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향해 질주하는 오바마, 인권의 적은 누구인가?

국방수권법(NDAA), 테러용의자 의심만으로 ‘무기한 감금’...인권침해 논란

올해 초 발효되기 시작한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이 심각한 인권침해 요소를 가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미국 시민에 대해, 미국 대통령의 권한으로 정당한 법 절차를 중단시키고 그들을 무기한 감금하거나 고문할 수 있게 만든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미 국방수권법이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 경제적 타격 부문에 많은 관심을 집중하고 있지만, 실상 미국 내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법 절차 없이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미국 시민’에 대해 무기한 감금 및 고문(indefinite detention without trial)을 허용한 국방수권법이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해 12월 15일자 사설에서 “국방수권법은, 미국 시민을 재판 과정 없이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차기 대통령에게 줘버린 것”이라 경고했다.

또한 국제인권단체 ‘Human Rights Watch'의 디렉터 조앤 마리너는 좌파 저널 <카운터펀치> 기고 글에서, “헌법 정신을 심각히 훼손하는 국방수권법 내 ‘무기한 감금 및 고문’조항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핵심 쟁점이며, 오바마 대통령은 반드시 구금 관련 조항을 폐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오바마 정부의 공식적 목표를 갱신하여, 반드시 관타나모 수용소를 없애야”한다고 말했다.

  [출처: 백악관]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초, 이라크전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전쟁’이라 발언하는 등 부시 전 대통령과는 다른 색깔의 개혁적인 정책 추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국방수권법 발효, 월스트리트 점거 강제 철거를 비롯 이라크전을 주도한 부시 전 대통령에게 ‘애국자’라고 칭하기도 하며 점점 ‘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의 보수화에 대한 비판여론은 지난 3일, 국제 해커 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의 영상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미국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평화적으로 마비시키자”고 예고한 영상에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 양당은 미국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미국 인민을 대표하여 인류에 반하는 범죄들을 저지르고 있다”며 “민주 공화 양당은 똑같은 거대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이 기업들은 정치 캠페인을 후원하고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 행정부를 조종한다”고 개탄했다.

또한, “이 정당들의 예비선거와 코커스는 대중들이 거대 기업의 사적 이익에 봉사하는 후보들에 투표하는 정교한 사기책의 일부일 뿐”이라며 “이 정당들은 수천만의 인민들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오바마 역시 부시와 다를 바 없는 살인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참가자들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후보 선거 캠프를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을 침해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했다는 점은, 2005년 부시 전 대통령이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장시킨 ‘애국법(Patriot Act)’과 오버랩되며 시사점을 던져준다.

당시 애국법은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며 이동하는 테러 용의자들에 대해 법원에서 각 전화번호별로 영장을 새로 발부받지 않고도 감청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이동식 도청(roving wiretap)’ 조항 △수사에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기업 내부자료의 접근권을 인정하는 조항 △공인된 외국테러단체와 연계되지 않았지만 테러 용의점이 보이는 외국인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당시 여야 양당 합의로 4년간 연장되어 큰 논란이 된 적 있다.

부시의 애국법과 오바마의 국방수권법 모두, 테러리즘을 관리하는 미국식 방법과 연관되어 있다. 인권침해적 조항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초법적 신체 구속 방식으로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과연 오바마 정부의 ‘Yes, We Can'과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