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명한 감사원장이 청문회에 기어코 나오려고 하다가 결국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꼬리를 내리기 전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자는 기자회견에서 청문회에 서는 것조차 막은 야당과 언론을 질타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자가 사퇴를 하자 청와대의 이명박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날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도곡동 땅 사건을 맡아 이 사건과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가 범법 사실에서 빠져 나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큰 거 하나 주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얼마나 가슴이 무너져 내렸을까. 대통령까지 감사할 수 있는 그 엄청난 권력을 임기 후반기에 주려고 작심했을 터인데 이것이 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게다가 함바집 의혹 사건에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까지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큰 충격에 휩싸였을 법하다.

그러나 비용과 편익 면에서 보면 그리 손해도 아닐 성 싶다. 이명박 대통령 집안은 지난 해 예산 날치기 통과로 수조 원을 끌어당기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형님 예산이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 집안 일 아닌가. 배건기 감찰팀장은 손바닥 만한 권력이니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사퇴했고,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자는 그보다는 ‘대통령 빽’도 있고 수백 배나 큰 권력이니 사퇴하는 마당에서도 야당과 언론을 질타하고 나서야 사퇴했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정동기 감사원장 지명자나 배건기 감찰팀장은 이명박 대통령 집안과 무슨 상관이랴. 형님이 국민들의 돈을 엄청나게 챙겼고 형님 아들이 4대강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물장사를 할 터인데 주변 사람들 사퇴가 무슨 대수랴. 대우조선, 인천공항도 팔아치우려 하고 독도까지 일본에게 팔아넘기려는 마당인데 300억 정도의 재산 쯤이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그야말로 조족지혈 아니던가. 형님 아들 회사 코오롱이 얼마나 반노동자적인 집단인가는 네이버 검색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세상이고 형님이 그 회사 고문으로 다달이 받아 챙기는 500만 원은 껌 값에 불과할 터이다. 여기까지는 이명박 대통령 집안 일이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가족 개념을 좀 더 확대시켜 볼까. 권력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박영준이라는 인물 정도는 성은 다르지만 이명박 집안 사람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더 넓힌다면 영포회 인물들까지도 집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성공정책 진흥회 양재현 회장, MB연대 김원호 회장은 안된다. 왜냐고? 어차피 다 사조직인 마당에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 집안이나 영포회에 끼고 말고는 어차피 나라님이나 형님의 자유 의지에 달린 것 아닌가. 싫으면 그만인 것이지 인사소외 운운하며 불평하다니? 그것도 독도 넘겨주려고 일본 왕까지 알현한 츠키야마 아키히로에게, 게다가 하느님의 뜻으로 대통령 자리를 점지 받은 사람에게 “뭐, 인사소외?” 가당치도 않은 말 아닌가.

지난날 구소련이 붕괴한 후 쿠데타로 권력을 거머쥔 옐친 정권 하에서 신흥부자로 떠오른 재벌들은 막대한 국가의 부를 나눠 먹었다. 올리가르히라고 불리는 이들은 가스생산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나라의 사업을 독점하는 가스프롬은 베레조프스키에게, 시브네프트는 아브라모비치에게 몰아주는 식으로 나라의 부를 나눠 먹었다. 조폭 두목 똘만이들이 나이트클럽은 누구에게 모텔사업권은 누구에게 몰아주는 규모나 녹색성장 운운하며 물 산업을 집안에 몰아주는 규모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의 부를 한 집안이 말아먹는다는 점에서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들과는 비교되지 못한다. 지경부 2차관으로서 자원외교의 선봉에 선 박영준 차관을 같은 집안 사람으로 본다면 한 집안이 국민들의 눈을 속여 가며 돈 말아먹은 데에는 이만한 달인들이 없을 듯하다. 달인 코너는 김병만이 진행할 일이 아니라 파워 엘리트로 불리는 군내 나는 정치인들이 맡을 일이다.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마저 진시황도 어쩌지 못하는 레임덕이 이미 시작했다고 말할 정도로 이명박 정권은 부패의 사슬로 몰락한 옐친 정권을 그대로 닮은 길을 알아서 걷고 있다.

작년에 마이클 샌들의 정의론 붐이 일었다. 이명박 정권은 벤담의 공리주의 이론을 들이대더라도 4명의 행복을 위해 1명을 희생시키는 최대 다수의 최대의 행복 원칙과는 너무 먼 정권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권은 1명의 행복과 쾌락을 위해 99명을 불행과 고통의 나락으로 밀어 넣으면서도 괴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적인 정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명박 정권이 등장한 3년을 가리켜 저주받은 3년이라고 표현한 조국 교수 말대로 이 나라 대다수 노동자 민중은 권력의 저주를 받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은 취업자 수가 32만 3천 명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명박 정권의 은사, 하느님의 은혜를 듬뿍 받은 조중동 등 언론은 이명박 정권이 일자리 창출 목표 25만 명을 훌쩍 넘겼다고 떠들어댔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이 나라의 실업률은 3.5%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계산법은 경제활동인구만 실업률에 포함시키는 것이기에 실업자로 분류되어야 할 사람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잡아 보여주는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식 셈법이다. 마이클 샌들의 정의론처럼 공정한 셈법으로 하자면 지금 이 나라의 실업률은 15%에 육박한다. 이 나라 현재 인구 4080만 3천 명에서 누락된 비경제활동인구 1626만 5천 명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셈법에 포함시키면 부지기수의 사람들이 실업의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 저임금, 불안정 노동, 정리해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그 사이, 고소영 강부자 인간들, 한 일가의 인간들이 국가의 부를 먹어 치우고 각자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아뿔사, 이걸 어쩔 텐가.

‘최대 소수의 최대 행복’을 독점하는 이 나라는 한 마디로 말해 사회적 재난이 덮친 곳이다. 설상가상으로 구제역 조류독감 등으로 자연적인 재난까지 더해 나라가 뒤숭숭하다. 빙하기가 오려는 것인지 꽁꽁 언 한반도마저 재난의 분위기를 묵시록적인 분위기로 몰아가는 요즈음이다. 우리 시대에 최대 행복과 쾌락을 향유할 자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는 사이코패스의 뒷덜미를 잡을 엄중호 같은 형사는 <추격자> 영화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국가의 부를 트리클 다운 시키는 상황에서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권력 주변에 창궐해 있는 시대나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나 무엇이 다를까 만은, 2011년 벽두에 사이코패스 영민의 범행 뒷덜미를 낚아 챈 중호 같은 형사의 출현을 ‘도래할 민중’에게 기대할 도리 밖에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