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새잎: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투쟁 ③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41)

“식사 안하셨으면 같이 좀 드세요.”
막 도착한 자장면을 먹으려고 준비하던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다소 머쓱해하며 내게 말을 건넨다.



7월 첫날 저녁. ‘해고자 원직복직! 원청사용자성 쟁취! 동희오토 비정규직투쟁 승리를 위한 (무려 61차) 촛불문화제’가 시작되기 30분 전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경비가 삼엄하다. 출입구 쪽은 이미 현대 통근버스로 겹겹이 막아놓았고,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직원과 용역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전경버스 여러 대가 와있고, 경찰들은 무전기를 들고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간판은 천막으로 가려놓았다. 이런 가운데 여유롭게 자장면을 먹고 있는 이 동지들, 넉살과 배짱이 보통이 아니다. 어쩌면 이 곳에서 중국집 쿠폰을 모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두도 하나 먹어볼까!”
서비스로 군만두를 갖다 주었나 보다. 식사하는데, 계속 있기도 민망해서 주변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오니 만두 한 개만 남아있다.

“고용안정센터에 희망 연봉을 적는데, 3천만 원을 적었거든. 근데 3개월 있다가 전화가 온 거야. ‘진짜 이 돈을 받기를 원하시는 거예요?’”
“세상을 아직도 몰라.”
“나는 천만 원 깎아서 쓴 거야. 하하.”
일찌감치 도착한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 조합원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장비 문제로 문화제 시작이 늦어지는가 본데, 동희오토 조합원들은 서두르는 기색도 없다.


저기를 보아라 새잎이 돋아온다 아가의 여린 손 마냥
따사론 봄볕에 실눈을 부비면서 고목에 새록새록 새순이 돋아온다
하! 연둣빛 새 이파리 네가 바로 강철이구나


  '강철새잎'을 열창하며 문화제의 시작을 여는 최진일 사무국장

최진일 사무장의 <강철새잎> 열창으로 문화제가 시작된다.
“오늘은 야간촛불 금지가 풀린 첫 날이기도 하고, 개악된 노조법 시행으로 곳곳에서 노동조합들이 탄압을 받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현대는 이미 오늘 야간 집회신고를 내놓았다고 한다. 현대는 월 3백만 원을 주고 용역들을 고용해서 조를 짜 주야 맞교대로 서초경찰서에 상주시키면서 집회신고를 내고 있다 한다. 최근, 동희오토지회는 민원실에서 자장면, 통닭 등을 시켜먹으면서 집회신고 노숙 투쟁을 하다가 3일째 되는 날 낼 수 있었다 한다. 집회신고 접수를 하던 정보과형사가 “다 좋은데, 회식은 좀 자제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이백윤 지회장이 투쟁발언을 하면서 전해준다.

“동희오토 앞으로 뭐 할 거냐고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2가지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9~10월, 신차 투입 기간에 맞추어 동희와 기아가 함께 투쟁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양재동 투쟁을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정몽구와 어떻게 싸우려 하냐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하십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경찰서에서 회식을 하면서 이 공간을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서산만 운치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곳도 참 운치 있는 공간 입니다. 앞으로도 이 곳에 동지들을 모시고, 바지사장이 아닌 정몽구 회장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발레오공조코리아 조합원의 발언과 안산에서 활동하는 <정면돌파>의 공연, 행신동철대위 김혜자 위원장의 발언, 이씬 동지의 힘찬 노래와 사노위 박준선 동지의 발언으로 문화제는 마무리 되었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내내 계속해서 연대동지들이 왔다. 마치 오늘을 기다린 사람들 같다. 문화제가 끝날 무렵에는 참석 인원이 150명 정도 된다. 이후에도 ‘설마 62차, 진짜 69차 문화제’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사회자의 이야기로 문화제가 마무리된다.

  노래패 '정면돌파'의 공연

그리고 11일 뒤,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은 61차 문화제에서 했던 약속을 지켰다. 그들의 실제 사용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교섭 요구를 하기 위해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2번 연행이 되고, 농성장 침탈을 당하고, 매일 용역들의 폭력과 폭염, 그리고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43일 동안 농성장을 사수해 왔다. 그 사이 ‘설마 62차, 아싸 67차 촛불문화제’도 진행을 했고, 연대동지들의 따뜻한 손길이 늘 함께 하고 있다. 또, 충분치는 않지만, 하청업체와의 교섭도 한 번 했다. 늘 웃는 얼굴로 연대동지들을 대하는 이 동지들. 아마 객지에서, 그것도 천막 하나 칠 수 없는 길바닥에서 많이 힘들고 지치기도 할 거다. 비바람 속에 또 하루 밤을 보내고 현대.기아차 본사 앞 노숙농성 44일 차 아침을 맞이하고 있을 강철새잎 같은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동지들에게 격려의 마음을 보낸다.

  8월 11일 문화제에서 가수 박준 동지와 함께 노래부르는 이백윤.이청우 동지.

엄혹한 겨울도 두터운 껍질도 자신의 힘으로
보드라움으로 이겼으니 썩어 가는 것들 크게 썩은
바로 그 곳에서 분노처럼 불끈불끈 새 싹이 돋는구나
부드런 만큼 강하게 여린 만큼 우람하게
아! 썩어진 고목에 새록새록 새순이 돋는구나
강철 새잎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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