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인권상 줄 자격없다”...수상 거부 파문

여고생, 단체 수상거부..장애인 인권상 시상도 현병철 위원장 거부

국가인권위에서 주는 인권상을 수상하게 된 개인과 단체가 수상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인권표창장을 받는 이주노동자방송과 인권논문상을 수상하는 동성애자인권연대, 인권에세이상 대상을 받는 김은총 학생은 “현병철 위원장이 있는 국가인권회는 인권상을 줄 자격이 없다”며 상을 거부하였다.

8일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는 인권에세이 대상 수상자인 영복고등학교 3학년 김은총 학생이 보내온 글을 공개했다. 이 글에서 김은총 학생은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거부를 결심하였고,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고 수상 거부 이유를 밝혔다.

또, 인권위가 주는 표창장을 거부한 이주노동자방송(MWTV)은 성명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투명한 선출 과정을 거친 구성원들이 이끄는,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요구한다”며 “그 운영에 있어 정부의 테두리를 벗어나 공정하고 평등한 공적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연대 단체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수상거부 입장을 밝혔다.

인권논문상 우수상에 선정된 동성애자인권연대도 “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인권논문 수상을 기뻐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논리와 상식이 결여된 채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동성애 혐오 조장 단체들의 위협행동에 침묵, 방관”하는 것을 비판하였다. 또한 “ 인권없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독립성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눈치 보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오히려 우리의 인권을 해칠 수 있다”며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였다.

한편, 장향숙 인권위 상임위원은 8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에서 장애인 인권상 시상식에서도 현병철 위원장이 시상을 하면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해 다른 상임위원이 시상을 하고 왔다고 밝혔다.

장 상임위원은 “얼마 전에 장애인 인권상도 시상식이 있었다”며 “원래는 위원장이 가서 시상을 해야 되는데, 그쪽에서도 위원장이 오면 그 상을 받지 않겠다, 이렇게 해서 다른 상임위원이 가서 시상을 하고 왔다”고 설명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사퇴하지 않고, 정부여당이 부적격자 반인권인물 홍진표씨를 상임위원으로 추천한 상황에서 인권상 거부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MWTV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상 수여를 거부한다

MWTV (이주노동자의 방송)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1월 본 단체에 수여한 '인권상'을 반납하며, 수상 거부의 이유를 밝히고, 현재 인권위가 직면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은 확고한 입장을 밝힌다.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 (이하 인권위)는, 출범 후 근 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다소의 부침을 겪으면서도 명실상부한 독립 기관으로서 초기의 가치를 지켜내 왔다.

하지만 최근 현 인권위원장의 취임을 시작으로, 비민주적인 운영으로 말해지는 여러 행보로부터, 우리는 인권위가 본분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인권위는 위원장의 독단적인 조직운영으로, 독립성마저 지켜지지 못한 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내부 인사들의 연이은 사퇴는 최근 인권위가 그 사명과 근거 의식을 뒤로 한 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의 방증이다.

가장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인권위가, 정부의 하위 기관으로 전락해, 현재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것은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입지를 사실상 포기했음을 말한다. 기본적인 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나라를 어떻게 민주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인권에 반하도록 운영되는 기관이 어떻게 국가를 대표하는 인권 기구일 수 있는가.
본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투명한 선출 과정을 거친 구성원들이 이끄는,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길 요구한다. 또한 그 운영에 있어 정부의 테두리를 벗어나 공정하고 평등한 공적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연대 단체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한다.

본 단체의 수상 거부가, 현재의 인권위원회가 당면한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임과 동시에 불가침의 영역인 인권을 말하는 국가의 유일한 기구인 인권위에 보내는 애정 어린 권고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2010. 12. 07
MWTV 이주노동자의 방송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논문 수상할 자격있나!

- 2010년 인권논문 수상을 거부하며 -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10년 인권논문 일반부 우수상 (보이지 않는 노동자, 일터에서의 성소수자 차별실태 분석) 수상을 거부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가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인권논문 수상을 기뻐할 수 있겠는가!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인권위원들과 전문위원들의 사퇴, 전국의 인권시민단체들의 사퇴압력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인권위를 운영하고 있고 독립성마저 훼손시키고 있다. 장애인들의 정당한 요구마저 경찰력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묵살해버렸다. 인권논문 대상은 <장애연금제도의 도입과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주제로 한 것인데 장애인들의 인권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안에서 무너졌다. 인권논문 최우수상과 우수상은 성전환자와 동성애자 인권에 관한 내용인데 군형법 92조 위헌결정 촉구를 위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는 보도가 발표된 뒤 보수단체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군형법 위헌 의견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을 하였다. 성소수자들의 인권이 현병철 인권위원장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짓밟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논리와 상식이 결여된 채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동성애 혐오 조장 단체들의 위협행동에 침묵, 방관할 것이 아니라 퇴거조치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을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적격자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가치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권논문 수상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인권과 관련한 지식 기반을 확충하고, 사회 일반의 인권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높이고자 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권연구 공모사업을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인권논문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논의되고 개선되어야 할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현안들을 주제로 잡은 소중한 논문들이 대부분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동성애자 노동자들의 일터에서의 차별문제를 가지고 인권논문 공모에 참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번에 수상한 모든 논문의 주제들을 연구결과로만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인권위가 주체로 나서 정책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도록 널리 보급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는 현 정부가 가치를 두고 있지 않은 대부분의 인권현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오히려 후퇴된 정책을 만들 가능성이 많아졌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인권논문상 거부와 함께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정부의 하수인으로 남아있는 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인권을 바로 세우는 제 역할을 담당할 수가 없다. 인권없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독립성이 아니라 국가권력에 눈치보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오히려 우리의 인권을 해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과연 인권논문상을 수여할 자격이 있는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15편의 소중한 인권논문들과 에세이 작품들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

2010년 12월8일
동성애자인권연대

현병철의 국가인권위는 상을 줄 자격이 없다.

김은총 (영복여고 3학년)-2010 인권에세이 공모전 고등부 대상 수상자

상을 받는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내가 열심히 쓴 글이 좋게 평가 받아서 대상까지 받게 되었다면, 그건 참 과분할 정도의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상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아있는 현병철 위원장이 주는 상은 별로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몇 달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인권에세이 공모전을 하는 것을 보고 <‘언론’은 있지만, ‘여론’은 없는 학교>라는 제목으로 공모했다. ‘여론’이 없는 학교의 현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신문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국가인권위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접하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위원들이 사퇴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전문위원들도 사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위원들과 그 밖에 많은 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던 와중에 얼마 전 이 인권에세이 공모전에서 내가 쓴 글이 대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받았고,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국 이 상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비록 나는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왔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수능 공부보다도 인권 공부에 더 열을 올렸고, 인권활동에도 참여해왔다. 어쩌면 현병철 인권위원장보다도 더. 발칙하고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고등학생인 나도 느낄 만한 인권감수성도 가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여러 위원들이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데도, 그 목소리에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인권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권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보면서, 꽉 막힌 학교, 꽉 막힌 이 사회와 별반 다른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 과연 나에게, 그리고 다른 나머지 수상자들에게 상을 줄 자격이나 있을까.

인권에세이로 선정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많은 내용들이 ‘언론, 표현의 자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책임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내가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인권’을 지금 현병철이라는 사람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끝도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인권을 보장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애를 써야 할 국가인권위가 오히려 인권을 모욕하고 있는 것만 같다. 정말로 지금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고 조금이라도 성찰할 의지가 생긴다면, 감히 인권에세이 수상자인 청소년들에게 “참 잘했어요. 그러니 우리가 상 줄게요”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회로 인정할 수 없으며, 현병철 위원장이 위원장으로 앉아있는 인권위에서 주는 상은 받고 싶지 않다. 현병철 위원장은 나에게 상을 줄 자격조차 없다. 나는 2010인권에세이 대상 수상을 거부한다. 12월 10일 수상식 당일에 이런 뜻을 밝힐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친구와 같이 태국 여행을 가기로 한 날짜와 겹쳐서 수상식에 참가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수상을 거부한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내 목소리가 보태어져,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12월 13일 즈음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더 이상 현병철이라는 분이 아니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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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우리

    은총 잘했어 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