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천안함 스크류에 그물 걸려 ‘기뢰 폭발’ 추정

[한겨레]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 단독입수...다양한 의문제기

[한겨레]가 27일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했던 러시아 조사단의 보고문서를 단독입수해 보도했다. 러시아 조사단은 지난 5월31일부터 6월7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천안함 침몰 사고를 직접 조사했다. 한겨레는 “단독으로 입수한 '한국 해군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러시아 해군 전문가그룹의 검토 결과 자료'라는 문서를 보면 공개한 러시아 조사단이 사고 원인은 '외부의 비접촉 수중 폭발'에 의한 것이지만, 어뢰가 아니라 기뢰 폭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내렸다”고 보도했다.

  2010년 5월 19일 평택 2함대사령부 내에 치장된 천안함 배 밑바닥 부분. 천안함 엔진과 스크루를 잇는 샤프에 그물과 밧줄이 감겨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러시아 조사단은 사고 원인에 대해 "접촉에 의하지 않은 외부의 수중 폭발이라는 주장이 확인됐다"면서도 "함선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기뢰)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추정의 근거가 된 천안함의 스크루 손상을 놓고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은 해당 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해저면에 접촉되어 오른쪽 스크루 날개 모두와 왼쪽 스크루 날개 두 개가 손상을 받았으며, 훼손된 스크루를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깎아 스크루의 넓은 범위에 걸쳐 마찰로 인한 손상부위가 있었던 것이 조사결과 감지되었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앞서 언급한 스크루 날개의 몸체 쪽과 끝 쪽이 늘어나 있다. 오른쪽 스크루 날개 중 한 개의 가장자리에 금속 균열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함선 오른쪽 프로펠러 축이 순간적으로 멈추면서 생겨난 관성작용에 의해 프로펠러 날개의 변형이 발생하였다’는 한국 민군합동조사단 측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조사단은 이어 “피해 함선에서 프로펠러 축의 오른쪽 라인에 엉켜져 있는 어선 그물의 잔해가 발견되었다. 이는 ‘기동지역 내에 어로구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국 측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함선의 피해지역에는 기뢰 위험이 존재하며 이는 한반도 서해안에서 정박 및 항해 장소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로도 간접적으로 입증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뢰 위험성은 김태영 국방장관도 인정한 바 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은 지난 4월 22일 MBC라디오 <뉴스의 광장>과 한 인터뷰에서 “천안함이 이동한 서쪽 해안에는 1977-1978년께 북한이 백령도에 상륙하는 것을 상정해 연평도에서 당시 미군이 사용하던 폭뢰를 만들어 썼다. (중략) 그런데 그 후로 낙뢰같은 걸로 인해 자동적으로 폭발한 적도 있다고 하고, 작전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1985년에 컨트롤박스를 제거하고 도선을 전부 절단해서 폭발이 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군에 문제가 있어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에 탐색을 전부 다시 해서 발견된 10발은 완전 제거했고 나머지 것들은 도저히 확인할 (수심에 따른 기뢰 종류) 수 없어서 그런 상태에서 작전을 끝낸 바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청와대 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는 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박 연구원은 지난 6월 20일 기뢰 폭발가능성을 뒷받침 하는 천안함 엔진과 스크루를 잇는 샤프에 그물과 밧줄이 감겨 있는 사진을 공개하고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해점에서 급속 유턴을 했다면 선체는 흘수선 3미터 보다 더 깊이 잠기면서, 급선회시 프로펠라에 가해진 동력으로 인해 바다 밑바닥에 깔려있는 그물을 바닷물의 회전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김태영 장관이 언급한 기뢰들을 격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조사단은 이런 정황 속에 또 다른 해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사단은 다른 해석으로 “함선이 내비게이션의 오작동 아니면 기동성의 제약 상태에서 항해하다가 우연히 자국의 어뢰로 폭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합조단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이른바 '1번 어뢰'와 관련해서도 "제시된 어뢰의 파편이 북한에서 제작된 것일 수는 있으나, 잉크로 쓰인 표시는 일반적인 표준(위치, 표기 방법)에 들어맞지 않는다"며 '1번' 표시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사단은 이어 "제시된 어뢰의 파편을 육안으로 분석해 볼 때, 파편이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합조단은 육안으로 본 부식 정도로 볼 때, 어뢰 잔해가 1~2개월가량 바다 속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CCTV 끊긴 시간 21시17분" 한국발표 시각보다 4분 빨라

러시아 조사단은 특히 사고 시각을 두고도 의문을 나타냈다. 러시아 조사단은 "한국 쪽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폭발 시간(21시21분58초)은 사건 당일에 함선(천안함) 안의 전류가 끊어져 마지막으로 찍힌 동영상의 촬영 시간(21시17분3초)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조단이 발표한 시각보다 최소한 4~5분가량 앞섰다는 것이다.

또 조사단은 "천안함에 탑승해 있던 승조원이 탑승 승조원들이 부상당했다고 해안 통신병에게 핸드폰으로 알린 시간이 21시12분03초"라며 "이 첫 통화시간 기록은 한국 쪽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런 러시아 조사단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CCTV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3분47~50초가 차이가 있었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당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며 “또 국방부는 ‘이미 공개한 것 이외에 천안함 승조원이 휴대폰으로 부상을 알리거나 한 기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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