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공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신간안내] 데이비드 하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문화과학사, 2010)



한국사회에서 데이비드 하비는 익숙한 학자이다. 이미 그의 많은 책들이 번역되었으며, 『자본의 한계』,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등의 주요 저작들은 사회과학 분야뿐 아니라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다. 하비의 책들은 지리학이라는 분과학문을 넘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반을 보여주는 폭넓은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널리 읽히는 만큼 하비의 문제의식을 일관되게 접하기는 힘들었다. 이번에 나온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은 하비가 2004년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행한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계급권력의 복원>과 <불균등 지리 발전의 일반이론을 위해>라는 헤트너-강의와, 그의 에세이인 <공간이라는 키워드>를 모은 책으로, 폭넓은 관심사를 꿰뚫는 그의 학문세계를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저작이다.

정치경제학, 문화비평, 철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그가 추구했던 것은 ‘자본이 바꾸는 세상’이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문제였다. 이 책은 각기 여러 경로를 통해 하비를 접했던 하비의 독자들에게는 분야를 넘나들며 설명되는 ‘자본의 공간’을 보여줄 것이며, 하비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입문서 역할을 할 것이다.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은 자본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벌어지는 공간을 설명하고자 한다. 맑스의 『자본』 이후 정치경제학적으로 등장한 자본주의의 동학을 탐구하는 많은 논의들을 지리공간적으로 확장하는 하비의 시도는 그간 많은 책들이 번역되면서 이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빠르게 전개되는 자본주의가 펼치는 갖가지 변화상 앞에서 거대담론의 종말을 선언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유연적 축적체제를 논하는 조절이론 등 다양한 담론들이 형성되면서, 자본의 역동이라는 단일한 테마를 천착하는 하비의 논의는 점점 더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비는 이론은 단순해야 하며 동시에 구체적인 실생활을 분석해야 한다는 관점, 더 나아가 이론은 세상을 바꾸는 도구라는 점을 잃지 않는다. 즉, 이론은 구체적인 사건들 속에서 구체화되고 추상화되는 작업이지 역으로 이론적 틀이 선행되어 이론이 구체적인 사건을 포획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2004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지리학과에서 행한 헤트너-강의록을 수정 보완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하비가 보는 구체적인 세상과 이를 바꾸기 위한 추상개념을 고안하는 이론적 노력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강의의 내용은 일단 현재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세계의 공간들을 말한다. 이후 『신자유주의 약사』로도 출간된 바 있는 <신자유주의 강의>는 현재 펼쳐진 이 신자유주의 공간을 단순히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탄생된 것도 아니고 제국주의적인 강요에 의한 것도 아닌, 자본이 공간을 넘나들며 그 곳에 사는 사회계급들의 관계 속에서 이식, 확산, 변용되는 논리를 갖고 움직이는 동학의 결과로 보고 있다.

이의 논증을 위해 특히 1970년대 후반,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선두 주자들이 어떻게 국내·국제 정책에 있어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주조했는지 알아보고 있다. 그리고 계급권력의 복원이라 할 때 이 계급권력은 자본계급의 권력임을 선명하게 설명해낸다. ‘계급권력의 복원’, ‘강탈에 의한 축적’ 등 소제목에서 보는 하비의 주제어들은, 구체적인 사건들이라고 해서 그 이유들 또한 제각각의 구체적인 것이 아님을 상기시키며, 결국 핵심은 자본축적과 이를 움직이는 대리인들(계급)의 진화적 구성체임을 보여준다.

두 번째 강의는 세계적으로, 국가적으로, 혹은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자본의 집중현상과 이를 둘러싼 불균등한 모습들을 이론화하기 위한 소고이다. <지리적 불균등발전론>이라 명명된 이 이론의 목표는 자본의 역동이 공간적으로 전개되면서 반드시 보일 수밖에 없는 공간적 양상을 분석하는 이론 틀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비는 이를 위해 정치경제학의 이론 틀에서부터 일상생활의 소소함까지 함께 직조되는 이론 틀을 고안하며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조건들을 주목한다. 1) 우리 생활 속에 자본축적과정이 물질 속에 내장되고 있다는 사실, 2) 강탈에 의해 자본이 축적되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 3) 시공간 속에서 자본이 축적되는 법칙이 존재한다는 사실, 4) 다양한 지리적 스케일 속에서 정치, 사회, 계급적 싸움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일견 절충주의적으로 보이는 여러 이론의 부분들을 종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하비는 과감히 ‘그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본축적의 공간적 양상, 지리적으로 상이하게 발전하며 ‘가장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지리적 불균등발전론>을 위한 이론 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마지막 장인 <공간이라는 키워드>는 위의 이론 틀을 위해 그가 도전하는, 구체적인 공간을 분석하는 추상적 사유운동이다. 그가 처음부터 가졌던 <절대적―상대적―관계적 공간>이라는 인식론과 르페브르의 <물질적공간―공간의 재현―재현의 공간>이라는 삼항을 교차하여 구성하는 매트릭스를 토대로, 하비는 일종의 우리 앞의 공간을 바라보는 틀을 다각화하고 종합하는 분석틀을 고안한다. 217쪽의 <표 1. 공간성의 일반 행렬>과 229쪽의 <표 2. 맑스 이론을 위한 공간성의 행렬>를 보면 각각의 교차점은 공간과 시공간의 의미를 이해하는 상이한 양식들을 제안하며 우리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일독을 권한다.

하비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관계적 공간’에만 집중하며 절대적, 상대적 공간에 무관심한 것도, 그 역도 문제라 말하며, “공간은 복합어로서 기능하며 다중적 결정을 갖기에 그 어느 특정 의미 하나도 다른 의미들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 <목차>

1. <서문> - 피터 모이스부르거, 한스 게바르트

2. <신-자유주의와 계급권력의 복원> - 데이비드 하비
신자유주의로의 전환
신자유주의 국가
이식, 확산, 진화
중국의 특이한 사례
성과물들: 강탈에 의한 축적의 부활
신자유주의 안의 모순과 대항들
신자유주의의 대응
대안들

3. <지리적 불균등발전론을 위한 노트> - 데이비드 하비
서문
논의의 구조
강탈에 의한 축적/가치저하
시공간 속에서의 자본축적
사회투쟁의 정치학
주석

4. <공간이라는 키워드> - 데이비드 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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