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의 경계에서

[최인기의 사진세상](4) 상도 4동 철거촌



상도4동은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입니다. 전세 200~500만원 수준의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살 수 있는 마을입니다. 마을 근처에는 양녕대군의 사당인 지덕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60년대 서울은 이농인구로 인해 수많은 달동네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상도동도 그 가운데 한 곳입니다. 오래전부터 이곳 주민들도 지덕사 주변에 건물을 짓기 시작했으며 싼 임대료 덕분에 서울지역 도시빈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이 지역은 2004년 주택재개발 기본 계획이 수립되면서 현재까지 철거민들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지덕사 종친회 측이 무허가 건물 가옥 주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로 땅을 팔아넘기려 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민영재개발’인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선회를 하면서 지덕사 관계자와 조합대표 등 관계자가 비리로 줄줄이 구속이 된바 있습니다. 세입자에 대한 보상 의무와 임대주택을 짓지 않으려는 꼼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벌써 몇 년째 이런 상황에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수년째 오갈 곳 없이 힘겹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철거민들입니다. 사진은 작년 4월 25일 상황입니다. 새벽 동이트기 전인데도 이미 철거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망치와 쇠파이프를 든 용역들 이중에는 미성년자와 같이 앳된 얼굴을 한 사람들도 보입니다. 세상의 좋은 거 만 보고자라야 하는 아이들은 일당 잡이로 위험한 철거현장에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안타깝다 못해 화가 납니다. 결국 그들도 피해자나 마찬가지인 셈이니까요.


카메라를 빼앗기고 실랑이를 벌이다 달려온 주민들 덕에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과는 무관 하다는 듯 건너편에는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한쪽에서는 폭력이 난무하고 또 한쪽에서는 야속하게도 개나리가 나른하게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왠지 서러운 봄날이었습니다.


철거용역들은 노동부 담당자도 없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망치로 쿵 쿵 내리치거나 집기를 드러내고 철거를 자행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은 철거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노동부의 석면검사 필증 없이는 철거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법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또 몸싸움 폭력, 그리고 또 폭력, 주거권쟁취가 쓰여 있는 조끼를 입은 주민들이 바닥에 쓰러진 모습, 그리고 뭔가 특별한 그림을 잡으려는 듯 한 기자들...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할머니가 애처롭습니다.

“할머니 어디로 가시나요?” “글쎄 갈 데가 없어...”

그렇게 하루해가 저물자 전쟁 같은 상도동 싸움은 일시적인 휴전을 하였습니다.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팔고 사는 곳? 이런 말이 통하지 않는 곳입니다. 상도동 사람들의 사랑방 노릇을 했을 ‘환희슈퍼’ 앞에 망연자실 서 있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작년 9월 30일 상도동의 모습입니다. 이날은 주민들이 모여 집회를 개최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늦게 까지 모여 마을잔치를 개최하였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주민들의 모습입니다. 주민들 간의 쌓인 상처를 보듬고 회포를 푸는 날이었습니다. 한 철거민은 마을입구 ‘환희슈퍼’ 앞에 플래카드를 설치하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것입니다. 이미 막걸리 몇 잔에 취기가 오른 마을 어르신은 잠시 후 있을 마을잔치를 앞두고 분주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하십니다.



그리고 다시 겨울입니다. 용산 참사 3주기에 맞서 2012년 1월 15일 강제철거지역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상도동에는 새롭게 그려진 벽화들이 무너진 건물사이로 화사하게 피어나 있습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배려는 주민들의 지친 심신을 다독여 줍니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몇몇 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상도4동 철거지역 중 약 40-50여 가구가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 물어봐도 누구도 특별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곳은 천국과 지옥의 경계에 서 있는 거 같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어요’ 라고 써놔야 안심이 되는 마을 상도동. 자신의 집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 일상의 노동을 마치고 두발 뻗고 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사치가 되어 버린 나라입니다. 그래도 지금 상도동에는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을 겁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http://cafe.naver.com/sangdo11.cafe 과 용산 2주기 토론회 자료집 상도 4동 보고서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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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빨척결

    북한과 남한인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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