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민주주의, 위기를 넘어 대안으로

[신간안내]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조돈문 외, 메이데이, 2011)

반신자유주의 주체 형성의 실패로 신자유주의 대동맹의 지배가 재생산되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는데도 진보진영의 전략은 여전히 국가권력 장악 프로젝트에 과다하게 의존하고 있다.

집권 이전 변혁 프로젝트의 핵심은 지역사회의 주체 형성이다. 정치적으로 배제되었던 사회적 약자들이 풀뿌리 보수주의를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진보적 주체로 설 때 비로소 지역사회는 노동, 공동체, 공유, 공공성, 생태, 통합, 참여, 연대의 가치를 내용으로 하는 변화를 겪게 된다.

한국사회 30년을 성찰하고 진단하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국사회 전체가 정치 사회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각 정당이나 사회세력은 어떠한 의제와 정책을 내세울 것인지, 어떻게 내부 혁신과 정치연합을 할 것인지, 어떤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를 둘러싸서 다양한 논의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어떤 정치세력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것인가가 주된 관심사이자 목표다.

그 논쟁 구도는 주되게 보수진영의 ‘잃어버린 10년’(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vs 자유주의진영의 ‘빼앗긴 5년’(이명박 정부)이라는 정치적 구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구도 아래서 정당이나 사회세력은 자신의 집권이나 지지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를 위해 한국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고, 그 해결방안을 정책과 공약, 비전 등으로 구체화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나름의 진단을 한다.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는 무엇보다 이러한 논쟁 구도를 극복하자는 학술적인 노력의 하나다.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의 현실은 ‘잃어버린 10년’이나 ‘빼앗긴 5년’만의 결과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지난 30여 년간의 역사적 과정의 귀결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지난 30여 년간 군사독재정권, 보수정권, 자유주의정권 모두를 겪었다. 국가주도의 경제발전 전략, 시장중심의 신자유주의 전략 등도 겪었다. 민주화 이행과정과 그 퇴행도 겪었다. 2011년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의 현실은 바로 그 직접적 결과다.

따라서 ‘잃어버린 10년’과 ‘빼앗긴 5년’으로 나뉘어서 평가될 것이 아니라 이 모두를 포함하여 1980년대 이후의 30여년간의 한국사회 변화 전반에 대해 총괄적인 성찰과 평가와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때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현실을 극복할 가능성과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 vs '빼앗긴 5년‘의 논쟁구도는 그래서 퇴행적인 논쟁구도이다. 총체적인 평가와 진단 속에서 새로운 논쟁구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학답협의 진보적 학자들을 중심으로 집필됐다.

‘지역’으로부터 새로운 진보적 주체형성을!

‘제1부- 민주주의의 위기와 사회경제적 퇴행’은 한국사회의 30년을 민주주의, 법질서, 사회운동, 경제발전, 신자유주의, 금융종속, 양극화와 비정규직, 복지국가 등 8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출현 이후 한국 사회는 심각한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와 ‘사회 경제적 퇴행’을 겪고 있다. 특히 빈곤과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비정규직화, 실업자의 양산 등 ‘사회 경제적 퇴행’은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 후퇴와 맞물려 총체적인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는 한국사회의 위기의 원인을 특정 정권만의 문제로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권에 이르러 더욱 심화되기는 했지만 결국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있고, 이 점에서 ‘잃어버린 10년’과 ‘빼앗긴 5년’은 연속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전통적인 민주화세력과 친신자유주의 이해관계를 지닌 전통적 보수세력이 결합하면서 형성된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동맹’에 주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동맹’에 주목하게 될 때, 한국사회의 총체적 위기의 극복은 ‘정권 교체’만으로 가능하지 않게 된다. 한국사회 전반의 ‘세력 교체’가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신자유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적인 대안 주체가 아래로부터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권인 이명박 정권의 등장이 “시민들이 신자유주의적 시장지배를 내면화하여 보수화되고, 또 지역사회(일상적 삶)로부터의 진보적 주체의 형성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는 상층 중심의 정치연합, 선거공학 중심의 대안적 모색, 그리고 집권 플랜 등 여전히 국가권력 장악 프로젝트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진보진영의 전략에 대해 문제제기한다. “시민들의 의식이 보수화되고 지역사회의 주체형성이 되지 않은 가운데 신자유주의 대동맹과 지배이데올로기의 패권에 맞서 국가권력을 장악하는 것은 단기간 실현가능성은 물론 장악하더라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는 책 제목 그대로 대안은 ‘지역’에 있고, 아래로부터 대안적 주체를 형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배제된 사회적 약자들이 일상적 삶의 실천을 통해 지배질서에 대한 불만과 생활세계의 욕구를 공유하며 참여할 수 있는 대중운동”을 지역으로부터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에 맞선 노동, 시장에 맞선 공동체, 사유에 맞선 공유, 이윤에 맞선 공공성, 개발에 맞선 생태, 양극화에 맞선 통합, 배제에 맞선 참여, 지배에 맞선 연대의 가치”에 기초해서 지역공동체 운동을 아래로부터 전개해 나갈 때 지역사회에서 진보적 주체를 형성해 나갈 수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 동맹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제2부- 아래로부터의 대안과 실험’은 아래로부터의 진보적 대안을 형성하기 위한 이념과 전략, 담론의 형성, 협동조합과 생협운동, 노동자생협운동, 한국형 자주관리, 비정규직의 지역적 조직화, 지역운동의 사례 등 다양한 사례와 실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지역’은 여전히 실험과 시도의 초기 과정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지역운동의 경험’을 이론적으로 일반화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리고 여기에서 제안하고 있는 지역운동이 노동현장의 노동운동과 어떻게 결합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안도 비어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가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적 주체의 형성과 새로운 논의 구도 형성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 례

펴내며_한국사회의 위기와 아래로부터의 대안_조돈문

1부 민주주의 위기와 사회경제적 퇴행

5·18과 민주화 그리고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_김용복
법질서 측면에서 본 민주주의의 위기_오동석
5·18 항쟁과 1980년대 이후 한국의 사회운동_정태석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축적체제의 역사적 이행과 경제성장의 재인식_김정주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의 전개와 이론적 대안에 관한 검토_안현효·류동민
한국경제의 신자유주의화와 계급적 재생산구조의 변화: ‘금융종속’과 그 결과를 중심으로_장진호
양극화와 비정규: 분석의 확장과 해법의 방향 모색_김성희
최근 ‘복지국가론’의 의미와 전망: 민주정부 10년 복지개혁의 성과와 한계에 비추어_남찬섭


2부 아래로부터의 대안과 실험

21세기 사회주의전략: 급진민주주의+녹색사회주의_서영표
녹색성장에서 녹색복지로의 패러다임 전환 모색_이정필
권리와 정의 담론으로 조직된 지역 주체_강현수
협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으로서 사회적 경제_장원봉
경제운동으로서 유럽 협동조합의 사례와 한국 생협의 방향_정원각
노동자생협운동의 의의와 실천 방향_현정길
한국형 자주관리 기업 발전 연구: 버스 협동조합 자주관리 사례를 중심으로_백일
중소영세사업장 비정규직과 지역운동_김혜진
예술과 철강의 조우, 새로운 지역운동모델로서의 문래동_배성인
아래로부터 진보의 재구성, ‘민중의 집’_정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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