다시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명박 정권은 다가오는 11월의 서울정상회의가 1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유발하고 지구 50억 인구의 시선이 집중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것이 진실일수도 있고 거짓일수도 있다. 설령 진실이라고 해도 그것을 믿을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동안 수없이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가 토론토 회의를 위해 1조원을 썼다고 하니 이명박 정권도 최소한 그 정도는 소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이 회의를 치르는데 소요되는 1조원의 비용을 1조원의 경제적 가치로 둔갑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서울정상회의가 흥미롭고 흥분되는 것은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도록 한 G20 경호특별법을 기초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탄압의 강도를 높일 이명박 정권과 서울로 집결하는 전 세계 노동자 민중들의 한판 투쟁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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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한나라당투쟁기동대원

    화끈하게 화염병투쟁 벌여볼까?
    자본가의 책동축제를 망칩시다!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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