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진보전략은 무엇인가?

[신간안내] 진보전략 (진보전략회의, 타흐리르, 2012)

한국사회 변혁의 중장기적 전략과 대안사회의 전망을 연구하여 대중화하기 위해 좌파의 ‘씽크탱크’를 자임한 진보전략회의가 무크지 "진보전략"을 발간했다. 지난 2006년 준비모임을 시작한 진보전략회의는 그 동안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011년 체제를 재정비하면서 조직을 일신하고 새로운 첫 사업으로 무크지를 발간한 것이다.

이번 무크지의 특집은 <2011년 세계대공황>이며 3편의 글을 실었다. 한국의 대표적 좌파 경제학자인 김수행은 세계공황의 원인이 금융자본의 탐욕과 사기에서 비롯되었으며, 스스로 자기함정에 빠진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약탈적 행태는 결국 유로존의 자본부족국가들에게 채권을 판매하면서 유로존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를 거대한 채무국가로 만들어 디폴트에 빠지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현재의 유럽 경제위기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해법은 은행과 기업 등의 민주적 운영 및 국유화, 일자리 창출 등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성구의 특집 논문 주제는 ‘유로존의 위기와 해법’이다. 그가 강조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 금융자유화와 긴축정책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신자유주의가 실물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켰고 그에 따른 금융투기-금융위기의 메커니즘를 고착시켰으며, 이는 곧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기본 메커니즘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재정은 악화되었고, 여기에 감세정책까지 결합하여 국가재정의 부실은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해법은 유럽연합과 유럽통화동맹 수준에서의 사회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국유화, 부자증세, 금융자본과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와 과세 강화, 유럽연합의 초국적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에 대해 장시복은 미국의 경제위기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논문의 제목은 ‘세계대공황, 미국의 재정위기와 정치저항’이다. 익히 알려진 바대로 미국의 경제위기의 원인은 금융자본의 투기화, 파생상품이 본질적이다. 여기에 비금융기업의 금융화, 소비자 금융의 확대 등을 통하여 금융부문은 비약적으로 중대되고 이상비대화 현상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의 이상비대화 현상이 부채에 기반을 두고 있었는데, 이것이 세계대공황을 통해 붕괴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재정위기가 심화되어 주정부나 연방정부를 가리지 않고 심각한 수준의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다. 어떠한 대안도 정치적 갈등과 저항을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재정위기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히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일반 논문으로 배성인은 ‘진보대통합과 비판적 지지론의 쌍방향적 동일성’이라는 글에서 현재의 통합진보당은 비판적지지론에 불과하며 지난 1년 동안의 진보대통합 노력이 물거품된 것은 과거 비판적지지론의 망령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노동자계급정치를 주장하고 있다.

원영수는 ‘68혁명/운동의 정치적 재해석의 현재적 의미’를 통해 구좌파와 신좌파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나치게 구태에 얽매여 있는 ‘꼴통’ 구좌파와 과도한 상상과 가벼움으로 인해 혁명성을 상실한 신좌파 모두가 경청할 내용이다. 69혁명에 대한 그 어떤 글보다 구체적이고 분석적이다.

박석삼의 ‘2011년 아랍민중항쟁의 분석과 평가’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3개국의 민중항쟁을 비교 평가하였다. 아랍의 항쟁은 그 지역이 갖고 있는 특이성이 다른 지역의 항쟁과 구별되지만 여느 지역과 동일한 항쟁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어서 정말 흥미진진하다. 이 글의 강점은 리얼리티이다. 생생한 증언을 대거 동원해서 항쟁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은 관련 연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외 앞부분에 진단코너를 만들어서 국내정세(이득재), 노동운동(김태연), 북유럽 정세(박노자)를 말 그대로 진단했다. 이들은 ‘반MB' 시대에 진보좌파가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말미에 오창룡의 ‘68운동 시기 대학의 자주관리’ 번역들을 실으면서 구색을 갖추었다.

앞으로 진보좌파가 어떻게 할지는 이 무크지에게도 고민이다. 글의 길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필자와 내용의 풍부함이 진보전략회의와 무크지의 향후 생존전략으로 보인다. 끝까지 분투해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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