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히든카드 본다...최종라운드 돌입

[분석] 강경 독자파, “북한 문제도 재협상”..민노당, 연석회의에 물을 듯

진보신당이 파국의 벼랑 끝에서 민주노동당이 가진 마지막 히든카드를 보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은 26일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동당 등과의 신설합당 결정 여부를 8월로 미루고 각 정당 수임기구 간 2차 협상을 추진하기로 하는 내용의 ‘진보신당 조직진로와 관련한 특별결의문’을 57.9%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진보신당 2차 협상 결과가 나오면 8월말 당대회에서 가결기준 대의원 2/3의 찬성을 통해 최종 통합여부를 결정한다.

진보신당 대의원들이 이 특별결의문을 당대회에서 통과시킨 것은 그 동안 패권주의 문제에 반성하고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온 민주노동당의 진정성을 추가협상에서 확인해 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는 5.31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에 담지 못한 구체적인 당운영 방안과 5.31 합의문의 이견을 명확히 확인하면서, 패권을 극복할 통합의 실내용을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어디까지 양보할 것인지를 확인하겠다는 결의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안은 일부 진보신당 독자파들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민노당의 복심을 보겠다는 결단이고, 이 결단을 대부분 통합파들도 동의한 결의안이다. 독자파는 협상 상대인 민노당이 실제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는 뻥카(뻥카드의 준말로, 카드의 패가 좋지 않으면서도 배팅을 크게 해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임 방식)를 들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민노당의 패가 뻥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합의문을 부결시켜도 정치적 부담을 벗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또 유예된 2개월 동안 진보신당과 민노당 양당의 통합파가 최대한 진보신당 독자파를 설득할 안을 내오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통합 결정을 8월로 미루면서 2개월 동안 서로를 설득하고 합의문 부결 또는 가결 이후 독자파와 통합파가 진보신당의 전망을 만들 시간을 벌기도 했다.


특별결의안을 제안한 김형탁 진보신당 사무총장은 “파국을 막기 위해 긴급하게 특별결의안을 제안했다”며 “최종합의문은 대단히 미흡하기 짝이 없지만 합의문의 내용과 형식을 우리 스스로 부정하면 자칫 온갖 비난의 화살이 신당으로 올 수 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합의문은 아직 불안전하며, 부속합의서가 전혀 논의 되지 못했다”며 “만약 우리가 민노당과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했으면 훨씬 몸을 빼기가 쉬웠을 것이다. 합의 할 수 있는 수준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2012년 선거의 연대연합 조건은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무총장은 “연석회의 틀은 몸을 움직이기 대단히 어려운 제약조건이었다”며 “그런 상태서 아직 논의가 최종에 이르지 못했는데 그 중간 결과만 보고 ‘이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빠져나간다면 갈등과 분열은 더욱 커진다. 최종협상 결과를 반드시 봐야한다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 하다. 최종결과를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이 8월말에 최종 협상 결과를 놓고 통합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1차적으로 공은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통합파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특별결의안이 실제 공을 던진 쪽은 민노당 당권파들이다.

이번 특별결의안을 제안한 한 관계자는 “이번 결의안은 진보신당 독자파가 최대한 양보한 안이다. 이 이상 진보신당 독자파들이 양보하기는 어렵다”며 “진보신당과 민노당 양당의 통합파에게 진보신당 독자파들을 설득한 합의서를 만들어 오라는 공을 던지고, 최종적으로는 민노당 당권파에게 패권주의 문제와 참여당과의 문제 등에 대해 최종 입장을 양보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통합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며 던진 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부터 실제협상을 위한 2라운드가 전쟁수준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 독자파로 알려진 이장규 대의원도 당대회에서 특별결의안 발의에 찬성한 이유를 설명하며 “저는 이틀 전까지 8가지 이유를 들어 최종합의문 승인을 반대했던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8월말로 최종결정 미루자는데 동의한다. 통합파 동지들에게 한 번 더 마지막 기회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개월 추가협상이 시작되면 이후 패권주의 극복방안에 대한 제 생각을 밝히겠다”며 “최종합의문이 제가 생각하는 방안으로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8월말 당대회는 최종 결정이다. 당의 전현직 지도부와 모든 활동당원이 8월말 결정을 따라야 한다. 심상정, 노회찬 동지는 아직 독자파 당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제발 설득해 달라. 마지막기회다. 그러고도 설득하지 못하면 두 분의 뜻을 접고 당원의 판단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8월말 당대회 통과 더 어려울 수도

그러나 8월말 까지 추가 협상을 진행해도 진보신당 독자파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안이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통합파들이 넘어야 할 지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26일 당대회에서 특별결의문을 1/2의 찬성으로 통과 시킨 데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겠다는 일부 당원들의 움직임이 있다. 가처분이 신청되고 본안 소송에 들어가면 실제 협상을 해도 법적으로 어떤 판결이 나올지 알 수 없고 소송도 몇 개월 갈 가능성이 있어 협상이 아예 중단 될 수도 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벌써 가처분 신청을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고, 민주노동당 당권파들도 진보신당 내에서 가처분 신청을 하고 본안 소송에 들어가면 협상 무용론을 들고 나가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정치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 진보신당 쪽에서 가처분 신청에 들어가길 가장 바라는 세력은 민노당 당권파”라고 밝혔다.

추가협상 내용을 두고도 특별결의문 부결을 주도했던 진보신당 강경독자파 쪽은 더 강한 요구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강경독자파의 한 관계자는 “추가 협상을 한다면 북한문제를 반드시 재협상 해야한다”며 “패권주의 문제는 어느 정당이나 단체에서 어느 정도는 나올 수 있다. 어느 선까지 합의가 된다면 인정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민주연립정부 문제나, 선거제도 개편, 사회주의 강령 문제, 북한 문제는 명확히 3.27 당대회 요구안대로 안 되면 최종합의문을 승인해 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2차 협상의 주 논의 대상이 될 패권주의 문제는 오히려 일정 정도의 합의가 되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나머지 문제는 적당한 수준의 타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공식적으로는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이 승인되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밝혔다. 연석회의 최종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 것이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은 당내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은 9월안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당대회 결정과 대국민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최고위원들은 우선 진보대통합 연석회의에서 공론화 하자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 관계자는 “최고위원들은 연석회의에서 합의문을 인정한다는 문구를 인정하고 협상을 진행하자고 하면 협상은 진행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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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당통합반대

    지난 연석회의는 그 명을 다했다. 민노당과 민노총에 경고한다. 만약 연석회의 2가 시작된다면 박수부대는 참여치 말라 !!

  • 진보당원

    북한에 관한 시각의 차이가 한국의 민중들의 처참한 생활 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인가? 진보가 뭐하는 것인가? 가까운 곳에 둥질틀고 사는 동시대 민중들의 삶하나 진전시키지 못하는 역량을 가지고 누굴 설득한단 말인가? 진보는 정당하다고 나불대는데도 왜? 민중들이 진보를 선택하지 않는지 뇌가 있으며 생각해봐라 구더기 무섭다고 장독을 깨는 멍청한 짓거리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진보라면 그 입 닫어라 그건 진보를 가장한 수구꼴통일 뿐이다

  • 나민중

    머릿속에 먹물깨나 들었다는 작자들 머가 우선이고 머가 중요한지 삶의 기본적인 지혜도 깨닫지 못하고 오 주여 무지몽매 맹목적인 생활을 하는 진보들은 이번기회에 어금니 깨물고 주님의 품으로 들어가 행복하게 살아라 어찌 그런 지혜로 이땅 민중들의 삶을 헤아릴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