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도시성장 모델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신간안내]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조명래 외 지음, 한울, 2011)

근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도시는 인간의 허위의식과 조작된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도시의 인간들은 이성의 오만함과 편리함으로 무장하여 스스로 파괴 종결자가 되어 자연과 인간 모두를 적으로 만들었다. 도시의 인간은 살아있으되 죽은 것이며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하는 좀비가 된 것이다.

한국사회도 60-70년대 지방에서 청운의 꿈을 안고 너도나도 떼를 지어 도시로 몰려든 경험을 갖고 있다. 교육과 취업을 매개로 전통인, 시골인에서 도시인, 근대인으로 변신하고 싶은 욕망이 삶을 규정했으며, 서울에 대한 로망은 붉은 장밋빛보다 더욱 아름답게 불타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현실은 그때보다 나아졌지만 지금도 크게 변함은 없다. 그래서 이후 세대들은 나의 살던 고향이 꽃피는 산골이 아니라 서울이 돼 버렸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 도시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었다. 더 이상 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이제 도시인들은 나쁜 도시에서 불행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지속하게 되었다. 특히 서울은 권력과 자본의 집중도가 매우 강하여 한국사회 전체를 뒤 흔들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도시를 만들어서 행복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시 파괴의 근본 원인인 재개발을 멈추고 성장을 늦추면 이러한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과연 정책적 변화를 통해서 가능할 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도시에서의 주체형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며, 최근 움직이고 있는 ‘도시 주인 선언’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은 그런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사람 중심 도시’ 개념에 따른 도시개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저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특히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대두된 ‘사람 중심 도시’ 개념에 따른 도시개발을 제시하고 있다.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의 화두는 뉴타운이나 도시개발이 아닌 복지와 교육이었다. 무상급식, 보육, 사회적 기업과 일자리, 생태와 환경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까지도 거역하기 어려운 정책영역이 되어 버렸다. “콘크리트 예산에서 사람 예산으로”가 설득력 있는 구호로 다가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야당은 압승했고, ‘사람 중심 도시’가 미래 도시비전을 압축하는 말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방선거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 몇몇 연구자들에게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새로운 도시정책을 공약하고 당선된 수많은 단체장이 실제 어떤 정책으로 성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과거 개발주의 열풍이 불 때는 그저 조감도만 내놓고, 인허가만 챙겨 봐도 도시의 변화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조건에서 도시정책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나 산업 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성장의 한계 혹은 저성장 시대의 징후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도시정책에 대한 기대는 커졌지만, 실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있느냐에 대한 걱정이었다. 자칫 기대만 부풀려 놓았다가, 결국 과거 무분별한 개발패러다임이 더 나았다는 실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졌다.

필자들이 논의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지금 우리나라 도시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구, 산업, 개발여건 등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따라서 우리 도시정책의 토대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알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상당기간 저성장 단계에 들어설 수밖에 없고, 이는 종전과 같은 개발주의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서둘러 대안적 도시성장 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결국 이미 바뀐 상황을 과거의 수단으로 대처하는 모순에 빠진다는 문제의식이었다.

두 번째는 그 같은 새로운 도시모델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산업에서부터 도시계획, 문화, 인권, 공동체에 이르는 각 분야에서 개혁적 대안을 모색하는 일이었다. 이미 6·2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런저런 ‘좋은 모델’과 사업도 제안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실제 실행할 수 있는 지방정부 조직이 있는 마당에 보다 현실감 있는 과제를 마련해야 하는 고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실제 지방행정과 지방정치에 몸담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현장에서의 실험과 경험을 함께 고민하는 과제가 있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어떤 문제의식과 정책으로 새로운 도시패러다임을 실천할 것인가 하는 논의였다.

목 차

서장_저성장과 도시 패러다임의 전환

제1부 진단과 방향
제1장 21세기, 좋은 도시의 조건
제2장 도시발전 패러다임 변화와 성장편익 공유 도시
제3장 6·2 지방선거에 나타난 진보적 도시정책의 과제

제2부 분야별 평가와 제안
제4장 대도시 경제의 전환과 대응
제5장 시민과 지역 친화적 복지를 찾아서
제6장 회색의 세상, 녹색의 도시
제7장 사람 중심의 도시개발이 가능하다
제8장 성장기 택지개발의 후유증과 치유: 경기도 사례
제9장 진보 단체장을 위한 도시계획 십계
제10장 거꾸로 가는 자치재정: 지방이 진짜 주체가 되어야
제11장 주민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는 참여도시 만들기
제12장 문화예술로 여는 사람 중심의 도시

제3부 외국의 경험
제13장 혁신 지자체는 가능한가: 일본의 경험과 교훈
제14장 풀뿌리 진보정치의 가능성: 광역 런던 시의회 사례
제15장 시장지배 경제에서 사회중심 경제로: 영국과 이탈리아의 사회적 기업

제4부 현장과 과제
제16장 사람이 반가운 도시를 위한 거버넌스: 해피 수원 만들기
제17장 풀뿌리 정치와 개발욕구: 더불어 사는 전원도시 과천의 딜레마 풀기
제18장 진보집권 도시의 성공전략: 두바이 인천의 신화 깨기
제19장 사람중심의 생활구정: 서울시 성북구의 변신
제20장 더 좋은 도시, 더 행복한 시민을 위한 기초자치단체장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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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 도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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