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환율전쟁이 도래한 것인가?

위안화 국제화와 환율전쟁...위안화를 둘러싼 각국의 대응

미국 상원이 11일(현지시간) 환율 조작국 제재법안인 ‘2011 환율감독 개혁법’을 63대 35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특정 국가가 환율을 조작해 부당하게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보조금 지급 행위로 간주, 해당 국가 수입품에 대해 미국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중국은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 상원의 법안은 환율의 불균형을 핑계로 보호무역주의를 실행하려는 것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돌아가자 곳곳에서 2차 환율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해야 하고 오바마 미 대통령의 서명으로 정식 발효된다. 그러나 하원 통과도 불투명할뿐더러 오바마 대통령도 이 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혀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위안화 환율 법안이 국제 조약 및 국제적 의무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우려하며 “나는 우리가 가결한 법안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에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 법안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원 통과도 매우 불투명 한데, 하원 내 공화당 주요 의원들도 이 법안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도 지난 4일 위안화 환율 문제를 언급하며, 국회를 움직여 법안을 성립시켜 위안화 절상을 강요하는 것은 “월권 행위”이며, 특히 미국과 세계경제 전체의 전망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행위는 무역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아주 위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의 에릭 캔터 의원도 3일, “위안화 환율 문제를 둘러싼 입법 행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대선 후보인 공화당 페리 텍사스 주지사도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50개 이상의 상공업 단체들도 연명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들에 따르면, 위안화 환율을 빌미로 중국 제품에 상계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WTO 관련 규정을 위반하고 중국 측의 보복 조치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위안화 환율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인 행동은 미국의 고용 촉진에 무익하다고 한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이 법안을 매개로 2차 환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 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하면서 위안화 환율 문제가 다시 미국 정가는 물론 자본주의 시장 내에서도 논쟁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자국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방편으로서 위안화 환율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것이 유효한가 하는 점과 위안화 지위변화에 따른 기축통화의 변화 가능성 등에 관심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중국,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책임의 전가”

중국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자신의 경제위기와 국내 문제를 타국에 전가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종종 “환율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위안화 환율 문제도 이러한 정치적 압박에 다름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절강성 국제무역학원 시에시 원장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미국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으며, 국내 문제를 전가하고 중국을 억누르는 데 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가해도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위안화 환율에 대한 집착은 정치꾼들이 자신들의 무능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를 전가하여 중국이 ‘밥줄’을 빼앗았다고 우기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경제 규모는 이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가 되었기 때문에 중국을 억제함으로써 미국이 다시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보고 있다.

조우시쥔 중국 인민대학 금융증권연구소 부소장도 미국의 위안화 환율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우시쥔 부소장은 “환율은 국가의 주권 문제이며, 고정 환율을 채택하거나 변동 환율을 채택하든 해당 국가의 사정에 의한 것이다. 중국에서 현재 행해지고 있는 것은 시장의 수급을 기초로 관리되는 변동환율제도이며, 이 제도는 중국의 경제 발전 현황과 금융 시장 발전의 현황에 맞다.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 있어 크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시장 환경에 따라 국내 경제가 국제 시장의 영향을 적게 받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학자들은 환율 문제 때문에 미국의 무역 적자가 커지고 경제가 더 악화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미국 국내사정이라는 입장이다. 스젠쉰 퉁지대학 경제관리학과 교수는 인민일보 칼럼에서 “중미 무역의 현상은 세계적인 분업 체제와 구조조정의 결과다. 미국의 대중국 서비스 무역은 흑자이며, 대중국 화물 수출 적자의 대부분은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의 무역 전환에 의한 것이며, 미국의 하이테크 제품의 대중 수출 제한도 주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높은 실업률을 위안화 환율 탓으로 돌리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2005년 환율 개혁 이후 위안화 대 달러 환율은 약 30% 상승했지만, 미국의 실업률이 떨어지는 커녕 7%에서 9% 이상 증가했다. 이것으로도 위안화가 크게 상승한다고 해서 미국의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시장 개혁은 중국 템포로”

허마오춘 칭화대 경제외교연구센터 주임의 분석에 따르면, 위안화 통화제도 개혁과 위안화 환율제도 개혁은 지금까지 중단했던 적이 없고, 속도가 느리게 진행되어 왔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의 이익 집단의 압력이 있기 때문이며, 또 한편으로는 해외 핫머니에 의한 충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2005년 환율 개혁 이후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약 32%나 올랐다.

허마오춘 주임은 “32%라는 환율 상승폭도 미국의 일부 의원의 위안화 환율 절상에 관한 제멋대로인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안화 환율 개혁은 중국에게 유리한 원칙을 감안해야하며, 중국 자신의 방향성과 보조를 맞춰 진행돼야하며, 중국 자신의 이익을 희생해서는 안되며 다른 나라의 무리한 요구에 응해서도 안된다. 복잡한 국제 금융 정세에 직면하여 중국은 금융 주권을 유지하기 위한 충분한 경험과 충분한 자신감이 있어 앞으로도 계속 통화제도와 환율제도의 개혁을 진행시켜 나간다.” 한마디로 환율 문제는 중국의 주권 문제라는 것이다.

조우시쥔 부소장도 이러한 견해에 찬동하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안화 환율 개혁의 출발점은 항상 중국 자신의 개혁 발전의 요구이며, 주도권은 중국 인민의 손에 장악되어야 한다. 중국 경제의 추가 개방과 세계 경제의 일체화의 가속에 따라, 위안이 점차 국제화하는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며, 중국은 질서 있게 전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통화 제도, 외환관리 투자정책 등 일련의 개혁을 자주적으로 진행해, 제도 및 기술 측면에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금처럼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는 상황에서 크게 변동하는 시장 환경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시장 환경에 따라 국내 경제가 국제 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특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국제화와 환율 전쟁

한편, 중국이 G2 반열에 오르고 중국 경제의 위상이 변화함에 따라 위안화에 대한 지위변화에 따른 각국의 대응도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이 위안화 환율 문제를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쟁점화 하는 것도 이 문제를 매개로 미국의 패권적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세계경제 위기가 미국, 유럽 국가들로부터 번져나가자, 위안화의 무역 결제는 확장을 계속하고 점점 더 많은 주변국이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위안화 역외(offshore) 시장을 만들었고 싱가포르도 역외 시장 창설을 계획하는 등 위안화 역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또한 유럽 채무 위기와 미국의 양적 완화로 인해 많은 나라가 위안화를 외환보유 통화의 하나로 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위안화는 통화의 국제화를 판단하는 ‘무역결제, 투자, 외환보유’라는 3가지 요소를 이미 갖추게 되었다.

무엇보다 위안화가 급속히 국제화 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거액의 외화보유량 때문이다. 중국의 외환 보유액은 3조 2000억 달러에 달해 세계 외환보유액의 30%를 차지한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위안화를 사게 되는 주된 이유이다. 여기에 양적 완화를 통한 달러의 남발과 달러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 유로존의 채무 위기도 위안화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엔화는 오르고 있지만 ‘올려졌다’고 말해야 하는 것으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채무를 안고 있다. (물론 일본 국채 보유자들은 대부분 일본인들이라 많은 국가채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안정성이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우려가 있다. 일본의 학자와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상승해 달러나 유로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엔화의 영향력 약화에 따라 엔화를 ‘3대 기축통화’에서 밀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는 달러, 유로, 위안의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국제통화금융 체제를 안정시킨다는 구상도 부상하고 있어, 엔화의 지위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당장 2차 환율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기축통화를 두고 주요국들의 파워게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지속적인 환율 방어와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기축통화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전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대응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에 따라 환율전쟁의 재발 가능성도 점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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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

    에너지 결제 ......

  • 111

    서남아시아 사우디 opec석유결제 ㄱ축이 달러이재
    또다른 원유기반 조합국을 만든다 반미 반서방 축
    국가들로 만듭니다 여기에 조선도 가입한다는 말이 있다 러시아도 여기 가입하고 중국도 가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