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급진화와 연대성의 정치

[신간안내] 『급진민주주의리뷰 데모스』1호, 2호(데모스, 2011)

우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일상을 통해서 매일매일 확인을 한다.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데다 그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더욱 급진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즉 절차적 민주주의에 머물지 말고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향해 속도를 내자는 것이다.

성공회대 민주주의 연구소에서는 2008년 1월부터 ‘데모스’라는 급진민주주의 연구모임을 만들어 세미나를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 그 결실을 맺은 무크지 창간호와 2호가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 책들은 이들 연구모임의 부분적인 산물이면서 외부와의 우정과 연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급진화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책은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직면한 질문이 만들어낸 우정과 연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와 연대하라

창간호의 제목은 ‘민주주의의 급진화’다. 주로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 좌파 그리고 민주주의 급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개진하고 있다. 필자들은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은폐된 세계, 망각된 ‘사회’의 시선에서 민주주의를 새롭게 사유하는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배제된 세계의 주체화를 통해 발생하는 새로운 정치적인 것들과 제도로서의 정치, 즉 민주주의의 내부를 독점하는 특정한 정치적인 것들과의 대결과정으로 민주주의를 사유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주도하는 적극적 역할을 민주주의 좌파(democratic left) 속에서 발견하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한국민주주의의 발전을 돌아보면, 민주주의가 다양한 사회경제적 영역으로 급진적으로 확장되어 민중의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함에도 오히려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와 사회적 보수주의에 의해 포위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결과 민중은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포기하게 되었으며, 민중이 민주주의에 기대했던 좌절된 욕망과 요구는 보수세력에 의해서 새롭게 전유되는 상황으로 발전되어갔다.

필자들은 이를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여,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향한 새로운 급진민주주의운동과 급진민주주의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마르크스주의적 이론과 다양한 포스트-구조주의적 이론 간의 긴장, 전자의 성찰적 확장을 통한 ‘공통성’의 새로운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결합의 문제의식은 노동운동을 포함한 민중운동과 다양한 사회적 저항운동의 새로운 공통성 창출과, 그에 기초한 ‘차이의 연대’를 지향하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책머리에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정치체제의 외부로 추방된,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사회주의, 생태주의, 여성주의와 민주주의를 접속하라. 급진화(radicalization)는 근본으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를 물질화하는 투쟁과 전략이다. 과거와 단절하고 미래와 연대하라.”(11쪽)고 하면서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2호의 제목은 ‘연대성의 정치학’이다.

민주주의의 연대성을 통한 새로운 조우를 위하여!

필자들이 주목하는 ‘연대성의 정치학’은 민주주의의 ‘급진성’을 다루는 우회로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연대성은 공동체 구성원의 개별적인 한계에 대한 공동의 유기적 책임이라는 일반적인 정의로부터 출발한다. 나아가 여기서의 연대성은 두 가지 측면에서 더욱 급진적이고 생산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합의의 주체’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정되고 특권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새롭게 재구성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떤 정치적 목적지점 혹은 유토피아적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한 정치 전술로 연대성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성 자체의 끊임없는 재구성을 민주적 실천이자 추상적 의미에서의 민주화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서 급진민주주의에 대한 연구의 중요한 지점 중 하나가 바로 ‘급진성’에 대한 연구이다. 민주주의를 추상적인 의미에서 ‘합의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원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다음에 따라오는 질문은 ‘합의의 주체는 누구인가?’이다.

민주주의는 한 번의 합의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을 부정한다. 민주주의는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움을 추구함과 동시에 그 새로움이 미래에는 언제나 부정될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것이 급진민주주의, 아니 모든 의미에서의 민주주의가 추구해야 하는 ‘급진성’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급진적일 수밖에 없으며, 급진적이지 않은 민주주의는 이제 민주주의일 수 없다.

합의의 주체가 급진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새로운 관계의 시도를 의미한다. 이것은 기존의 ‘나’와 ‘우리’, 그리고 상대인 ‘타자’의 정체성 모두를 부정하는 생산적 파괴와 해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급진민주주의라는 기표를 통해 강조하는 ‘급진성’은 ‘연대성’을 의미한다.

“연대성에 대한 급진적 성찰은 새롭게 조우한 낯선 존재, 즉 타자와의 관계가 두려움과 공포를 벗어나 서로의 생명가치를 동일하게 인정하는 만남이 되기 위해 기존의 합의 틀을 반성하고 창조적으로 재구성하는 출발점이다. … 새로운 연대적 실천은 곧 기존의 특권과 차별을 제거한 채 삶을 바꾸는 훈련이며, 윤리이며, 새로운 법적 주체의 잉태와 탄생을 의미한다. 연대성의 경험이 없는 유토피아는 도래할 수도 없으며, 설령 신의 축복으로 어느 날 갑자기 도래한다 해도 그것을 우리의 세계로 받아들이기에는 또 다른 힘든 여정이 필요할 것이다.”(9-10쪽).


창간호 목차

특집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향하여

1. 한국적 ‘급진민주주의론’의 개념적·이론적 재구축을 위한 일 연구
자본주의와 사회적 차별질서를 넘어서는 ‘민주주의적 변혁주의’ 탐색__조희연
2. 우리에게 급진민주주의란 무엇인가__서영표
3. 마르크스 민주주의 이론의 과학적 재구성을 위한 시론__김진업
4. 민주주의와 헤게모니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에 관한 이론적 재구성__이승원
5. 시민에서 비시민으로
잉여성의 관리구조와 불안, 그리고 연대__장훈교
6. 적대의 다원화와 민주주의적 헤게모니
헤게모니와 정당화의 변증법__정태석
7. 비판적 실재론과 비판적 사회이론
사회주의, 여성주의, 생태주의의 분열을 넘어서__서영표
8. 지배, 정치, 헤게모니, 저항, 그리고 ‘급진적 정치주의’
급진민주주의의 인간론·사회론적 기초에 대한 시론__조희연
9. 신자유주의 소비문화적 쉼에 대한 반성적 성찰
‘소비무능력자’의 해방을 위한 민주주의 전략을 위한 시론__이승원

급진민주주의를 논한다

10. ‘급진민주주의론’이 넘어야 할 산들__신정완
11. 급진민주주의라는 미결정 테제__김레베카

2호 목차

제1부 급진민주주의 기획과 ‘연대성의 정치학’의 기초

1. 급진민주주의 기획과 적·녹·보 연대 정치학
지역·여성의 관점으로 접근하기__허성우
2. 연대의 정치적 필요성과 이론적 조건
헤게모니 실천을 통한 연대와 민주주의의 통일__이승원
3.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진보와 ‘민주주의 좌파’의 정치학
새로운 급진민주주의 전선의 형성을 향하여__조희연
4. 연대의 성격과 포괄적 대안연대
반MB연대에 대한 개입과 변형의 대항 헤게모니 전략__손우정
5. 사회운동정당
사회운동과 정치정당의 접합을 통한 민주주의의 급진화__장훈교

제2부 급진민주주의 기획과 ‘연대성의 정치학’의 확장

6. 도시정치의 가능성과 한계
영국 런던광역시의회의 경험과 지역사회주의 실험__서영표
7. 한국의 국민 형성과 ‘가족주의’의 정치적 재생산
분단국가의 시민권 작동방식을 중심으로__김명희
8. 홈리스, 추방된 자들의 전복적 주체화
노숙인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를 보다__정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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