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의 해방을 위하여!

[신간안내] 『한국 근현대 여성노동: 변화와 정체성』(강이수, 문화과학사, 2011)

21세기 인류의 미래를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지역, 생태 그리고 여성이다. 이 세 가지 가치 또는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여성(주의) 문제는 여전히 부차적이다.

자본주의적 산업화가 진행된 지난 근현대 100년에 걸쳐 여성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남성들과 함께 일하며 존재해 왔지만, ‘일하는 여성’의 범주는 항상 부차적이거나 주변적인 범주였다. 노동현장에서는 ‘남성노동자’에 대비되는 주변적 범주였고, 온전한 여성의 영역인 ‘가정’을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부차적인 여성 범주였다.

이제 ‘일하는 여성’은 더 이상 낯설거나 새롭지 않고, 여성 정체성 형성의 핵심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 역사 속의 ‘일하는 여성’에 대한 기록이나 평가는 대부분 부족하고 희미한 상황이었다. 물론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현재의 ‘일하는 여성’도 크게 차이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근현대 여성노동: 변화와 정체성』은 여성노동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세심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여성노동의 역사적 변화, 노동조건과 노동경험, 일하는 여성의 정체성 그리고 일하는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담론 등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일하는 여성에 대한 통계, 기록, 자료 등을 집적하고 분석하면서 근현대 여성노동의 존재와 의미를 객관적으로 또렷하게 복원해내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여성노동에 관심을 갖는 연구자들에게 풍부한 자료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19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의 여성노동 상황을 아우르고 있다.
한편으로는 식민지 자본주의적 산업화에서 현재에 이르는 긴 기간의 여성노동의 변모 양상을 살펴볼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식민지 시기 구조화된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과 활용방식이 식민지, 해방, 전쟁, 현대적 산업화라는 급격한 경제 변화 속에서도 변화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근현대를 관통해온 여성노동에 대한 차별구조의 연속성과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은 무엇보다 젠더의 시각에서 여성노동의 의미를 온전하게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견지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 노동연구와 이론들이 출산과 양육의 부담에서 면제된 노동력 즉, 남성 노동력을 이상적 노동자로 상정하는 조직 체계이자 노동 규범이 작동하는 체계이고, 이 분석틀에서 출산과 양육, 가사노동까지 담당하는 여성노동자의 경험과 의미는 배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책에서 여성노동을 분석하는 새롭고 통합적인 개념이나 이론체계가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노동연구에서 다루지 않는 여성노동의 다양한 면모를 ‘일’과 ‘노동’의 맥락에서 재해석하기 위한 노력들이 담겨 있는 것이다. 여성노동에 대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의 작동을 고려하며 저자는 일하는 여성의 정체성, 가사서비스 노동의 의미, 가정과 일에 대한 사회적 담론, 일-가족 관계의 문제를 균형있게 다루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성노동을 둘러싼 젠더 즉, 성별화된 맥락과 더불어 계층별 맥락에 대한 분석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성노동의 위치를 남성과의 비교라는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성 내부의 차이를 가르는 지점이 무엇인지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식민지 근대 하층 노동 여성과 신여성으로 분류되는 직업집단 여성의 노동경험과 정체성의 차이, 그리고 현재 정규-비정규, 미혼-기혼, 계층별 맥락에 따라 여전히 구분되는 여성내부의 격차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위에 지적한 점들을 일관성있게 풀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연구하고 발표했던 글들을 묶어내는 형식이기 때문에 글이 발표된 시기에 따라 주된 관점과 강조점이 다르다. 그러나 여성노동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역사적 자료의 축적을 위한 노력을 통해 여성노동을 새롭게 연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차 례

1부_ 식민지 공장과 여성노동자

1장 1930년대 면방대기업 여성노동자 상태
2장 식민지 공장체제와 노동규율

2부_ 근대 여성노동 경험과 정체성

3장 근대 여성의 일과 직업관
4장 여성의 근대 경험과 여성성 형성의 ‘차이’
5장 근대 여성 서비스직의 유형과 실태
6장 근대 한국 100년과 여성의 삶

3부_ 산업화와 여성노동시장의 변화

7장 여성노동시장 구조 변화 I: 1920년-1960년
8장 여성노동시장 구조의 변화 Ⅱ: 1980년 이후를 중심으로
9장 노동시장의 변화와 일-가족 관계
10장 가사서비스 노동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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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 , 노동시장 , 일하는 여성 , 근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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