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자살 대상자’ 양산하는 KT

[연속기고](2) 죽음의 기업 KT를 바꿔야 한다

지난 10월 11일 MBC PD수첩 ‘사랑합니다,KT’편에서는 KT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의 원인인 KT인력퇴출프로그램에 대해 방영했다.

KT의 직원퇴출프로그램(CP, C-Player :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은 의 대상자는 ‘114 잔류자’, ‘KT민주동지회 관련자’, ‘간부직 명예퇴직 거부자’들이며, 이들을 전혀 해보지 않은 생소한 업무로 전환 배치되거나, 도서지역 등으로 원거리 업무발령을 내는 등 집요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노동자에게 퇴출을 강요한다. 그 과정에서 KT노동자들은 ‘죽거나’ 아니면 ‘자살하거나’ 두 가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러한 KT의 악랄한 퇴출프로그램에 따라 2010년 이후 무려 20명의 노동자가 자살, 돌연사, 과로사 등으로 사망했다.

국내 최대 통신기업이자 국민들에게 공익적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KT가 민영화된 이후 외국자본을 비롯한 주주들과 고위 경영진의 배를 불리기 위해 노동자들을 얼마나 쥐어짜왔는지, 그리고 인건비 절감을 위한 KT의 위장된 정리해고 행태들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렸는지, KT가 얼마나 반사회적 기업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비극은 KT 계열사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지난 10월 3일, 희망연대노조 케이티씨에스(KTCS)지부 지부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되었다. 2008년 10월 KT는 약 500여명의 노동자를 최출하고 KT의 114 번호 안내 및 100번 콜센터를 운영하는 KT계열사인 (주)케이티스(KTIS)와 (주)케이티씨에스(KTCS)에서 VOC(Voice Of Customer)업무를 하도록 요구했다가 3년 만에 VOC(Voice Of Customer)업무 회수한다며 강제 사직을 종용했다. 그 과정에서 사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결성하고 현안 해결을 위한 교섭 내지 면담을 요구하며 투쟁해왔다. 그러나 KT는 기간 운영해왔던 퇴출프로그램 계획대로 원거리발령, 100번 콜센터로 업무전환 배치를 통보하고 9월 말, 절반 수준으로의 임금 삭감을 통보했다. KT에서 두 번이나 퇴출당한 노동자는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에도 KT는 어떠한 사과와 해명도 없이, '사직 강요한 적 없다‘ ’개인의 선택으로 업무 전환배치된 것‘이라며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고인을 욕되게 하는 뻔뻔함에 치가 떨릴 정도다.

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 조합원이 아고라에 ‘이석채 회장이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는 글을 읽었는데, 한 지인이 ‘민영기업에서는 일상화된 것을 KT만 시비거는 거 아니냐? 아무 말도 못하는 민간기업의 노동자들이 더 괴롭다’라는 댓글을 봤다.


IMF이후, 일상화된 구조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과로사하거나, 퇴출에 대한 압박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노동기본권을 박탈당하고 있는지 수없이 봐왔다. 노동자의 인권이 침해받고 삶의 권리마저 빼앗기는 현실은 한국사회에 한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쌍용차노동자들과 한진중공업사태 등은 KT노동자의 죽음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래서, 지금 한국사회에는 자본의 논리에 희생되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삶을 되찾는 투쟁이 필요하다.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짓밟히고 빼앗기고 훼손된 노동자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한 투쟁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피디수첩 방영 이후, 죽음의 기업 KT의 반노동 반인권적 경영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고 ‘잠재적 자살 대상자’들을 양산하는 KT와 이석채 회장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그간 ‘낙하산 공수부대 KT’를 지원하고 노동인권 유린에도 침묵하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주길 바란다. 죽음의 기업 KT를 바꾸는 투쟁에 시민사회에 관심과 연대를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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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가입자

    인터넷도, 인터넷전화도, 휴대전화도 모두 KT 거 씁니다. 한 달 동안 10만원 정도 통신비가 나가는데, 이 돈이 노동자 죽이고, 이석채와 KT 주주들 배당잔치에 쓰인다고 생각하니..울릉도로 쫓겨났다 결국 해고된 그 분..고소공포증 있는데, 사다리에 다리 대자마자 후들거리는 그 분..모습이 정말 너무 슬펐습니다..

  • ㅡㅡ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