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비교의 시각에서 본 중국의 철학사상

[신간안내] 『고쳐 읽는 중국철학이야기』(박상환, 도서출판 상, 2011)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중국적 ‘가치’와 ‘사변’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저서는 많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저술에는 일방적인 국수주의와 ‘전통’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상당부분 전제되어 있다. 이 책은 중국 철학의 전개를 동아시아인의 주관적 시각이 아니라 동·서 보편의 ‘세계성’에 기초하여 시대별로 분석해 들어간다. 그래서 중국과 동아시아인만의 철학사가 아니라 세계 사상사의 한 흐름으로서 중국철학에 대한 가치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다.

서양의 시각에서 기술된 중국철학사에는 서양 중심의 편견인 ‘오리엔탈리즘’이 투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동아시아의 특수성’이라고 불리는 고집과 자존심이 아니다. 서양인들도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사유의 지표를 제시하여야 한다. 이 책은 19세기 서양에 의한 동아시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동·서 비교철학의 관점에 따라 중국의 사상과 가치를 세계 철학사의 보편적 기준에 맞추어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전통적 사유인 중국철학을 전통적 관점에서 연구한다는 것은 연구관점의 동어반복이다. 모종삼과 풍우란 등 대만 신유학파의 중국철학사는 이와 같은 연구방법의 문제점을 상당부분 안고 있다. 전통의 분석은 그 현대적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에 있다. 이 책은 시종일관 현대적 관점에서 중국철학의 의미와 가치를 재해석하는데 연구목표를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Ⅱ장 ‘전통과 근대 고쳐 읽기’는 19세기 중국의 근대화 과정 연구를 통하여 ‘전통’과 ‘현대’의 문제를 집중적이고도 체계적으로 분석해, 동아시아 사회의 근대화 방법론과 근대성의 문제에 대하여 기존 저서와 달리 매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동양철학의 교양서이지만, 중국철학사에 대한 시각교정을 위해서라면 전문 연구자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I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사회적 전환기에 등장한 ‘제자백가’의 철학과 논리, ‘황제지배체제’하에서 황제-귀족-유생으로 연결되는 지식과 권력의 관계, 유가사회의 지속과 중국 전통 사유방식의 실체, 위진남북조 시대의 사상적 조류와 중국적 불교의 성립과정, 성리학 및 양명학의 발생배경과 전개과정, 청대에 실학사상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서양과 중국의 만남 등이 새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진.한대부터 청대까지 ‘유가적 사회’가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토지의 ‘사적소유’라는 물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Ⅱ부는 다소 심화된 내용으로는 주관-객관에 대한 기존의 중국철학 해설을 뒤집고 중국철학 전공자들의 자기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하였다. 또한 전통-근대를 놓고 4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주체적 입장에서 새롭게 고쳐 읽는 시도를 보인다. 저자는 중국철학 전공자들이 대부분 알고 있는 ‘천인합일’에 대한 나름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독자들이 철학과 현실의 상관성을 실제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통로를 새롭게 열어놓았다. 또한 전통과 근(현)대의 문제를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노출된 사회적 모순과 가치관의 전도를 중국과 한국의 상황에서 분석하였다. 중체서용 논쟁, 아시아적 가치 논쟁의 함의와 모순을 접할 수 있다.

저자는 중국철학을 고쳐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분단된 한반도에서 21세기를 살아야하는,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특수성은 타자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근(현)대의 보편적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철학이든 서양철학이든 ‘철학함’의 궁극적 목적은 남과 함께 사는 세상을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중국인의 자연주의적 세계관은 유기체적 세계관이다. 이는 라이프니츠에 의해 발전하여 헤겔, 마르크스, 엥겔스 또는 화이트헤드에 이르기까지 그 맥을 찾을 수 있는 일종의 변증법적 철학을 의미한다.

그래서 중국 마오쩌둥의 사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호기심이 들었다. 저자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를 “중국사회가 당면한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오쩌둥은 마르크스주의를 ‘도그마로서가 아니라 행동의 지침’으로 수용하였다. 즉 마오쩌둥은 마르크스주의를 혁명의 과학으로 연구하였으며 따라서 그에게는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가 당연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254쪽)”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서 한국의 진보좌파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그들의 향후 작업을 기대해 본다.

목 차

■ 들어가기_ 철학적 사유의 조건 : ‘철학급수’ 측정


Ⅰ. 중국철학 고쳐 읽기

01 중국의 철학시대 개막
02 유가사회와 전통적 사유방식
03 위진남북조의 사상조류
04 중국의 불교
05 성리학의 발전과 양명학
06 청대 실학사상
07 서양과 중국의 만남


Ⅱ. 전통과 근대 고쳐 읽기

08 주관-객관의 인식론①: 천인합일적 사유모델
09 주관-객관의 인식론② : 천인상분적 사유모델
10 전통과 근대①: 과학주의와 근대성
11 전통과 근대②: 중체서용적 사유
12 전통과 근대③: 사회주의적 근대화
13 전통과 근대④: 아시아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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