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직도 혁명을 꿈꾸는가?

[신간안내] 『마르크스21』, 11호(2011 가을)

한국 출판계에서 모든 계간지들의 공통점은 약속이나 한 듯이 3,6,9,12월 1일자로 발행한다는 것이다. 계간지라는 특성 때문에 당연하겠지만 일거에 쏟아져 나오는 계간지를 한꺼번에 맞이하기는 항상 버겁다. 물론 시차를 두고 천천히 읽겠다는 소박한 계획을 세우지만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진보좌파의 계간지는 발간일시가 조금씩 다르다 보니 접근성이 효율적이다. 가장 먼저 발간되는 『마르크스주의 연구』, 그리고 5일에서 무려 20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발행되는 『진보평론』, 『문화/과학』, 『마르크스21』을 읽는 맛이 그래서 심심하지는 않다.

이들 계간지 중 가을호 막차는 『마르크스21』이 탔다. 더불어 책 소개도 늦어졌다. 이번 호는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방한 강연을 <특집>으로 묶었다. 캘리니코스는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자 석학으로, 런던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먼저, ‘오늘의 정치 전망과 혁명적 전략/전술’에서 캘리니코스는 혁명이 일어나는 조건을 창출하는 강력한 경향들이 오늘의 세계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세계경제 위기가 그런 경향들을 만들어 낸다. 물론 위기의 불균등성과 그람시가 말한 ‘시민사회’의 구실 때문에 투쟁 양상은 나라마다 서로 다르다. 따라서 나라마다 사회주의자들이 직면하는 문제도 똑같지는 않다. 여기서 캘리니코스는 노조 관료층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연성 자율주의와는 어떻게 대화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지 등 한국의 사회주의자들이 직면할 만한 문제들을 다룬다. 또, 상황 변화에 따라 전술을 신속하게 바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이렇게 하기 위해 사회주의자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 조언하고 있다.

두 번째 글인 ‘자본주의의 대안’에서 캘리니코스는 먼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최근 유행하는 발전국가 모델을 다루면서 그것이 왜 지속 가능하지 않고, 진정한 대안이라고 볼 수 없는지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적 형태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캘리니코스가 제시하는 것은 민주적 계획경제 모델이다. 또,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단숨에 도약하는 것은 아니므로 그는 이행기적 조처도 언급한다. 하지만 캘리니코스는 현재의 유럽의 긴축 반대 투쟁에 대해 디폴트, 유로존 탈퇴와 함께 은행 국유화, 가격 및 자본 통제, 투자에 대한 국가 통제 등을 과도적 요구로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 글인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는 캘리니코스의 방한에 맞춰 출간된 그의 최신작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의 출판 기념을 겸한 강연으로, 이 책의 핵심을 간명하게 요약하고 있다.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제국주의론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려고 이 책을 썼다는 캘리니코스는 현대 제국주의는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의 융합에서 비롯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현대 제국주의를 세 단계로 나눠 구체적으로 그 특징을 조명한다. 캘리니코스는 오늘날 세계 평화는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것, 국제적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특집의 마지막 글인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에서 캘리니코스는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내재한 모순들에 관한 이론일 뿐만 아니라 정치 이론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 오늘날 마르크스주의는 계급투쟁의 이론으로서, 그리고 혁명의 이론과 실천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캘리니코스는 이 각각의 의미를 우리 운동 내의 중요 쟁점들, 예를 들어 ‘노동계급은 끝났다’는 주장이나 자발성의 무제한 예찬 등과 연결해 논박하면서 설명하고, 혁명적 정치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쟁점Ⅰ>에서는 통합진보정당 논의, 금융 위기와 민스키, 발전국가 등 세 가지 쟁점을 다뤘다. 『마르크스21』 공동편집자 김하영은 ‘통합진보정당과 국민참여당’에서 왜 민주노동당과 참여당의 지도부들이 합당을 원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다. 특히 민주노동당 내의 적극적 합당 추진자들인 NL 계열의 ‘통일전선’ 전략과 참여당 대표 유시민의 포퓰리즘적 전략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정구의 ‘금융 위기와 민스키’는 2008년 경제 위기로 주류 경제학의 위신이 추락하면서 새롭게 부상한 민스키의 이론과 그 한계를 살펴보는 글이다. 민스키는 자본주의가 1970년대 이후 금융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자금 관리자 자본주의로 바뀌었다고 봤고, 은행 재편이나 금융기관 규제/감독 강화, 투자의 사회화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강동훈의 ‘발전국가론과 한국의 산업화’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와 신화는 물론 그 시대에 대한 신자유주의자들의 신화도 비판하는 글이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현재의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과거로의 복귀나 향수가 아닌 반자본주의적 대안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외 <쟁점Ⅱ>에서는 ‘인종차별과 다문화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번 호 마르크스주의는 생태학을 쟁점으로 다루고 있다. 오랜만에 레닌의 『국가와 혁명』이 고전 읽기에서 독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끝으로 피드백에서는 사노위 건설과정에 대한 평가를 다루고 있어서 내심 치열한 논쟁이 예상됐지만 의외로 조용하다. 무관심하거나 무관심한 척하거나 둘 중하나가 아닐까.

목 차

[특집] 알렉스 캘리니코스 2011년 방한 강연

오늘의 정치 전망과 혁명적 전략/전술
자본주의의 대안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
오늘날 마르크스주의의 의미

[쟁점Ⅰ] 진보, 금융, 발전국가

통합진보정당과 국민참여당 _ 김하영
금융 위기와 민스키 _ 이정구
발전국가론과 한국의 산업화 _ 강동훈

[쟁점Ⅱ] 인종차별과 다문화주의

변모하는 인종차별 _ 리처드 시모어
문화와 다문화주의 _ 개리스 젠킨스

세계관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와 생태학 _ 김종환

마르크스주의 고전 읽기
V. I. 레닌의 『국가와 혁명』 _ 차승일

서평
『위기의 한국사회, 대안은 지역이다』
지역 대안론의 의미와 한계 _ 정병호

피드백
사노위 실패의 교훈과 혁명당 건설 투쟁의 연속성 _ 이형로

태그

제국주의 , 진보좌파 , 캘리니코스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배성인(편집위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