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빈민과 노점상 운동을 둘러싼 몇 가지 논쟁

[우리사회의 빈민운동사](12)

1. 노점상 운동을 둘러싼 몇 가지 입장

노점상은 누구인가? 도대체 그들은 누구이기에 우리사회의 주요 집회와 행사가 있을 시 깃발을 들고 몰려나와 투쟁에 동참하고 있는가? 한국의 노점상운동은 다른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오랜 역사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운영을 해오고 있으며 80년대 이후 우리사회의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현재까지 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노점상 운동은 사회 운동적 측면에서 매우 생소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좀 더 보완하기위해 노점상의 계급적 위치와 전체 운동 속에서 차지할 역할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G20을 앞두고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는 노점상

우선 노점상의 개념과 관련하여 정리된 용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어의 어휘 가운데 노점상을 이르는 용어에는 ‘hawker’(길거리나 시장 등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노점상)와 ‘peddler’(이동식 노점상), ‘vendor’(일정지역에서 반유동형, 고정 형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노점상) 등이 있다. 맥기(T.G.Mcgee)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상업 활동을 하는 상인으로서 임대료와 세금 등의 영업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공간적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소규모 자본으로 경영하는 소상인 집단’을 말한다. 그리고 ‘공공장소, 특히 도로에서 법적 등록이나 허가 없이 소규모의 자본으로 상행위를 하는 경제활동’을 가리키기도 하며 ‘도로를 이용하고, 공공의 장소를 점용하며 간이진열대를 사용하여 물품판매 와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등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1)

- 노점상의 계급적 지위는 무엇인가?

그동안 노점상에 대하여 ‘도시 내 하층계급(계층)이 생계를 위해 선택하는 불안정, 불완전한 직종이며 그들은 가난하기에 노점상은 도시빈민이다?’ 라고 인식을 해왔다. 위와 같은 인식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서 노점상의 형성과정과 사회, 경제적 지위와 역할 및 그 변화추이, 운동성 등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글은 위와 같은 물음에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으며 많은 연구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기에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만 언급을 하고자 한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노점상은 과거 50-60년대 농촌경제의 파탄으로 도시로 내몰린 사람들이 도시 내 일자리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생계의 수단이었다. 이러한 노점상의 초기 형성 경로는 8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하게 재편이 되는데 산업구조 재조정 과정으로 인해 노점상의 구성과 성격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00년 대 접어들어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만성적 고용불안으로 시달리고 있는 현실은 더 이상 생산현장에서 노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데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노점상들의 발생 원인이 도시 내에서 재생산되는 경향을 띄게 된다. 이밖에도 IMF 이후 생계목적으로 자영업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독점자본의 유통시장 전면 진출에 따른 거대 쇼핑몰의 등장과 슈퍼마켓의 대형화와 함께 골목 구석구석까지 편의점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영세상인의 몰락은 노점상 발생의 또 다른 원인이라 할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점상에 대한 시각은 이전과 같이 국제행사시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 의한 일시적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불량상품을 유통시키고 유통체계의 혼란을 가져오는 집단으로 내몰리며 공식적 유통체계로 흡수 가능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단속해야할 집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 노점상은 초기 농촌경제의 붕괴에서 노동자들의 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빈곤문제 및 도시공간의 재편과 유통부문의 변화 등의 문제를 떠안으며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 노점상은 노동자인가?

한편 최근 노점상 단체가 몇 개의 조직으로 분화되면서 노점상이 노동자라는 주장이 몇 년 전 부터 대두 되고 있다. 우선 노점상의 노동자성 인정여부는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어 진다. 가령 현행 ‘근로기준법’ 상 법적 판례 기준인 ‘근로자’개념을 적용을 해보면 (근로기준법상의 기준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인식 할 필요는 없겠으나) 노동자로 인정을 받기는 어렵다.

다만 ILO의 정의에 따르면 “비공식부문 노동자를 ‘자가 고용, 비공식일자리의 유급고용’으로 구분하며 노점상, 재활용수집노동자, 성산업노동자 및 유급고용을 좁은 의미의 특수고용으로 학습지, 골프장, 화물연대와 불규칙적 일자리로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과 함께 비공식부문 노동자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ILO의 비공식부문론에 입각하여 노점상을 노동자로 규정하는 사람 가운데 ‘노점노동연대’라는 조직에 관여를 한 바 있는 최덕효가 있는데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인권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는 ‘노동자’란 개념을 통해 비공식부문 종사자들이 ‘주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노동운동 연대활동’을 통해 이들이 ‘사회화’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노동이 민중과 접목됨으로써, 아직도 일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철지난 ‘노동자주의’를 역설적으로 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최근 운동진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노동자민중’이란 용어는 시사하는 바 크다” 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2)

비공식부문 노동자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제 3세계라 일컫는 개발도상국 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주변부 노동자 문제의 해결책으로 등장하게 된다.3)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비공식 노동자들에게 쥐어줄 다양한 정책과 혜택이 갖고 있는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따른 다양한 노동빈곤층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에서 비공식부문론에 입각한 정책이 현장에 관철되기에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특히 비공식부문론은 ‘노점상의 노점관리 통제대책’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비공식부문론을 단순 도식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노동자를 공식부문과 비공식 부문으로 나누는 것에서 부터 출발을 한다. 문제는 비공식 부문이라는 조건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 대책인데 특성상 이들은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고 그 실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비공식부문에 대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실체를 조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을 한다. 따라서 노점상에 대해서도 실태파악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

실태파악? 아마도 노점상운동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치단체나 관 주도의 실태파악이 얼마나 위험하고 노점상들에게 장기적으로 악용이 되고 있는지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4) 사실상 현재의 ‘노점상관리통제정책’은 비공식부문론자들이 내놓은 정책으로 노점상을 공식부문의 파트너로 끌어 않아 일부는 포섭하고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저항하는 노점상은 배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소위 비공식부문론에 입각한 구체적인 정책들이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 비공식부문 노동자를 넘어 노동자계급으로

비공식부문 노동자를 넘어서 노동자 계급으로 에 대한 답은 지난번 ‘상대적 과잉인구론’을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다고 본다. 다만 이글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개념을 ‘근로기준법’에 입각하거나 ‘비공식부문론’에 국한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이사회의 생산수단을 누가 장악하고 소유했느냐에 따라서 자본가와 노동자로 구분된다. 노동자는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서 생활하며 나아가 인간사회의 발전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대립과 변화를 통해서 진행 된다. 이를 다시 노점상 문제에 대비 시켜보면 노점상은 자신을 고용한 집단에 귀속되어 있지 않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며 노점상은 자신의 생계수단인 노점좌판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전통적인 생산수단의 소유를 둘러싼 생산관계에 편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위에서 살펴본 노점상의 발생원인과 노점상의 경제적, 생활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 해봤을 때 우리사회의 소위 중산층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 도시빈민이며 이들 대부분은 광범위한 노동자 계급의 일환으로 바라 봐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사회는 다양한 생산양식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 왔으며 토대의 변화와 변혁을 기초로 진행되어 왔다. 낡은 생산양식은 새로운 생산양식으로 발전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대립과 투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위와 같은 계급 구분에 대하여 현대에 와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자본가와 노동자로 양분하기에는 중간단계의 계급이 너무 많다는 주장을 하거나 낡은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은 분명히 두 계급 간의 모순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고 도시빈민은 계급관계 속에서 재생산 영역 안의 다양한 갈등을 둘러싼 투쟁을 전개해 나가고 있으며 이 속에서 투쟁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도시빈민은 기본적으로 생산관계뿐 아니라 재생산영역 또는 소비영역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도시빈민을 생산관계상의 단일한 계급으로 파악하는 것을 넘어 생활상태의 동질성인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안정한 고용구조 혹은 저소득과 그에 따른 소비조건의 형태를 통해 도시빈민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안에 노점상이 있는 것이다.5)

다만 비공식부문 노동자에게도 노동자의 권리가 동등하게 부여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사안이며 노점상을 비공식 노동자로 스스로 규명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과거와는 다르게 일보전진일 수 있다. 그러나 노점상이 노동자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공식부문론’을 넘어 우리사회를 좀 더 총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상대적 과잉인구론’에 입각해 노점상을 광범위한 노동자 계급의 일 구성원으로 파악하는 것이 올바르다.


2. 노점상에 대한 계급적 지위를 둘러싼 각각의 주장들

다음은 그동안 노점상에 대한 계급적 지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노점상을 ‘도시 소자산계급이자 혁명의 보조역량’으로서 보는 견해다. 노점상은 소자산계급의 한 계층인 소상인으로 이해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소상인이라 함은 ‘자신과 가족의 노력으로 장사하여 일정한 수입을 얻어 생활해가는 소 소유자’로서 남한사회의 소자산계급은 식민지적 수탈과 매판자본의 억압으로 말미암아 그 다수가 무산자의 처지에 놓인다는 것이다. 소자산계급은 이밖에 전형적인 ‘소(상품)생산’과 ‘단순자영’을 포괄하거나 도시 쁘띠부르주아와 반(半) 프롤레타리아까지 포괄한다고 한다. 따라서 소자산계급의 최하층인 노점상은 한국 사회의 변혁에서 진보적 지식인과 애국적 민족자본가, 애국적 군인, 양심적 종교인들과 함께 혁명의 보조역량으로 배치된다.6)

둘째 노점상을 ‘도시 반(半)프롤레타리아의 동맹군‘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입장으로서 도시 자영업자와 하층의 영세상인 등으로 구성되는 반 프롤레타리아는 독점자본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경기변동으로 인한 불안정성의 위협에 놓인 채 원료와 완제품 시장을 통제받는 등 극심하게 수탈당한다. 따라서 이들은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극복이라는 이해관계를 가지면서 쁘띠부르주아의 하층, 빈농 등과 함께 혁명의 동맹세력으로서 기여한다고 이해된다.

이와 비슷한 입장인 ‘반제·반독점 민중민주의’의 입장에 따르면 반 프롤레타리아인 노점상 및 하층 영세상인은 생산수단을 소유하나 그것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안 되므로 자기의 노동력 일부를 판매하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타인에게 노동력을 팔지 않더라도 노동조건이나 생활 상태 등 모든 면에서 프롤레타리아에 가깝거나 그 이하인 사람들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매우 다양한 층으로 구성된 소부르주아의 상당 부분이 반 프롤레타리아적 존재이며 여기에 노점상도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입장에서의 소부르주아는 하강과 분해가 끝난 상태의 존재 형태로서 고전적 의미의 소부르주아와 구분된다고 한다. 따라서 노점상은 영세상인과 영세 수공업자, 철거민 등과 함께 도시 반 프롤레타리아로 규정되며 빈농과 중농, 지식인층, 쁘띠부르주아와 함께 혁명의 예비군이 된다. 이 밖에도 도시빈민을 하나의 계급으로서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면서 노점상에 대해서도 소 소유자적 기질을 극복하고 계급 운동 차원에서 성공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7)

셋째 노점상을 ‘노동계급의 한 계층이자 전술단위’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는 노동자를 생산직 노동자와 사무·판매·전문직 노동자, 반 프롤레타리아(소규모 영세업체의 임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즉 우리 사회의 노동자계급은 생산직 노동자, 사무·전문직 노동자, 빈민의 세 계층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 구조적으로 불안정·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는 건설노동자와 파출부 등을 포함하는 일용노동자, 전근대적 고용관계로 단체협약 성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일하는 영세업체 노동자, 실업노동자, 노점·행상 등의 반 프롤레타리아가 빈민계층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 견해는 만성실업이 만연된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최하계층이 노점상이며 ‘빈민은 노동자계급의 한 계층이고 본질적으로 노동자 자체’임을 주장한다. 남한 사회를 ‘봉건적 잔재가 유지되는 외세지배 하의 자본주의’로 이해하는 이 입장에서는 빈민운동은 노동운동의 위상 속에서 실업노동자 운동으로의 위상을 가지기 때문에 실업노동자총연맹(가칭)이라는 형태의 산별 노조로 들어가는 문제를 장기적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노점상은 내부 구성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므로 독자적인 계급으로 형성하는데 제약이 있다고 본다. 특히 도시빈민 대부분이 자본주의적 발전관계 속에서 상대적 과잉인구로 인하여 발생하나 이들 대부분이 비공식적인 영역과 비 자본재 부문, 비조직적인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에 대한 계급론적 접근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빈민의 삶의 조건을 도시 공간 안의 도시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에 따르면 도시는 단순히 농촌과 다른 생활양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노동의 사회적 재생산을 이루어내는 공간8) 이거나 자본 투자와 축적에 따라 사회구조가 바뀌게 되는 투자환경9)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시각은 자본주의 진행에 따라 도시가 자본주의 발전의 중요 기반이 되는 노동력 재생산 과정에 이바지한다는 점과 자본 축적과정을 이해하는 데서 소비의 영역을 주요 연구 분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시각은 도시공간의 영역인 주택을 둘러싼 재개발 사업과 이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세입자와 철거민, 영세노점상의 문제 그리고 환경과 도시개발의 문제 등의 영역에서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계급갈등의 새로운 국면을 부각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 했다. 또한, 소비과정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국가의 개입과 이를 통해 전개되는 계급갈등의 관계를 찾음으로써 도시빈민들의 사회운동 참여와 실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3. 노점상은 기회주의적 집단인가?

다음은 노점상의 의식적인 측면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각에서는 노점상은 소소유자적인 기질로 인해 기회주의적이고 이중적이기 때문에 결코 사회운동에 복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가령 2009년 용산철거민 투쟁에 있어서 노점상 상층관료는 조직의 보위를 앞세워 투쟁을 봉쇄하였으며 노점상 상층관료에 맞서 아래로부터 극복해 내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노점상들은 연대투쟁을 포기하고 투쟁을 회피하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노점상들의 저항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의지로부터 출발하는데 그치며 총체적으로 반 자본, 반정부의 입장으로 구체화 되는 것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노점상 운동의 일면만 바라보는 시각으로 사회변혁의 일주체로 자신을 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노점상의 저항은 생존권이라는 매우 제한된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투쟁을 이끄는 주체의 의지에 따라 전체 민중과 함께 하는 총체적 사회변혁의 일원으로 나설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인 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했던 사례는 무수히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최근 서울시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노점상 관리통제대책’에 따른 부분적인 허가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자치단체별 양성화를 통해 노점상의 저항은 필연적으로 약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최소한의 범위에서 인정받는 노점상으로 살아남기 위해 동료 노점상과의 치열한 경쟁을 하며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할 것이며 결국 노점상은 쁘띠 부르주아(소소유자)적 성격을 갖는 집단으로 변화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노점상 단체의 상층관료적인 문제와 병합되어 깊숙이 서울시를 비롯한 자치단체들과 타협적인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노점상 대다수는 스스로를 노점상이 되게끔 강제하며 자신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현 시대에 정면으로 저항할 것이다. 이러한 근거는 과거 노점상 운동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80년대와 90년대 초에도 노점상을 개량화 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러한 움직임에 해당주체가 어떻게 대처하고 노력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서울시를 중심으로 노점상을 ’노점상관리통제‘ 정책으로 개량화 시키려는 흐름이 있다 하더라도 운동주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실천이 뒤 따른다면 노점상의 소 소유자적 의식을 충분히 제어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일반 노점상들이 노동자계급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자신의 문제를 사회적인 의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가 사실은 핵심적인 관건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은 노점상의 ‘노동자 의식’ 다시 말해서 노점상이 노동자로써는 불안정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계급적 의식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용산의 철거민 투쟁이 자신의 투쟁이라는 것, 노동자와 농민의 투쟁이 또 다른 자신의 투쟁으로 인식하는 것, 이 땅의 노점상이 자신의 투쟁을 사회전체적인 계급적 투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 이러한 의식적인 노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안타깝게도 이 사회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고 노동자 스스로도 자신들의 투쟁을 사회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하며 투쟁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합주의와 경제투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상 노점상이 노동자로 스스로를 규명하는 문제가 계급적 의식과 연동되지 않았을 때의 한 계를 짚어 봤다.10)


4. 노점상 운동의 방향

첫째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공간 안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교통, 환경, 토지, 주택 등을 둘러싼 계급, 계층 간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으며 갈등이 증폭 될수록 서로간의 갈등을 조장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인 문제를 은폐시키고 왜곡하고 있기도 하다.

노점상의 역기능을 강조하며 생존권 투쟁의 정당성을 훼손시키는 부분도 위와 같은 흐름 속에서 배치가 된다. 노점상은 고용불안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으로서 역할이 있으며 영세업체 및 가내수공업 상품의 유통통로로서 많은 사람들이 저렴한 가격과 구매의 편리함 때문에 노점상을 이용하고 있다. 이밖에 거리 풍물의 기능으로써 노점상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노점상 운동이 제약을 받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거리를 무단으로 점거하고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노점상의 역기능을 최소화 하고 일반 시민들의 보행권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자리매매와 자릿세 금지, 기업형 노점의 척결 등 노점상 스스로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전국적으로 용역 업체는 약 2천여 개를 훨씬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대부분은 폭력조직이 개입이 되어 합법적인 자금줄이 되고 있다. 용역업체들은 단속 성과에 따라 예산 집행이 되기 때문에 단속과 철거 시 폭력의 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도시빈민인 노점상, 철거민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자신들의 이해를 챙기는 사회적으로 공인 받는 조직이 이들인 것이다. 그리고 용역깡패가 백주대낮에 거리에서 무협영화를 찍듯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은 현행 행정대집행법과 경비업법 때문이다. 용역깡패 및 구청직원의 단속에 문제를 넘어 궁극적이고 총체적인 국가권력의 폭력을 막아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그 동안의 노점상 투쟁은 경제적 이해와 요구투쟁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노동자들의 불완전고용 구조와 사회적 빈곤문제를 노점상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천적으로는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발생원인과 노점문제에 대한 인식은 구조적임에도 불구하고, 실천은 단순한 단속반대, 노점상 생존권보장, 현 자리 장사 인정 등 상권보장 수준의 요구투쟁에 한정되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노점상이 빈곤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주택, 교통, 환경, 의료, 교육 등의 문제와 연동된다. 이를 어떻게 운동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가? 이밖에 유통과 소비의 영역과 도시문제를 끌어안으며 총체적 사회진보와 변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무엇인지, 고민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노점상이 갖는 사회경제적 역할을 좀 더 체계적으로 구체화하고, 도시공간의 재편과 부합하는 현대적 노점상의 상(像)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넷째 노점운동이 도시빈민 운동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에 기초해 과거에 전빈협 혹은 최근의 전빈련과 같은 도시빈민 연대운동을 전개해왔으나 도시빈민운동의 강고한 연대체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밖에 노점상 운동이 전개되던 과정 속에서 정치세력화는 일반 노점상들을 대상화시키고 소외시킴으로 해서 오히려 정치적 불신감과 패배의식을 낳았다. 이념과 기치를 통해 올바른 투쟁 방향을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에 대중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5. 글을 정리하며

노점상은 80년대 초반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투쟁을 전개해 왔던 철거민과 함께 빈민운동 의 영역을 직업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켰다. 무엇보다도 도시빈민의 문제를 집단적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이해하고자 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사고하였던 빈민운동을 넘어 생산의 영역, 직업의 영역으로 까지 넓히고 직업과 지역의 유기적 연관관계 속에서 도시빈민운동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노점상운동은 철거민운동과 함께 도시빈민의 대중투쟁을 선도하며 도시빈민운동을 부문운동으로 정립하는데 커다랗게 기여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노점상이 소 소유자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일각의 편견을 불식시키고 하나의 ‘운동주체’가 될 수 있음도 충분히 보여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 시기 노점상운동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노점상운동은 스스로의 내적 동력보다는, 자신의 문제를 규정하는 외적요인이라 할 수 있는 단속의 강도에 의해 그 투쟁과 조직력의 수위를 규정받아왔다. 따라서 단속중지라는 요구가 수용되면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었다. 결국 그 동안의 강력한 투쟁과 이에 기반 한 조직화가 정권이 조성하는 상황에 의해 규정받으며 수동적이었다는 데 노점상운동의 현재적 고민이 집중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연재 마지막 회에 다시 언급을 하겠다.


각주)-----------------

1)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노점상 실태와 대응방향” (혜원문화사 1993년) 23p
2) 최덕효, “‘빈민운동 표류론’과 비공식부문 노동을 논한다”(인권뉴스, 2010.08.10). 노점노동연대(준)의 노점상의 비공식부문 노동자 론이 생존권과 사회적 권리를 획득하려는 소박한 노력인지 아니면 노점상이 노동자여야 하는데 이에 따른 적절한 수사를 찾다 보니 ILO의 비공식부문론을 끌어온 것 인지는 아직 완결된 그들의 입장이 없어서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우리사회의 빈민운동사(11)를 통해 ‘비공식부문론’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최근 들어 안정된 정치적 제도와 물적 토대가 확보된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비공식부문론을 채택하여 비공식부문 노동자에게 일정정도 혜택과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모색하는 것 같다.
4) 우리사회의 빈민운동사(9) 서울시의‘노점상관리통제대책’과 이근재 열사 투쟁 참조
5) 최인기, ‘전철연 운동을 둘러싼 몇 가지 견해’ 『토론문』 2007년 자료 재구성
6) 김영석,『도시빈민론』 아침 1985년
7) 장제준, "도시 노점상의 계급성에 관한 일 연구"『한국의 도시문제와 지역사회』(문학과 지성사1991년) p183
8) 마뉴엘 카스텔, (1979년) “도시지역운동의 역사적 전개” 『도시지역운동연구 (세계 1986년)
9) 데이비드 하비, (1978년) 최병두 옮김 『사회정의와 도시 (종로서적 1983년)
10) 최인기, “노점상은 노동자 인가?” 민주노련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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