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물음 (1)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56) 정리해고 철회투쟁 1000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이야기

[필자주] 2012년 2월 15일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를 외치며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시작한 지 1,000일이 되었습니다.

2009년 1월 9일 쌍용자동차는 서울중앙지법에 쌍용자동차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2,646명 정리해고 계획을 제출하였습니다. 2004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인수 비용을 제외하고는 쌍용자동차에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고, 쌍용자동차의 기술을 확보하는 데만 혈안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일자리 나누기와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 준비 등 정리해고 없이 함께 살 수 있는 자구책을 제시하였으나 사측은 정해진 수순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정리해고를 진행하였습니다. 2008년부터 진행되어 온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를 포함하여 3천 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됩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공장점거파업에 들어간 노동자들에게 사측은 단전·단수와 용역·관리자들을 동원한 폭력으로, 정부는 경찰·헬기·최루액, 테이저건, 컨테이너박스 등을 이용한 살인적인 진압으로 대응하였습니다.

공장점거파업 77일, 굴뚝 농성 86일 만에 정리해고자의 42% 무급휴직자 1년 후 복귀와 58% 희망퇴직 또는 분사, 비정규직 노동자 19명 복직 등의 내용으로 2009년 8월 6일 노사합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8.6합의를 한지 2년 반이 되도록 단 한명의 무급휴직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도 공장으로 복귀하지 못하였으며, 파업 종료 후에 사측은 파업에 참여했던 100명에 가까운 비해고노동자들을 징계해고와 정직 등으로 복귀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해고노동자들은 회사와 국가 등으로부터 400여 억 원의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쌍용자동차는 8.6합의 이후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에서 인수하여 2011년 3월 14일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정상기업’이 되어 자동차 생산과 판매대수가 금융위기 이전인 10만대를 넘어섰으나 억울하게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쌍용차 인수 이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마힌드라 그룹 역시 상하이차 때와 같은 기술유출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지난 2월 28일, 이유일 현 대표이사와 관련 회계법인 등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 하였습니다. 이들이 실제 부채비율 187%인 쌍용자동차를 회계 조작을 통해 부채비율 561%인 회사로 만들어 국민과 법원을 속이고 3천여 명의 무고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쫓았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리해고로 인해 공장 안과 밖에 있는 노동자와 가족 21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에서 2011년 실시한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최근 1년 쌍용차 노동자들의 자살률은 평균 자살률보다 3.74배 높았으며,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80.0%로 나타났습니다.

투쟁 1,000일을 훌쩍 넘긴 지금, 이들 해고노동자들은 2012년에는 반드시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절박한 각오로 또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 천일 동안 알고 있었나요 많이 웃고 또 많이 울던 당신을 항상
지켜주던 감사해 하던 너무 사랑했던 나를

보고 싶겠죠 천일이 훨씬 지난 후에라도 역시 그럴테죠
잊진 마요 우리 사랑 아름다운 이름들을

- <천일동안> 이승환 -



희망텐트촌: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여러분, 우리들의 소중한 일터를 다시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희망의 텐트를 친다고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절망의 텐트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일치된 힘을 보여줍시다. 쌍용차 파이팅! 피땀 어린 우리 일터 농락하면 어림없다!!”

2011년 12월 7일 오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본관 앞에 쌍용자동차 관리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공장 밖에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포함한 4백 명의 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합니까? 많이 참았습니다. 합의서를 어겨도 참고, 사람이 죽어도 참고, 신입사원을 모집해도 참았습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습니다. 천막설치를 선포하겠습니다.”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이 천막설치를 선포하자, 집회에 참여하던 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쌍용자동차 정문 앞으로 가서 천막과 텐트를 설치한다. 경찰의 천막 철거 경고방송이 흘러나오고, 공장안에서 관리자들을 선동하는 목소리도 격앙되기 시작한다.

  2011년 12월 7일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 희망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쌍용차직원 하나 되어 외부세력 막아내자! 쌍용차는 살고 싶다! 외부세력 물러가라! 무서울 게 없습니다. 우리는 2009년에 싸워봤습니다. 우린 어떤 상황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자고요. 이거 한달 안에 끝나지 않습니다. 내년 총선까지 가고, 심하면 대선까지 갈 수 있어요.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2교대 만들어서 밖에 계신 분들 데려오겠습니다. 약속할 수 있습니다. 외부세력은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 불매운동 할 게 아니라 차 팔아주면 얼마나 좋아요. 쌍용자동차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중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쌍용자동차 파이팅!!”

“해고는 살인이다”와 “함께 살자”를 외치며 파업 투쟁에 들어간 지 천일을 두 달 남겨둔 겨울날,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소속의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쌍용차 정문 앞에 텐트를 쳤다. 그리고 그곳에 ‘희망텐트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폭력적인 살인진압에 의해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밀려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민형사 사건이 괴롭히고 있고, 생계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가족관계는 파괴되고, 정신적·경제적 고통은 심각합니다. 벌써 우리 곁을 떠나간 동료들이 19명입니다. 그런데도 공장안의 누구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희망텐트촌을 설치했습니다.”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이 희망텐트촌의 의미를 설명한다. 2009년 쌍용차 사측의 전환배치로 도장1팀 타이어샵에서 근무하다 소위 ‘죽은자’로 분류되어 77일 파업을 끝까지 함께하고 희망퇴직을 했던 차00 조합원의 아내가 한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이후 19번째 죽음이었다. 희망퇴직 후, 평택이 싫어 강원도 원주로 가족이 모두 떠났다. 차00 씨는 천안에서 일을 해왔는데, 그 사이 그의 아내가 폐렴으로 사망한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과 6살 아들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엄마가 걱정 되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당시 차00 씨의 핸드폰이 고장 나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아이들은 이틀 동안 죽은 엄마와 함께 보냈다.

하지만, 해고노동자들이 삶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만든 ‘희망텐트’가 회사와 관리자들에게는 그들의 안위를 위협하는 ‘절망텐트’로 인식되고 있었다. 2011년 11월, 한진중공업 문제가 정리해고 철회로 일단락 된 후에 다음 ‘희망버스’가 쌍용자동차로 가야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쌍용차 사측은 긴장하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희망이 누군가에게는 절망이 되는 세상이 아이러니하다.

쌍용자동차 포위의 날: 죽지 않고 싸우는 것이 감동과 상징

“지금부터 쌍용자동차 공장을 포위하겠습니다. 공장을 포위하라!!”

2012년 2월 11일 오후 8시, ‘2차 쌍용자동차 포위의 날’에 참여한 노동자와 시민들이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주변 울타리를 따라 인간띠를 잇는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정문 앞에서 ‘살인정리해고철회’와 ‘국정조사 실시’, ‘무능하고 부도덕한 경영진 처벌’ 등의 요구가 적힌 현수막을 펴든다. 공장을 향해 폭죽이 20여 분 동안 쉴 새 없이 터진다.

11월 중순 한진중공업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금속노조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였다. 그리하여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쌍용차공장 포위의 날’ 행사를 세 차례 진행한다. 포위의 날 행사는 함박눈과 함께 하는 공감과 위로, 분노, 그리고 연대와 행동을 결의하는 장으로 각각 이루어졌다. 천명에서 시작한 참가인원이 점차 늘어났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무고한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희망텐트를 쳤건만, 그 사이 2명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포위의날 행사에서 쌍용자동차지부 가족대책위 회원들

다음 희망버스가 쌍용자동차로 가야한다는 의견에 대해 희망버스 기획단은 2달 동안 자체 논의를 한 끝에 희망버스는 단순히 한 단위사업장에 응원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식의 확산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2차 포위의 날에는 많은 시민들의 참여 속에‘붕붕바자회’를 열었다. 또, 3차 포위의 날을 앞두고 ‘희망발걸음’이라는 이름으로 재능교육·코오롱·3M·유성기업·현대자동차비정규직 등 20여 개의 정리해고·비정규직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2주 동안 서울 재능교육에서 평택 쌍용자동차까지 270km를 걸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3차 포위의 날을 앞두고 전국의 투쟁사업장을 다니면서 받아온 소원지를 파견미술팀이 만든 ‘희망의 소금꽃 나무’에 희망의 열매로 매달기도 했다. 쌍용자동차에는 김진숙 지도위원과 같은 상징이 없어 사회적인 연대가 확산되지 않는다는 의견에 대해 황철우(희망버스 기획단)씨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한진중공업에서는 김진숙을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상징으로 나타났습니다. 쌍차는 그런 게 없습니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죽지 않고 싸우는 것이 엄청난 상징입니다. 그것이 주는 감동이 큽니다.”

1000일: 쌍용차는 우리가 다녀야 정상화 될 것

2월 15일, 투쟁 1000일이 왔다. 이 날은 21번째로 세상을 떠난 민** 씨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오전 7시 20분, 아침 출근 선전전이 시작된다. 정문 앞에 서 해고노동자들이 출근하는 노동자들에게 홍보물을 나누어준다. 2년 6개월 전까지 함께 일했던 이들인데, 누구는 공장으로 들어가고, 또 누구는 공장 밖에 남는다.

  투쟁 천일이 되는 2월 15일날 아침 출근투쟁을 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천일을 맞이하며 답답하면서도 또다시 결의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평택을 떠나 구 한나라당사 앞에서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2,646명이 전국의 영업소와 관공서 앞에서 동시다발 1인시위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서울사무소가 있는 역삼동 풍림빌딩 앞에서 조합원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많은 동지들이 모여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것입니다.”

투쟁 천일의 아침이 담담하게 시작된다. 공장 앞 쌍용자동차지부 사무실 입구 날짜판에 ‘투쟁 1000일 차’를 붙인 조합원을 어렵게 찾았다. 자정이 지나자마자 ‘1000일’을 붙인 이는 2009년 당시 15년 동안 근무하다가 쌍용자동차로부터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억울해서 파업투쟁에 참여했던 김상구 씨였다. 근무 당시 샤시 조립 일을 했다는 그는 이미 한 달 전에 1,000일까지 출력을 해두었다고 한다.


“결국은 천일이 왔구나. 이제 3자리에서 4자리로 바뀌는구나.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고 생각했죠. 하다보면 지치죠. 짜증도 나고. 그래도 하루하루 버티다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지금 공장 안에서도 힘들잖아요. 쌍용자동차는 우리가 다녀야 정상화 될 거에요.”

출근투쟁을 마치고 들어오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육개장이 준비되어 있다. 회사가 아무 설명 없이 해고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비해고자의 신분으로 77일 파업에 참여했다가 폭력행위 가담 등의 사유로 징계해고 당한 신동기 조합원의 솜씨다. 그의 부당해고 소송은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승소하고, 현재 고법에 계류 중이다. 고법에 올라오자 사측이 판결을 뒤집기위해 변호사를 김앤장으로 바꾸었다 한다. 지역에서 받은 희망김장 덕에 주로 김치를 활용한 음식을 만든다는 신동기 조합원은 “함께 먹는 것도 투쟁”이라고 얘기한다. 그는 꾸준하게 관심 갖고 와주는 분들을 볼 때 행복하단다. 자신과 아이들의 보험마저 해약하면서 버티고 있는 신동기 조합원에게는 재능교육이나 다른 투쟁 사업장에 돌아다니면서 밥을 해주고 싶은 꿈이 있다.
덧붙이는 말

<생협평론> 제6호(2012.3)에 실었던 글을 2회에 걸쳐 참세상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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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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