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는 신자유주의 트로이카, 맞서는 그리스 민중

[국제통신] 긴축조치 아래 경제위기와 사회문제 심화

유로화와 그리스 경제 위기의 확대 아래 국제기관과 정부들이 부채 삭감 등 긴축조치 이행 부진을 빌미로 유럽 경제위기의 "죄인" 그리스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 그리스 민중들은 다시 강력한 대중시위로 긴축조치에 맞서고 있다.

지난 주 삼두마차란 뜻의 트로이카로 불리는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부의 구조개혁 지연을 비판하고 정부예산 재검토와 구조개혁 단행을 압박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도 이 압력에 가세한 가운데 독일 기민당의 유럽의회 의원은 9일 유럽연합 관료가 그리스 정부에 배치돼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그리스 국가자산을 민영화하고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기관과 정부들의 압력을 전후로 그리스 경제 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집중적으로 확산됐고 9일에는 국가부도설까지 등장해 그리스 정부는 즉각 진화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국제기관과 정부들의 비판에 대해 그리스 정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제기관들의 주문대로 대규모 긴축조치를 시행해온 한편 애초 합의된 부채삭감 폭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은 긴축조치로 인한 경기후퇴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긴축조치 아래 경제와 사회 위기 확대
자살률 2배, 노숙인 규모 25% 증가, 생활수준은 40% 후퇴


실제로 그리스정부의 긴축조치는 더 깊은 경제위기를 낳고 있다는 평가다. 그리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1사분기에 8.1%, 2사분기에는 7.3%로 축소됐다. 지난해 축소폭은 4.5%에 달했다. 부채규모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심화된 경제 위기 아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에 다름아닌 긴축조치가 야기한 사회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세계사회주의자저널에 8월 12일 기고한 카트리나 셀린(Katerina Selin)에 따르면 긴축조치는 일자리, 생활수준의 심각한 폭락으로 이어졌다.

그녀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15년까지 노동자와 연금자의 생활수준이 2008년에 비해 40%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실업률도 심각하다. 그리스 통계청은 지난 4월에 실업률이 15.8%에 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20%에 해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4세 이하 청소년 실업률은 특히 높으며, 24세에서 34세 사이의 실업률은 7% 상승하여 22%에 달했다.

계속해서 그녀는 올해말까지 약 10만개의 소규모 사업장이 문을 닫을 것이고 이에 따라 25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수많은 회사가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자를 해고하고 있기도 하다. 사업장 사이 개별 거래는 지난해에 비해 약 12% 줄어들었다. 우편, 전력, 철도 민영화 계획에 따라 그리스인들은 추가적으로 높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며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기도 하다.

사회단체 <세계의 의사들> 대표 니키타스 카나키스(Nikitas Kanakis)는 그리스 상황이 40년 후퇴했다고 보는 한편, 2010년초 3%에서 4%였던 그리스의 지원대상자는 약 30% 늘었다고 밝혔다. 위기는 ‘신노숙인’ 그리고 ‘신빈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게 했다. “2010년말 이래로 4천명의 그리스인이 무료인 의약품을 배급받기 위해 왔다. 아테네에서는 1500명이 테살로니키에서는 800명이 왔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아테네에서는 단지 580명이었고, 테살로니키에서는 160명이었다”. 대부분의 이들은 37세에서 55세 사이의 남성이며 심리적 그리고 열악한 거처로 인한 근육 관계 질병을 가졌다고 한다.

그녀는 또한 식사배급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배급을 받기 위해 늘어진 긴 줄은 전쟁 시기를 연상하게 한다고 보았다. 모든 이가 배급을 받을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많은 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싸움을 하기도 한다. 자주 가족 전체가 함께 오기도 하며 이들은 모두 일인분을 얻기를 희망하고 음식물을 현장에서 먹어치운다고 전했다.

또한 절망적인 상황은 보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떠밀고 있다. 하루 평균 30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이들의 수는 지난 2년 전의 두 배에 해당한다.

9월 8일자 <유로뉴스>에 따르면 경제위기에 따라 노숙인들의 규모 또한 25% 증가했다. 사회단체 활동가는 “노숙인들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거리에 정착했다. 이들 새로운 노숙인들은 실업상태에 있다. 그들은 교육받은 중산층 출신이다”고 전했다.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에는 2만명의 노숙인들이 거리에서 살아간다.

셀린은 일부 정치인들이 그리스인들은 “게으르다”며 이를 유럽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매도했지만 그리스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42.1 시간이며 이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기관 압력 아래 빼앗는 정부, 맞서는 민중들

그러나 이렇게 심각하게 후퇴되고 있는 그리스 경제와 사회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트로이카는 그리스 정부를 다시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긴축조치 추진에 가속도를 내고 있지만 민중들은 대중시위로 맞서고 있다.

최근 시위는 그리스 택시노동자와 의사 그리고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택시노동자들은 긴축조치에 포함된 택시시장 자유화조치를 반대한다. 긴축조치에 의해 입안된 법안은 택시 허가의 판매와 구매를 허용한다. 법안은 대기업을 위할 뿐이라고 택시노동자들은 비판하며 이는 7만 가정에 대한 묘비라고 본다.

대학생은 8월 국회를 통과한 대학개혁안에 맞서 시위하고 있다. 대학개혁안은 그리스 학사과정을 유럽 체계에 맞추고, 노동시장 관련 학제를 개방하고 사적인 재정의 가능성을 허용하며 대학에서의 학생 조직의 공동결정권을 폐지한다. 학생들은 현재 약 3백개의 단과대학 건물을 점거하고 있다.

병원 의사들도 48시간 파업을 단행했다. 택시사업주들은 7월 관련 법안을 반대하며 3주 동안 파업한 바 있으며 10일 다시 24시간 파업에 나섰다. 또한 세무노동조합과 청소노동조합도 이주초 파업에 돌입한다.

긴축조치, 거대은행만을 지원할 뿐

한편, 심화하고 있는 유로화와 유럽 경제위기 아래 유럽연합은 유로화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 9월 10일자 <융예벨트>에서 아딱(Attac)의 기타 뒤페르탈(Gitta Düperthal)은 유로화 지원정책이 지원하는 것은 유로화도 그리스도 아니며 단지 거대은행만이 수혜를 입을 뿐이라고 보았다. 그는 그리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받고 있다며 그리스인들은 채무 축소, 시장 개방, 공공부문 예산 삭감 등 동유럽 또는 아프리카 민중들이 겪었던 비슷한 결과를 가질 것이고 이 모두가 금융시장의 이해에 기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그리스와 함께 소위 경제위기 원인국으로 불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부도 추가적인 긴축조치를 밀어부치고 있고 이에 반대하여 노동자 민중들은 다시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저항했다.

스페인에서는 7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부채 제동안” 도입이 문제가 됐다. 이는 국가부채 수준을 헌법에 기술하는 것으로서 스페인정부는 독일에 이어 두번째로 이를 추진했다. 이에 따르면 스페인 부채는 국민총생산의 0.4% 이상을 넘어설 수 없게 된다. 이번안은 IMF의 비공식적인 권고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들과 좌파단체들은 7일 “부채 제동안”이 내정개입인 동시에 사회복지 프로그램 축소를 야기하고 사회복지국가로서의 스페인의 위상을 추락시킨다는 이유에서 반대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향후 국회의원 10%의 반대가 없을 경우 헌법은 개정되며 이러한 헌법 개정은 197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탈리아에서도 6일 수십만명의 노동자들이 정부의 긴축조치를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파업은 가장 큰 노동조합인 CGIL의 주최로 진행됐으며 전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이탈리아정부는 7월 480억 유로, 8월 중순에는 450억 유로 삭감안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 더 많이 가졌지만 아직 지불하지 않은 이들이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CGIL 대표 수잔나 카무소(Susanna Camusso)는 말했다.

그리스정부 긴축조치

그리스 정부는 그 동안 격렬한 대중 시위를 동반한 민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쳐 포괄적인 긴축조치를 밀어붙였다.

정부의 긴축조치는 2010년 3월 19%에서 21%로의 부가가치 인상과 공무원 임금 삭감으로 시작한다. 이때 매년 48억 유로 감축이 계획됐다. 이어 4월 공공부문 노동자 명절보너스와 휴가비 삭감을 포함해서 임금 일부를 삭감하는 방안이 결정됐고 매년 18억 유로 상당의 정부지출 감축안도 발표됐다.

2010년 5월에는 IMF와 EU와 협상한 긴축조치가 마련됐고 이에 따라 2013년까지 정부예산 300억 유로 삭감안이 결정했다. 2천 유로 이상 공무원 임금 동결, 모든 세금면제 폐지,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일부 폐지, 공공부문 노동자 신규채용 중지(단 5번째 빈 자리에 대해서만 충원)가 결정됐다. 이와 함께 평균 정년이 61.3세에서 63.4세로 연장됐고, 부가가치세는 21%에서 23%로 다시 인상됐으며, 담배, 알콜, 연료세가 함께 인상됐다. 이 조치는 2010년 5월 6일 그리스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를 통해 계획된 신규 부채는 2012년 단지 2.8%로 예정됐다.

이어 2011년 6월에는 2015년까지 780억 유로 삭감(약 280억 유로는 예산삭감과 세금인상을 통해, 500억 유로는 국가기관 판매를 통해 충당될 계획)을 계획했다. 마지막 긴축조치는 전체 1100억 유로 상당의 유럽연합과 IMF의 구조기금 중 5번째 분할금 지급의 전제사항이었다. 긴축조치에는 자산세 인상, 다양한 부문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상, 연대세가 포함된 한편, 2015년까지 공공부문 노동자수를 15만명 감축하고, 남은 노동자는 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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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 신자유주의 , 그리스 , 경제위기 , 긴축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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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

    힘의 균형이 무너졌을때의 계약은 일방적이다

  • 111

    음모론적으로 말하면 그리스라는 국가 해체......

  • 111

    보도블럭 깨고 시위할 필요도 없어요

  • 111

    화폐 자본주의 신용사회 ..

    자본주의를 깨는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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