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관통하고 있는 제 5계절

[식물성 투쟁의지](17) 혁명적 사회주의자 박회송 동지에게

울산시청 앞,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천막농성장을 품고 있는
단풍나무에 소속된 나뭇잎 몇 개는
서둘러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꼭 서두를 이유는 없었지만 마음 가는 방향을 누가 막겠는가
장애인 차별 철폐 쪽으로
먼저 단풍 든 나뭇잎 몇 장을 보면 알겠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몸짓들은 이웃해 있다는 걸!

유독 붉은 단풍잎의 시선으로 본다
도대체 누가 장애인이라고 금 그어 놓고 등급을 매겼는지
도대체 누가 이동의 자유를 빼앗고
비좁고 밀폐된 ‘시설’ 안으로 장애인들을 강금해 놓았는지

시설 밖의 세상,
친구들과 함께 울산대공원에도 놀러 가고 싶고
시설 감옥이 아니라 평범하게 ‘자립생활’을 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위해
중증장애인 박회송 동지는 전동휠체어를 끌고
오늘도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회에 나오고
울산시청 앞 천막 농성에도 참석하고 있다

다들 잘 모르겠지만
박회송 동지는 중증장애인이 아니었다면
국정원에도 끌려갈 뻔 했던 혁명적사회주의자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공산당 블로그를 만들고
코뮤니스트들과 교류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꾸미는데는 돈 한 푼 쓰지 않는다
몇 푼 안되는 국가보조금 대부분을 집회 참석 교통비와
투쟁사업장 지원금으로 사용한다
전국의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현장이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시설 밖의 세상이었다

“형, 내가 스스로 지은 호가 있는데 혁민이야, 난 인민의 혁명을 위해 살거야
내가 공권력과 맞설 때 맨 앞에 서는 이유는 경찰에 맞아 죽더라도 혁명을 보고 싶기 때문이야”

다른 삶을 위한 결의는 눈물의 지층으로 쌓아 올려졌다
그만큼 단단하고 전투적이다
전술회의 할 때 부담스러운 점거농성을 만류해도
안 --- 돼, 가 --- 자!
힘차게 전동휠체어를 끌고 선두에 선다
이 세상이 아닌 몸짓으로
이 세상이 아닌 언어로
혁명적사회주의자, 박회송 동지의 전동휠체어가
울산시청 광장을 느리게 행진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에서 철폐로 느리게 행진하고 있다
인간적인 삶으로 물들어가는 그의 느린 행진은
자본주의를 관통하고 있는 제 5계절이다 (2009년10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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