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약함’...나는 강해지지 않겠다”

입영일에 헌재 앞서 일인시위 한 이준규 씨

한 달 전 입영 통보를 받은 이준규 씨는 입영일인 2일, 논산 신병훈련소 대신 헌법재판소 앞을 찾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88조1항에 대한 위헌 판결을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오후 12시, 그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피켓을 들고 섰다. 피켓에는 “군대는 강합니다. 저는 약합니다. 총의 강함이 아니라 다른 이의 아픔을 보게 하는 약함이 평화를 가져옴을 압니다. 그래서 저는 강해지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손글씨가 적혀 있다.

  2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이준규 씨.
이준규 씨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얘기, 죽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군대가 예외인 게 어릴 때부터 늘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고민은 했지만 어릴 땐 그래도 ‘필요는 하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마저도 대학 가서 변했단다. 이라크전을 보면서다.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이라크를 점령하고 그러면서 폭력사태가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총으로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어요.”

더불어 대학시절 교수에게 당했던 비상식적 폭행도 생각을 바꾸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그는 석 달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어쩌다 겨우 잠들면 교수를 죽이거나 자신이 죽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그만큼 분노가 컸고 그것은 다시 군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내가 당한 건 살인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폭행이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끔찍한데 내가 군인이 돼서 누군가를 죽이게 된다면, 죽임당한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의 분노에 나는 용서를 구할 수조차 없을 것 같더라고요. 총을 드는 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 그때 들었죠.”

예비교사인 그에게 ‘어린 친구들’의 한마디가 확신을 주기도 했다. “얼마 전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할 때 아이들에게 ‘어떤 폭력도 있어서는 안 된다, 폭력은 누군가를 상처받게 한다’고 말하니까 한 아이가 ‘그럼 군대는요?’ 라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군대도 마찬가지야’라고 말해줬어요. 교생실습 갔을 때는 아이들이 군대 다녀왔냐고 물어보기에 아니라고, 가기 싫다고 말했더니 ‘나도 가기 싫다’고 하대요. 누구나 군대에 가기 싫어하고 평화를 원한다는 확신이 보태졌지요.”

그는 그렇게 알게 된 ‘약함의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살기 위해 강해야 하고 남보다 앞서야 한다고 가르치잖아요.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교사가 그런 아이들을 예뻐하니까 아이들도 그걸 알아요. 그래서 약해보이거나 우는 아이가 있으면 놀리고 잘못한 것처럼 여기죠. 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로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위로해 주는 건 강하거나 잘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아파본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렇게 얘기해줬어요. ‘약한 건 나쁜 게 아니다. 우는 게 잘못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잘 울어야 다른 사람이 아픈 걸 더 잘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아프면 아파하고,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된다. 그리고 너희가 아픈 사람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내가 그런 걸 알게 된 다음에 아이들을 만나게 돼서 이런 이야기도 해줄 수 있었어요. 참 다행이죠.”

올해로 한국의 병역거부운동이 10년을 맞았지만 이 순간에도 약 900여명의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있다. 이 씨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함에 따라 실형을 받게 될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이후 5년 동안 교사로 임용될 수 없다. 앞서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제도 개선 권고, 법안 상정,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유엔의 반복된 권고,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허용발표 등이 있었지만 병역거부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관련법 개정과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에 전쟁없는세상과 국제엠네스티 대학생네트워크 등은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앞둔 이날 이준규를 시작으로 13일까지 2주 동안 병역거부권 인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일인시위를 진행한다. 일인시위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향토예비군설치법 15조 8항, 병역법 88조 1항 1호의 위헌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는 헌법재판소 앞, 대체복무제 법안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 앞, 그리고 국방부 앞 세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홍세화, 한홍구 교수 등도 참여한다.

그 시작을 알린 이준규 씨는 “평화를 위해 나처럼 지금 당장 총을 들지 않아야 한다는 사람이 있고, 결국은 총을 놔야 하지만 일단은 들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둘 다 똑같은 평화를 원하는 건데 누군가는 처벌받는 게 온당하지 않다”며 “대체복무제가 두 그룹의 화해의 시작이자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길을 지나던 한 아주머니는 그가 들고 섰는 피켓을 가리키며 ‘이게 뭐야?’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제가 병역을 거부한다는 말입니다.” “군대 안 가겠다는 거야?” 날 세운 물음에 설명할 말을 찾던 그가 입을 뗐다.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원하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평화를 위해서 군대나 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두 명이 싸울 때,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누군가 주먹을 쥐지 않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건 이론이지!” 아주머니는 그렇게 외치고는 곧장 자리를 떠버렸다.

그는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이 시점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생각들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자신의 역할임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앞서 여러 병역거부자들이 죽이지 않아도 살 방법이 있다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고 또 그런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어준 것처럼 나도 남에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병역거부를 함으로써 “나처럼 이렇게 특별한 시민사회단체 경험이 없는 사람도 단지 죽이고 싶지 않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어찌할 바 모르다가 상처 입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병역거부 소견서 전문은 전쟁없는세상 홈페이지(http://www.withoutwar.org)에 공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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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병역거부 , 병역법 , 전쟁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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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용기 멋지십니다.
    그 용기 가득받아서 저도 6일날 국방부 앞에서 아자아자...
    군대로 평화를 얻을 수 없다. 복지가 안보다 군추가여 복지해서 더 나은 세상이된다면 그게 바로 안보에 기여하는거 아니겠어? 자살율1위 산재 사망율1위 이게 바로 안보를 위협하는거

  • 지지합니다. 이준규씨 힘내십시오.

  • 박준현

    용기가 가상하시네여... 저도 예전에는 놀림받은적이잇엇죠..왕따고1부터고생이엇지만..ㄷㄷ;;초1~5부터는친구한명도없엇습니다.6학년부터그때친구생기고 그때가 공부를못햇어여 아니.. 아에못햇죠;ㅎ;ㅎ; 고2고3부터는열심히해야하는데... 막상할려구하면... 공식이나 수학이 푸는문제가 길고 하니가... 학교를 때려치고싶어지더라구요...ㄷㄷ;;ㅎㅎ;;; 제가원하는대학이..월래... 그... 기계공학과를 하고싶엇는데... 등급땜에 자구따지니가 배울수없는 상황이더라구요;;ㄷ;ㄷ; 이걸어떡해야할지...고민이됍니다..공부를열심히안하고잇는상황지급도그렇지만... 어디서부터가기초를해야할지고민이더라구요;ㅎ;ㅎ;ㄷ;ㄷ;

  • cym

    저도 현역은 어떻게든 피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역판정 받았다가 결국 4급으로 등급을 낮춰서 공익갔어요. 그래도 지나고보니까 나라가 아직 전쟁이 끝난게 아닌데 제가 나라를 지키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어요. 군인들이 평화를 위해서 총을 든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가족을 지키기위해서... 유대인들은 해외로 나간 사람들도 자기 나라에서 전쟁이 나면 나라를 지키기위해서 귀국합니다. 자기만 살겠다고 튀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묻습니다. 60년전에 한국이 패망직전에 몰렸을 때 UN군이 총을 들지 않았다면 한국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고 모두가 총을 놓는다면 공산군도 총을 놓을까요? 오히려 얼씨구나 하면서 더 신나게 쏴죽이기만 할거에요. 그것보다 대책없는게 어딨겠습니까! 일단 정신교육이라도 먼저 받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정혜진

    맞는 말씀이시네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