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55) 쌍용차 노동자 20번째 죽음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

두 번의 해고: 사회적 살인을 자행한 쌍용자동차

“해고시키면서 최소로 기계를 돌릴 인원까지 자르더니, 기술자가 필요하자 이 분을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며 계약직으로 고용했습니다. 이 분이 그 기술을 회사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기술 이전을 다 하고나니 더 이상 계약하지 않고, 길거리로 내몰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정상적이고, 상식이 있고, 사람을 생각하는 사회라면 이 프레스 노동자를 책임지고 일하게 했을 겁니다. 이 행태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쌍용자동차가 수많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가정과 생명을 파괴한 것과 너무 비슷합니다. 중국 상하이가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빼가고, 3천여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고, 먹고 튄 행태와 너무 비슷합니다.”


1월 31일 오전 11시, 쌍용자동차 서울사무소가 있는 풍림빌딩 앞 ‘쌍용차 노동자 20번째 죽음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첫 번째 발언을 한 민주노총 정의헌 수석부위원장이 분노를 금치 못한다. 설 연휴 전날인 1월 20일, 또 한 명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사망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인한 20번째 죽음이다. 이날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에서 평택 쌍용자동차까지 행진하는 ‘희망 뚜벅이’ 2일 차가 되는 날이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희망 뚜벅이’ 1일차를 진행하던 중에 20번째 죽음의 소식을 접했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당시, 사측은 정리해고 인원을 맞추기 위해 고인 강○○ 씨가 근무했던 프레스생산팀의 모 부서의 부서담당자 1명을 제외한 전 직원을 모두 정리해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고인은 강제 희망퇴직을 하게 된다. 막상 파업이 끝나고, 사측은 프레스생산팀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故 강○○ 조합원에게 이후 정규직 채용 약속을 하며 계약직으로 근무하게 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장비교육을 하게 했다. 고인은 장비교육을 시키고, 장비가 고장 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출근하여 장비를 수리하였다. 하지만 사측은 장비교육이 끝나자 정규직 채용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고인을 계약해지 하였다. 이에 절망한 고인은 심각한 우울증과 건강악화로 고통 받다가 잠을 자던 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전체를 해고하고 일할 사람이 없게 되자 정규직 채용 사기를 치며 일용직으로 채용해서 기술을 이전해주자 또 다시 해고를 했습니다. 해고를 2번이나 당한 겁니다. 거기에서 오는 우울증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적 삶을 망가뜨리는 사회적 살인을 쌍용자동차가 자행한 것입니다.”

기자회견 사회를 보던 고동민 조합원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듯 눈물이 한가득 고여 있다.

“유성기업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주야 교대 근무를 10년 이상 근무한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밤에는 잠 좀 자자고, 교섭해서 사측과 주간연속2교대제를 약속 했습니다. 약속 이행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더니 회사는 직장폐쇄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16명의 노동자가 구속되고, 27명이 해고되었습니다.”

유성기업지회 도성대 해고자대표도 억울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약속을 지키라고, 대화 좀 하자고 했던 것이 이들이 구속되고, 해고되고, 탄압받는 이유였다. 그는 민주노조를 지키고, 투쟁하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이야기 했다.

신뢰는 이미 깨졌어요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은 “19명의 죽음 뒤에 20번째 죽음을 막기 위해 정문
앞에 텐트를 설치했는데, 어제 우려했던 소식을 접했다.“며, 2009년 회계조작 사건의 중심에 있던 박영태가 사표를 내고 쌍용자동차를 떠나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기에 책임지고 구속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결의와 함께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나고,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대표단이 쌍용자동차 서울사무소가 있는 풍림빌딩 11층에 올라갔다. 노사협력팀 직원들이 입구에서 막는다.

  풍림빌딩 11층 쌍용자동차 서울사무소 사무실 입구

“딴 분 나오세요. 인도 마힌드라 관리자 나오라고 하세요.”
“한명도 없습니다. 다들 평택에 있거나 회의 중입니다.”
“책임 있는 사람 나오라 그래요.”
“점심시간이라 아무도 없습니다.”
“점심시간이 몇 시까진지 확인해 보세요.”
“저희가 받으면 다 보고를 합니다.”
“나중에 연락 주겠다고 한지 3개월이 지났어요. 신뢰는 이미 깨졌어요. 이게 두 번 쨉니다.”

회의실이 비어있음이 확인이 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온 이들이 회의실로 들어가려 하자 쌍용차 노무팀 직원들이 “업무방해”라며 문을 가로막는다.

  풍림빌딩 11층 쌍용자동차 서울사무소 사무실 입구

“지금 협박하는 거요? 사람이 스무 명이 죽어서 항의서한 전달하러 왔으니 책임질 사람이 나오라는 거 아니오?”
“뭘 책임지라는 건데요?”
“항의서한 받을 사람 나오라는 거 아니오. 지나가는 개가 죽어도 섭섭할 일이오. 덜 죽어서 그래? 높은 자리 앉아 있으니 사람 스무 명이 개로 보여?”
“지금 밥이 넘어가? 이유일 사장 불러와요. 기다릴 테니까.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회의실 비었어요. 커피 한 잔 합시다.”
“들어오면 주거침입으로.... 여긴 우리 임대료 내고 쓰는 사무실이니까 나가주십쇼. 나가주세요.”

사노위 이종회 대표의 “지나가는 개가 죽어도 섭섭할 일”이라는 항의가 없었다면 나는 서운했을 것 같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홍보팀장이 와서 항의서한을 받아갖고 간다.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이 쌍용자동차 홍보팀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말할 권리와 들릴 권리, 그리고 듣는 의무

넉 달 전에도 서울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사측과 정리해고 철회 등에 관한 대화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었다. 쌍용자동차가 2016년까지 30만대 판매와 매출 7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2011 쌍용차 뉴비전 선포식’을 한지 사흘이 되는 날이었다. 수차례 금속노조와 쌍용자동차지부에서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내도 답이 없어 찾아온 것이었다. 당시, 대표단은 회의실에 들어가서 사측과 이야기까지 나누었건만, 오늘 사측 직원들은 회의실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당시, 쌍용자동차 사측을 대표하여 나온 노무협력팀 팀장과 과장은 위에 보고하여, 일주일 내에 답변을 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해고노동자들은 아무런 답변을 받은 것이 없다. 그 사이 5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 2011년 봄에는 평택공장 앞에서는 사측에 교섭 공문을 전달하는 것조차 사측이 응하지 않아 실랑이가 벌어졌고, 사측이 여기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도 하였다.

작년 가을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에 와서 쌍용자동차 사측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이에 대한 사측의 반응을 보고 있으니 갑갑함이 밀려온다. 그것은 형체를 알 수 없는 두터운 장벽 같기도 하고, 메아리 없는 함성 같기도 했다. 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기도 했다.

엄기호 씨는 20대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라는 책에서 ‘말할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영어로 말할 권리라고 하면 흔히 ‘the right to speak'를 떠올리는데, 영어에는 다른 표현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the right to be heard', 들릴 권리이다. 혼자서 아무도 없는 산에 올라가 소리소리 지르는 것을 권리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며, 권리가 권리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때, 비로소 나의 말할 권리는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는 말을 하는 나의 용기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방의 ‘듣는 의무’를 요청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거칠고 정리되지 않고 울퉁불퉁한 목소리를 진지하고 꼼꼼하게 듣는 훈련이 되어 있는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동안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수도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왔다. 때로는 거칠고 투박한 언어로, 때로는 집회 때 울분에 찬 발언으로, 선전물로, 일인시위로, 세련되게 정리된 기자회견문과 항의서한으로, 그리고 요구안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쌍용자동차 사측은 해고노동자들이 주는 공문 한 장 받을 수 없고, 이들과 대화도 할 수 없고, 이들이 하는 질문과 요구에 답변조차 할 수 없고, 회사 회의실에 마주앉아 이야기조차 나누기 싫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지난 가을에 왔을 때,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이 사측에게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 그게 흐트러지면 대화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쌍용자동차 문제가 풀리기 위해서는 ‘들릴 권리’를 위한 ‘들을 의무’가 필요하고, 여기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진정성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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