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회운동으로 분화된 한국사회의 새로운 대안은?

[신간안내] 『거대한 운동에서 차이의 운동들로』(조희연 외, 한울, 2010)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에서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총서 시리즈 10번째 책 『거대한 운동에서 차이의 운동들로』를 발간했다. 이번 책은 저자들의 면모나 책 제목에서도 익히 알수 있듯이 그 동안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가 천착했던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운동이 겪은 변화를 연구한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추동력에 의해서 이행된 한국의 민주화는 역설적으로 사회운동에 새로운 맥락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운동의 새로운 변화를 촉발한다.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의 변화는 구조적 변화에 의한 도전과 그에 대응하는 응전이 상호작용하면서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특별히 구조적 변화 중에서 정치적 조건 변화의 진전과 경제적 조건 변화의 두 가지 변화를 중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정치적 조건 변화 과정을 ‘수동혁명적 민주화’ 과정으로 파악했고, 경제적 조건 변화를 ‘포스트-개발자본주의화’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회운동은 민주화에 의해서 2차례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민주화 직후의 변화를 ‘1차 분화’로 표현했으며 ‘반독재 민주정부’ 수립이후의 또 다른 변화를 ‘2차 분화’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트-개발자본주의화의 도전에 의해서도 1차 분화와 2차 분화를 겪는다고 한다.

이러한 분화과정은 매우 복합적인데, 이는 서구에서 신사회운동으로 부르는 것으로서 한국에서는 소수자운동(신사회운동Ⅰ), 생활세계 개혁운동(신사회운동Ⅱ), 대안적 생활세계운동(신사회운동Ⅲ)으로 범주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지배의 변화에 대응하는 ‘대항 헤게모니적 실천’으로서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 응전적 실천을 조직하느냐에 따라 사회운동의 영향력과 주도성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총론에 해당하는 서장에서 조희연은 민주화로 인해 사회운동은 정치적인 영역에서의 수동혁명적 민주화와 경제적인 영역에서의 포스트-개발자본주의화 및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라는 두 도전을 받았고, 이것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단일하고 수렴적인 운동에서 다양한 운동으로 복합적 분화를 경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민주화 이전에는 운동이 반독재로 수렴되었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다양한 이념과 가치로 분화되었다는 것이다.

제1장은 경제개혁 시민운동의 이념적 변화라는 구체적인 분석 대상을 통해 추적한다. 이 글은 기존의 시민운동이 시장과 국가에 대한 구체제적 왜곡을 신자유주의의 힘을 빌려 교정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새로운 시민운동은 그렇게 바뀐 시장과 국가의 비민주적 성격에 주목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제2장은 1차 분화의 핵심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를 다룬다.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이 전개한 다양한 연대 활동의 내역과 특징, 그리고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글은 2000년대 이후 연대의 형식은 이어지지만, 연대의 내용은 약화됨으로써 연대에서도 2차 분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며 분화의 원인을 정치적 기회 구조의 변화, 이념 및 인식의 분화, 그리고 동원 전략과 운동 방식의 분화에서 찾고 있다.

제3장이 주목하는 것은 1차 분화라기보다는 2차 분화이고, 2차 분화 중에서도 풀뿌리운동이다. 풀뿌리운동은 이러한 본격적인 분화에서 시민운동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도시 중심의 풀뿌리운동의 대표적인 사례인 서울 마포구의 성미산공동체를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풀뿌리운동의 성격과 한계를 분석한다. 또한 새롭게 나타나는 풀뿌리운동, 즉 사이버공동체운동에 주목함으로써 풀뿌리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다.

제4장은 1987년 민주화와 함께 등장한 진보적 여성운동이 사회운동으로부터 독자적인 세력으로 분화되는 것을 여성운동의 1차 분화로 보고, 이후 수동혁명적 민주화에 대응하여 진보적 여성운동 세력 내에서 여성운동이 2차 분화하여 개혁자유주의적 지향과 급진적 지향에 따라 여성정치세력화를 전문으로 하는 운동세력으로 분화하는 것을 추적한다. 이 글에서 저자들은 이념에 따른, 그리고 지역에 따른 2차 분화에서 여성운동이 기존의 준정당적 역할에서 정당과의 새로운 관계 맺음을 의미하는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장에서 제4장까지가 사회운동의 분화를 각 운동 영역을 통해 살펴본 것이라면 제5장은 민주화 이후 지역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사회운동의 존재 양태를 살핀다. 경기도 군포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분석 대상으로 하여, 지역이 답보 혹은 병목 지점에 있는 국가 수준의 민주주의의 진전을 추동할 현실적인 힘으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그 민주주의의 진전에 오히려 방해가 되는 장애들을 산출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제6장은 민주화 이후 활동가들의 경험과 지적 차이를 다룬다. 이 글에 따르면 민주화 이후의 활동가들은 참여 동기 및 과정이 다원화·다변화되었고, 활동가를 직업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며, 전문성에 대한 지향도 강화되었다. 또한 조직적으로 볼 때, 조직 내 민주주의는 이전보다 상당히 나아졌고 조직 문화는 집단적·공동체적 성격이 약화되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 내의 지적 차이에 따른 역할 분화의 문제점은 지속되고 있고, 젠더문제는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소통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주의적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7장은 민주화로 인한 과거청산 노력이 제도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제도화의 딜레마를 다룬다. 과거청산은 국가권력의 힘을 얻지 않고서는 완수될 수 없는 일이지만, 국가권력이 문제 발생의 주체이고 관료의 이익 및 관료와 유착된 사업자의 이익에 종속될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은 이런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제8장은 시민사회의 민주화 및 사회운동의 활성화와 함께 나타난 반(反)사회운동, 뉴라이트에 대해 다루는데 뉴라이트의 발생, 성격, 한계를 검토하면서 뉴라이트가 ‘새로운 운동’이기보다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짓는다. 이들이 진보에 대한 적대 속에서 자신을 정립하기보다는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을 통해 스스로를 정립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가 올드라이트에 흡수되지 않고 새로운 운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합리화,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한국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목차

서장 - ‘거대한 운동’으로의 수렴에서 ‘차이의 운동들’로의 분화: 한국 민주화 과정에서의 사회운동의 변화에 대한 연구(조희연)

제1부 부문운동의 대응과 분화

제1장 - 경제개혁 시민운동의 이념적 재평가 : 경제민주화운동의 연대와 과제를 중심으로(유철규)
제2장 - 민주화 과정에서의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 분석(윤상우)
제3장 - 민주화 과정에서의 사회운동의 분화와 변화에 대한 연구: 풀뿌리사회운동과 사이버사회운동을 중심으로(김정훈)
제4장 - 여성운동의 변화와 분화: 여성정치세력화를 중심으로(오유석·김은희)
제5장 - 민주화 이후 지역의 보수적 지배와 대안운동의 가능성: 군포시를 중심으로(이광일)

제2부 제도화의 딜레마와 대항 사회운동

제6장 - 문화, 젠더 그리고 세대적 차이에 관한 연구: 사회운동 활동가들에 대한 구술자료를 중심으로(김원)
제7장 - 과거청산운동의 제도화 과정과 변화(김동춘)
제8장 - 시민사회의 ‘갈등적 분화’와 ‘뉴라이트’(조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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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 여성운동 , 풀뿌리운동 , 신사회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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