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물질검출 은폐 의혹..."불신만 키워"

편서풍으로 안전하다더니...원전사고 난 원자력연구원은 점검대상도 안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성 제논과 요오드, 세슘 등이 국내에서 속속 검출되는 가운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검출 사실을 늦장 발표해 은폐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9일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국내 12개(서울, 춘천, 대전, 군산, 광주, 대구, 부산, 제주, 강릉, 안동, 수원, 청주) 지역 지방방사능측정소의 대기부유진 시료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춘천에서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모든 지방측정소의 대기부유진에서 ㎥당 0.049∼0.356mBq(밀리베크렐) 범위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되었고, 춘천측정소 대기부유진에서 세슘137과 세슘134가 각각 ㎥당 0.018mBq과 0.015mBq 검출됐다며 ‘인체에 무해’하다고 전했다.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을 각각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할 경우 요오드는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인 1mSv(밀리시버트)의 약 20만분의 1에서 30만분의 1가량, 세슘은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의 약 8만분의 1가량으로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23일 방사성 물질인 제논이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4일 동안이나 숨겨왔고, 방사성 요오드 검출사실도 제 때 공개하지 않자 국민들 사이에서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의 3년 임기가 끝나 1년 연임이 결정된 직후인 27일 제논 검출사실이 발표되자 연임에 걸림돌이 될까 뒤늦게 방사성 물질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안일대처 문제’...방사선 물질 소량 검출 문제없어?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 “정신적, 문화적 충격도 강하다”


특히 이번 발표는 그동안 편서풍 영향으로 방사성 물질에 영향이 없을 거라던 정부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확인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전운동환경연합은 “정부의 늦장발표와 말 바꾸기는 국민을 더욱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 아무리 편서풍의 영향권이라 하더라도 인접국가에 대규모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었는데도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높아지면서 현재까지 검출된 방사능 물질이 소량 검출되었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주장이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후쿠시마 원전이 아직 냉각에 성공하지 못하고, 방사능 물질이 계속 누출되자 추가 확산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또, 현재 방사선 측정방식이 방사성 요오드를 정확하게 측정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중 부유물을 채취해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12개의 지방방사능측정소는 대부분 기체 형태로 존재하는 방사성 요오드 131이 포함되지 않아 방사성 물질량이 과소평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 소량 검출에 대해서도 일부 전문가들은 낮은 방사선량으로도 방사성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물리적 측정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정부 주장에도 제동이 걸린다.

또, 인체에 유해, 무해하다는 것을 넘어 국민의 심리적 불안에 대한 정부 대응도 미흡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 A씨는 “방사능 물질 누출에 따른 물리적 측정도 중요하지만 물리적 충격보다 정신적, 문화적 충격도 강하다.”고 전했다.

대전운동환경연합은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대전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근거 없는 주장만 계속할 것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의 피해가 현실화 된 만큼 핵과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정확히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상대적 안전?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지역도 원자력 안전지대 아니다”


정부의 방사능 방호 및 방제 대책의 취약하다는 점도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전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했지만 충남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자 비난의 목소리가 올라온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원자력발전소보다 규모가 작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시설들을 분석해보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의 하나로 원자로가 연구용 원자로라고 하나 사용 후 핵연료, 다량의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고 있고,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모든 핵연료를 생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각종 사고가 잇따른 곳이다. 지난 2월 20일 하나로 연구시설에서 방사선 누출사고가 발생해 6시간여 동안 원자력 누출 비상을 뜻하는 ‘백색비상’이 발령되고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자료에 의하면 이 연구원은 2004년 4월 중수가 누출된 것을 시작으로 2005년 6월 방사성 요오드 131 누출 사고, 2006년 11월 연구원과 용역업체 직원 방사선 피폭 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이 150만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관리나 감시체계는 더욱 강화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전지역의 원자력 안전망은 원자력연구원만의 안전망으로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대전지역도 원자력 안전지대가 아니며, 원자력안전망 구축 현황에 대비하기위한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한국원자력연구원 A씨는 “한국원자력연구원도 안전하지 않다.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은 일리 있다. 특히 원자력발소 근처에는 시민과 공동으로 감시 체계를 둔 곳도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체 감시 시스템만 가동되며 주민, 시민과 공동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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