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오정돈 부장검사)은 이인규 전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을 구속기소하고, 원아무개 전 조사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급한 불끄기처럼 사찰에 대한 검찰 조사는 그렇게 끝났다. 불의 진원지, 방화범이나 방화를 교사한 사람은 전혀 찾지 못한 채 말이다. 그래서 피해당사자만이 아니라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비판 여론이 높다.
사찰은 낡은 군사독재식 반대자 관리자
비판여론이 높은 것은 이번 수사에서 민간인 사찰의 몸통이라 할 수 있는 정권 실세의 개입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원관실로부터 `비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으나 혐의점은 못 찾았다고 한다. 민간인 사찰이 한창 날리던 것은 박정희 군사독재시절부터 전두환 노태우정권까지 독재의 상징이다. 민간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여, 그를 통해 얻어진 권력(정보력)의 우위로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기에 매우 손쉬운 방법이다. 이번에 기소된 꼬리들의 기소 이유만 봐도 잘 드러난다. 검찰이 밝힌 기소 이유는 ‘강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방실수색 혐의’ 등 이다.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에게 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지분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에 강요 혐의를, NS한마음(구 KB한마음)에서 장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행한 불법 행위에 대해 방실수색 혐의를 적용했다.
사찰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보안사의 1303명 민간인 사찰에 대해 윤석양 이병이 폭로한 후 이루어진 1998년 확정판결에서도 드러난다. ‘개인의 사생활과 비밀 및 자유에 대한 제한은 국가안전보장 등의 목적 내에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한다. 더구나 이번 사찰의 문제점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비공식적인 권력실세들이 했기에 더욱 심각한 일이다. 사찰라인이 가동되었다면 그 대상은 단지 야당이나 시민단체에 그치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여당 중진의원인 남경필 의원 사찰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니 보수대표격인 조선일보도 “3권 분립과 인권존중의 헌법정신을 위반했다”고 사설을 쓰고,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성명을 통해 “독일의 나치시대에서나 봄직한 국민에 대한 반민주적 사찰행위”라고 비판하는 것은 사실 그들도 사찰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공포 때문이 아니겠는가.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비판이 가능하고, 그러한 표현 행위들 간의 경합 과정을 통해, 설득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정책은 검증받은 만큼 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 정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절차나 인권, 법질서는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힘(권력)으로 가능한 것은 모두 하라는 게 불도저 권력답다.
검찰조사 결과를 보니, 독일 나치의 전체주의를 보고 겪은 유태인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에 대한 구절이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전체주의적 믿음은 이제까지 모든 것이 파괴 될 수 있으며, 인간의 본질마저 파괴”하고 “총체적 지배는 근본악이 실제 존재하며, 이 악은 인간들이 벌할 수도 용서할 수 도 없다는 데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녀는 또한 이러한 전체주의는 단순히 권력욕에 사로잡힌 독재자에 의한 단순한 압제와 달리 사회로부터 소외된, ‘원자화’된 대중을 기반으로 한다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가능했던 ‘경제살리기’ 라는 그 공약 하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원자화된 국민들의 지지-신자유주의로 신음하던 시민들의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불도저를 막을 손 맞잡기
이명박 정권의 탄생기반 중 하나는 대중이다. ‘막연한 개발이익에 대한 환상을 유지하고 있는’ 대중이며, ‘신자유주의 경쟁에서 나는 적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지지다. 적어도 나는 성공해서 살아남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가 비합리적인 심리를 더욱 부추긴 것이리라. 그의 정책을 보기보다는 ‘이명박이 성공한 실업가이니 그가 우리 국민을 잘 살게 해 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로 이어진 것이리라.
신자유주의는 모든 것은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입한다. 그래서 사회에서 공공의 영역은 줄어들며, 시장의 영역-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살뿐이라는 방향으로 국가의 정책으로, 국가의 신념으로 펼친다. 그리하여 신자유주의 국가에서 자란 사람들은 그것이 진리인양 함께 되뇌이고, 뿔뿔이 흩어지며 ‘나’ 이외의 다른 이들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신자유주의가 만든 원자화된 사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눈’을 다시 부비고 우리 주변을, 한국현실을 되돌아보아야 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쉼 없이 내야 한다. 강자만이, 자본만이 살아남는 시대에서 아직 우리같이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에 대해 빈곤문제 연구자인 이와타 마사미의 말을 되새겨볼 만하다. “빈곤의 재발견을 치밀하게 했는지, 깨끗이 잊어버렸는지는 사회전체의 풍요로움과 사실 관계가 없다. 그 차이는 풍요 속에 빈곤을 재발견하려는 ‘눈’과 ‘목소리’가 사회에 있었는가에 달려 있다.”고.
여기에 나는 하나를 더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빈곤과 소외를, 봐주고 드러낼 ‘눈’과 ‘목소리’만이 아니라 함께 할 ‘손’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시민들이 그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두리반에서 철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전에 맞서 잘 싸울 수 있도록 수많은 시민들이 전기촛불을 보내 준 것처럼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 패배라는 중간 평가를 받았지만 곧이은 재보선결과의 승리로 자신의 건재를 보여주듯 여러 싸움의 현장을 짓밟고 있다. 정부 정책과 자본의 막무가내식 해고와 개발에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동희 오토 농성 노동자들을 끌어내고, 기륭전자에 건물을 새로 짓겠다며 농성자들을 내쫓으려 하고, 4대강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어쩌면 이는 우리에게 더 많은 ‘목소리’를 내고 더 많은 ‘손’을 내밀고 잡아야한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감지할 밝은 ‘눈’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더 큰 목소리로, 더 많은 손를 불끈 쥐고, 맞잡고 싸움의 현장에 나서야 할 때이다.
지금 팔당대책위 유영훈위원장이 4대강 사업저지와 팔당유기농단지 보존을 위해 단식을 시작하고, 곧이어 신부님의 동조단식이 이어지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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