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조성웅의 식물성투쟁의지](7)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투쟁이 한 창 진행되고 있었다
민주노총은 본 대오를 명동성당 쪽으로 빼고 있었고
소수의 대오만이 대치국면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맨 앞 줄에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운영위원장인 60대의 노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편집위원장인 50대의 양효식 동지가 보였다
; 우리 운동은 너무 늙은 것 아니냐?
난 구력 있는 혁명가들에 대한 존경보다는 너무 늙은 우리 운동의 ‘세대’가 더 걱정되고 위험해보였다

내 20대의 젊은 노트에는 ‘변절하지 말고 40대까지 살아남아 새로운 전통이 되자’고 기록되어 있다.
; 1990년대 중반, 내가 속한 비합 사회주의 써클은 정말 젊고 새파랬다 지도부가 갓 서른이었다
; 그 무렵 비합 민중주의자에서 합법 의회주의자로 옷을 갈아입은 자들은 많았으나 난 40대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를 본 적은 없었다
; 2000년 겨울, 40대의 양효식 동지를 처음 만났다. 견해 차이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난 그 날의 설레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의 세대는 현대중공업 해고자 조돈희 동지처럼 대중파업의 정점에 서 보지도 못하고
‘하층민’, 비정규직 노동자의 외롭고 고립된 절규로 한 시기를 다 채워야 했다
어쩌면 불행한 세대인지 모르나
내 경험의 대부분이 밑바닥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 빠져들 절망도 없다

빨리 늙고 싶었다
40대는 전통의 어떤 경계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40대가 된 지금, 난 더 절박하게 싸우고 싶고 더 잘 싸우고 싶다
나이들수록 더욱 무모해지는 것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난 나의 노트에 그리운 모든 것들을 끌어당겨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기록해둔다
‘혁명에 뒤처지지 않고 거리에서 싸우다 죽으면 족하고 행복하다’

투쟁은 언제나 세상의 첫 번째 질문이었고
혁명은 모든 것을 새롭게 했다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 대회 가두투쟁의 맨 앞 자리에
젊은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난 혁명가의 모습이 저렇게 단아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판에 어울리는 모습을 한 그에게
난 인터내셔널가를 불러주고 싶었다
지금 거리엔 새잎이, 새로운 감성이 자라고
난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거리에서, 그 즐거운 토론 속에서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2009년3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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