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권리 : GM대우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투쟁 ⑤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45) “해고해서 밥줄 끊더니, 낫으로 ‘밥줄’ 끊는 GM대우자동차”- 밥과 낫, 그리고 목도리: GM대우차 정문 아치 위 고공농성

장난으로 보여? 사다리차 빼라고!

“사람이 죽든 말든... 용산에서도 이런 식으로 사람 죽였지? 니들이 하는 일이 뭐야?”
“우리가 장난으로 올라온 걸로 보여? 목숨 걸고 올라 왔어. 이 새끼들아. 빨리 사다리차 빼라고. 빨리 사다리차 빼!”

12월 3일 저녁 7시, GM대우자동차 정문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 고공농성장. 정문 아치 위에서 3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지회 황호인·이준삼 조합원이 소리를 지른다. 촛불문화제가 끝날 무렵, 공장 안으로 고가 사다리가 장착된 소방차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문화제 분위기도 술렁인다. 고공농성장 앞에 사측 노무팀 직원인지 용역인지 알 수 없는 자들이 나와 웃는 모습이 고공농성자들을 더 분노하게 한다. 고공농성자들이 흥분하자 경찰은 “날도 춥고, 무슨 일이 생길까싶어 들어간 거다. 걱정할일 아니다.”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정말 필요한 방한용품은 못 올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3일 저녁 촛불문화제 [출처: 연정]

“장난으로 보여? 사다리차 빼라고!”

급기야 이준삼 조합원이 위에 올라가 있던 안전띠 두 개를 집어던져 버린다. 비정규직지회 조합원과 연대동지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그제서야 경찰은 사다리차를 빼겠다고 한다.

“준삼동지 진정하세요. 뺀다니까!”
“빼고 있다고!”
“황호인동지, 전화 좀 받아!”
“안 받아. 됐어요!”

사다리차가 정문을 빠져나간다. 문화제에 참석했던 이들은 위에 있는 사람들을 왜 흥분시키냐며 경찰에게 항의를 하고, 경찰은 오히려 웅성거리지 말고 인도 위로 올라가라고, 빨리 안전띠가 올라가게 하라며 훈계를 한다. 그리고 안전을 생각해서 한 건데, 서로 오해가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상황은 일단락 되었지만, 농성장 분위기는 쉽게 수습되지 않는다. 위에 농성하는 두 조합원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밥도 먹지 않은 두 조합원이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황호인 조합원은 감기 증세가 있다 한다.

황호인 동지! 먹고 싸우자! 이준삼 동지! 먹고 싸우자!

다음날 오후, GM대우차 정문 앞. 인천지역 민중대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천 사람연대’ 회원들이 노래공연을 한다. 서투르지만 진지한 모습에 집회 참가자들의 얼굴은 함박웃음인데, 위에서는 시쿤둥하다. 해방연대 활동가와 진보신당 부대표가 발언을 하는데, 영 분위기가 이상하다. 무슨 일이 있었나싶었지만,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 없다. 집회는 끝나가고 있었다. 사회자가 위에 올라간 조합원들에게 앞쪽으로 나와 팔뚝질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보지만, 메아리가 없다.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무뚝뚝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에 위에 올라간 두 조합원은 비정규직지회 내에서도 가장 무뚝뚝하고, 까칠한 이들이다.

“올라간 동지들이 어제부터 곡기를 끊고 있습니다. 꼭 단식투쟁을 하겠다 올라간 건 아니었는데, 지금의 답답한 상황에 대한 토로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설득도 하고, 만류도 했습니다. 오늘 여기에 있는 우리가 설득해야 합니다. 길게 멀리 내다보는 투쟁을 위해 밥 먹고 싸워야 하는데, 위에 있는 두 동지처럼 밑에 있는 우리들도 살가운 사람들이 못됩니다.”

[출처: 연정]

사회를 보는 인천지역연대 이진숙 정책위원장이 위에 있는 두 조합원들에게 밥 먹고 힘내서 싸우자고 얘기하고 식사를 올려주자는 말을 한다. 다소 민망해하면서도 간절한 목소리다.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이들 역시 머쓱해하며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위에 있는 조합원들을 바라보며 외친다.

“황호인 동지! 먹고 싸우자!”
“이준삼 동지! 먹고 싸우자!”

저희들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우리의 마음이 두 동지에게 충분히 전달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다함께 일어나서 <비정규직철폐연대가>를 부르면서 두 동지들이 밥통을 내려줄 수 있도록 힘차게 팔뚝질을 하면 좋겠습니다. 앞쪽으로 나와 주십시오.”

위에 두 조합원이 민망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본다. 집회에 참석했던 이들이 앞쪽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위에서 농성 중이던 황호인 조합원이 이야기한다.

  GM대우차 정문 아치위에서 고공농성중인 두 조합원 [출처: 연정]

“죄송합니다. 동지들. 저희가 단식하는 건 아닙니다. 어제 기분 상한 게 있었습니다. 경찰들이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우리를 제물인양 얘기를 하길래 그게 좀 빈정 상하고 마음이 안 좋아서 밥을 안 먹었던 거고요. 밥 먹겠습니다. 이렇게 안하셔도 되구요. 저희들은 원래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와~”

밑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목도리는 안 됩니다

“저희가 지금 식사를 준비 했거든요. 우리 동지들이 많이 있을 때, 식사통을 내리고 식사 올려서 받아주세요. 같이 올려줄 물품 있으면 넣어주시고요. 힘차게 <비정규직철폐연대가> 부르면서 줄 내리는 걸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위에 올라갈 식사 [출처: 연정]

“추운데 목도리 가져왔습니다. 목도리도 같이 올려주세요. 얼마나 춥겠어요. 이것까지 같이 넣으세요.”

인천 민족미술인협회에서 활동하는 성효숙 작가가 위에 있는 조합원들을 위해 목도리를 올려주겠다며 가져온다. 줄이 밑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밥줄에 밥을 매달기도 전에 경찰들이 몰려나와 물품 확인을 하려 한다.

[출처: 연정]

“목도리는 안 됩니다.”

경찰이 음식물 외에는 안 된다고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경찰들 더 이상 접근하지 마십시오.”

실랑이 끝에 밥만 넣어 올려보내려는 순간.

“야, 모하는 거야! 니네 모하는 거냐고!”

낫이란 본시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고마운 도구

회사 안에 있던 용역들이 집회 대오가 있는 정문 옆 울타리에서 낫을 들고 나타났다. 용역들은 쇠파이프로 연결한 낫을 휘두르며 밥줄을 끊으려 했다. 순식간에 집회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악하며 낫을 막고, 결국 밥을 올려보냈다. 그러자 용역들이 들고 있던 낫을 집회 참가자들 쪽으로 휘둘렀다.

[출처: 연정]

“아악~!!”

사람들의 머리 위로, 눈 앞으로 낫이 지나간다.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이 날 집회에는 GM대우차지부 집행부 임원들과 GM대우차의 정규직 노동자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 조택상 동구청장, 진보신당 임원 등이 참석하고 있었다. 용역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낫을 휘둘렀고, 경찰들은 용역들의 행동은 제지하지 않으면서 집회 참가자들만 방패로 밀었다. 그 과정에서 울타리 앞에 있던 전경들도 아무런 안전장구도 없이 낫 아래 방치되어 있었다.

[출처: 연정]

집회 참가자들은 소리를 치며 낫을 빼앗았고, 그 과정에서 GM대우차지부 간부와 학생 등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대한 항의로 위에 있는 조합원이 어렵게 올라간 밥을 밑에 있는 경찰들 쪽으로 집어던졌다. 진보신당 이애향 당원이 고심하며 메뉴를 골랐다는 쇠고기덮밥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밥 먹어야 됩니다.”
홍희덕 의원이 위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농성장을 떠난다.
이 날 집회에 함께 했던 GM대우차 정규직 노동자 이범연 씨는 "낫이란 본시 나락을 비어 따뜻한 밥을 지어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고마운 도구인데, 가끔 미친놈의 손에 쥐어주면 애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비정규직의 목을 자른 GM자본이 이제 비정규직의 밥줄을 끊으려고 백주대낮에 낫을 휘둘렀다."며 한탄했다.

  GM대우 사측이 휘둘렀던 낫 [출처: 연정]

그거 사람 죽이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곽동표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노동조합 만들었다고 해고하면서 밥줄을 끊더니, 낫을 들고 정말 '밥줄'을 끊어버리려고 하는 저들의 모습에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 그들을 비호하는 경찰들은 민중의 몽둥이”라며 분개했다.

[출처: 연정]

“저 위에 사람이 있습니다. 다정다감하게 같이 이야기 하고, 그림도 같이 그렸던 친구들이 이 추운 날씨에 밥을 계속 굶었습니다. 목도리라도 전달해주려고 갖고 나왔습니다. 밥을 안 먹겠다는 사람들을 여러 동지들이 설득해서 먹기로 하고, 밥을 올리려는 찰나. 갑자기 시퍼런 낫을 들고 그 줄을 끊으려는 용역들이 나타났습니다. 그거 사람 죽이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더 무서운 일은 여기 경찰들이 그걸 방관하고 있다는 겁니다.”

  목도리를 들고 GM대우차와 경찰들에게 항의하는 성효숙 작가 [출처: 연정]

[출처: 연정]

저녁 촛불문화제에서 성효숙 작가는 이런 상황을 보면서 용기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위에 있는 조합원에게 “더럽고, 치사해도 다음번에 밥이 올라오면 싸우기 위해 꼭 먹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집회가 정리되자 ‘파견미술팀’과 인천민미협 ‘노동미술굿팀’ 작가들이 미술작품을 만들어 농성장 곳곳에 설치한다.

  파견미술팀과 인천민미협 작가들의 작품 [출처: 연정]

감히 노예가 인간의 꿈을 꾸었다는 것이냐?

“강아지도 자기 집 앞에서는 50점 따고 들어간다는데... 제가 대우차에 27년을 다녔는데, 낫이 등장한 건 처음입니다. (낫을 휘두른)저 사람들은 저와 같은 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는 인간들인데, 어찌 분노가 일지 않겠습니까. 정규직 돼서 통근버스 타고,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우리 비지회 동지들의 요구가 뭐 그리고 과도하고, 헛된 욕망의 꿈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파견미술팀과 인천민미협 작가들의 작품 [출처: 연정]

정규직을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죄송한 마음에 꼭 나와서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는 GM대우자동차의 정규직 노동자인 최종학 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말처럼 “감히 노예가 인간의 꿈을 꾸었다는 것이냐?”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 많이 미워하십시오. 그래야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위에 있는 사람을 굶어죽일 작정이 아니라면 경찰은 제대로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구호를 힘차게 외치고 동지들한테 밥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고,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밥은 먹어야 될 거 아냐

촛불문화제 말미에 다시 밥을 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경찰이 어김없이 검열을 한다. GM대우차가 시설보호요청을 했기 때문이란다. 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신청을 하려했으나 주말이라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단다.

“반찬은 뭐에요?”
“제육덮밥이에요. 용우동 사장님한테 전화해보세요.”
“줄 내려. 밥은 먹어야 될 거 아냐.”
“황호인, 줄 내려.”

밥줄이 내려오고, 제육덮밥이 올라간다.

  GM대우차 고공농성장으로 올라가는 밥 [출처: 연정]

“와~!!”
“고맙습니다. 힘차게 투쟁하겠습니다.”
“맛있게 먹어.”
“맛있게 드세요.”

“호인이만 맨 날 줄 땡기다 죽겠다. 준삼이도 땡겨 봐라.”

홍동수 조합원이 위에다 한마디 하더니 씨익 웃으며 돌아선다.
“하루 굶는데 뭐 어때요?” “단식하는 사람들도 있는데...”하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하던 조합원들의 얼굴이 금새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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