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루 내려가면 화장실 가서 시원하게 배출 좀 하고 싶어요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58) 전북고속 남상훈 지부장 고공단식농성 47일, 이제 우리가 화답해야 할 때

결국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

25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라는 4월 29일 저녁, 46일 동안 한 평 될까 말까 한 12m 망루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남상훈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장과 전화통화를 했다. 새털 같이 많은 날들은 다 어찌하고, 나는 고공 단식농성 45일차가 되던 그 전날에서야 전주시외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망루 농성장에 갔다. 그것도 온전히 시간을 내지 못하고, 다른 일정에 쫓겨 급하게 인터뷰를 하고 이동을 해야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때문에 표가 없어 두 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차를 타고, 늦게 도착한 터라 급한 모습을 보여 몹시 죄송했었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옆 전북고속분회 고공농성장

남상훈 지부장은 큰 아들이 군대 가기 전날 이 곳 망루에 와서 함께 울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 중에 코피가 흐르자 화장지로 코를 막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혈압도 떨어지고, 요즘은 책을 펴면 글자가 2~3개로 보인다고 했다. 며칠 전부터는 소변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45일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해 몸에는 각질이 생겼다. 땀이 나지 않으니 양말을 바꿔 신을 필요도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발바닥은 갈라지고, 심한 각질이 생겼다. 그래도 이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눈물이 피가 되고, 그 피가 다시 눈물이 되는 그런 시간을 45일 넘게 보내고 있었다.

남상훈 지부장의 고공 단식농성 중 주요 일과는 책읽기라고 했다. <한국사 이야기> 22권, <녹슬은 해방구> 9권, <중국의 붉은별> 등을 읽었단다. 내가 올라갔을 때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보던 중이었다. 그는 그 책들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배웠다고 했다. 또, 거기서 이야기 하는 것이 결국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 아니겠다고 했다. 전북고속 투쟁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고공단식농성 45일차 남상훈 지부장

전북고속 황의종 사장과 전북 여당 민주통합당의 차이

2010년 12월 8일, 민주노조 인정과 임단협 체결,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들어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고속분회의 파업투쟁이 4월 29일 현재 509일이 되었다. 전북고속 노동자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방광염에 걸리면서 하루 16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하고, 밥을 챙겨먹지 못해 위장병에 걸리면서 수십 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해 왔다. 그동안 떼어먹힌 통상임금만 해도 일인당 천만 원에서 3천만 원 가까이 된다.

참다못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사측은 탄압과 폭력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노동조합에서는 현장 복귀하여 일하면서 여타 문제들을 교섭을 통해 풀자는 양보안을 냈으나, 전북고속 사측은 신분보장에 대한 문서화 없이 구두로 무조건 복귀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민주노총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전북고속 황의종 사장의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민주노총 탈퇴와 각서를 요구하기도 했단다. 그 사이 백 명이 넘던 조합원들은 생계문제 때문에 복귀를 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 떠나고, 현재 50여 명의 조합원이 남아 빚을 지면서 일용직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면서 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은 전북 지역의 여당인 민주통합당의 행태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문제 해결은커녕 오히려 사측 편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파업투쟁 500일이 넘도록 농성장 방문조차 한 적이 없다. 전주지역에서 이번 총선 당선자인 민주통합당 김성주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인 전북고속 농성장에는 오지 않고, 당선되자마자 제주 강정마을에 가겠다는 계획을 세워 빈축을 사기도 했다. 총선 선거운동 시기, 전북고속 노동자들은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 사무실 앞에서 전북고속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이십여일 간의 노숙농성을 하기도 했었다. 당시, 정세균 후보는 당선 이후 문제 해결 노력을 약속하였고, 전북고속 노동자들은 이 약속을 믿고 총선 전에 내려왔다. 하지만, 정세균 의원은 당선되자마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전북고속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은 전북고속 황의종 사장과 전주 여당 민주통합당이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파업투쟁 508일차 전북고속분회 천막농성장

화장실 가고 싶다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서울에 올라와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 하려고 하니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다시 연락을 드렸다. 남상훈 지부장은 전날 했던 이야기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다음 취재 목적지에 잘 도착했는지, 교통편이 불편하지 않았는지도 확인을 한다. 공주로 간다니 거기가 전주에서 가깝기는 해도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쉽지 않은 곳이라며 그 전날에도 염려를 했었다.

전북 진안이 고향인 남상훈 지부장은 16살에 돈을 벌기 위해 전주에 와서 전북고속의 전신인 전북여객에서 완행버스 차장 일부터 시작해서 25년 간의 운전기사 일을 하며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북고속에서 일해 온 노동자다. 그는 이렇게 평생을 회사를 위해 죽어라 일했건만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착취 등 사측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가 되었다.


“내려오시면 가장 먼저 하고 뭘 하고 싶으세요?”
“내려가면 화장실 가고 싶어요. 화장실 가서 시원하게 한번 배출 좀 하고 싶어요. 화장실 가고요. 목욕탕이 가고 싶어요.”
“.....................”
“화장실 가고 싶다면 사람들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다들 마음 아파할 거라고 이야기 했다. 내려가면 단식농성이 끝나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냐는, 고공농성이나 단식농성의 인터뷰 매뉴얼 같은 질문에 대한 남 지부장의 답변을 듣고 나는 말문이 막혔다. 나의 침묵에 멋쩍은 남상훈 지부장이 마지막 한마디를 더 한 거다. 암흑천지이던 크레인에 전기가 들어오고, 책이 올라오는 것을 두고 “당연한 일들이 기적이 되는 곳, 85호 크레인입니다”라고 했던 김진숙 지도위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무더운 날씨에도 남 지부장은 더위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오히려 전기장판을 써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남상훈 지부장은 3월 15일 고공단식농성에 들어간 이후 대변을 한 번도 못 보았는데, 그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3월 14일 날 저녁부터 밥을 먹지 않고, 술 한 잔 먹고 다음날부터 바로 단식에 들어간 탓도 있을 게다. 지방이어서 그런지 단식 농성자에게 필요한 의료와 생리적인 부분 등 적절한 조치들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았다. 남성 사업장이라 그런지 세심하게 배려와 지원되지 못하는 것들도 있는 것 같다. 시원하게 대변 한 번 보는 것이 지금 남상훈 지부장의 가장 큰 소망이다. 남 지부장의 그 다음 소망은 씻는 것이다.

이 큰 고통을 남상훈 지부장이 감내하는 것, 그리고 전북고속 조합원들이 그 모습을 매일매일 안타깝게 지켜보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하루빨리 전북고속 현장으로 돌아가서 일하고 싶은 근원적인 소망 때문이다.

2008년 기륭전자분회 전 조합원 단식농성 당시, 45일 차에는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각계각층의 의지가 모아져 집회와 투쟁 일수에 해당하는 1,067배, 사회 각계 대표자 45인의 하루 단식농성이 진행되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연대투쟁을 해야 한다는 당시의 절박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전북고속 단식투쟁에 대한 우리의 감수성은 너무도 무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기륭 동지들의 단식농성이 30일을 넘어갈 때, 나는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정규직이 된다한들 사람이 잘못되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못하게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실제 많은 이들이 실제 단식농성장에 와서 단식 중단을 설득, 요구 하기도 했었다.

나는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주체들이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목적을 하루 빨리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연대동지의 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전북고속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전주 이외 지역에서는 무덤덤한 분위기가 많았던 것 같다. 더군다나 남상훈 지부장은 58년 생으로 현재 53세의 고령인데 말이다. 단식농성을 포함한 장기투쟁 불감증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곳곳에 너무 많은 투쟁들이 있고, 45일보다 더 긴 단식농성 사례가 있어서인가? 아니면, 전주에 송경동 시인 같은 인물이 없는 게 문제인 건가? 전북고속 농성장에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2008년 기륭전자분회 단식농성 장면

이제는 우리가 화답해야 할 때

‘똥과 오줌을 싸고 싶은 것’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이자,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것을 접고 일하던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박한 소망을 온 몸으로 이야기하는 남상훈 지부장의 외침 앞에서 나는 좀 더 정제되고 반듯한 글을 써서 나누고 싶은 나의 욕구를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 느끼는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지라도 빨리 나누어야겠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내가 머뭇거리는 일 분, 일 초, 한 시간, 하루만큼 남지부장의 생명이 단축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다행이 45일 차를 즈음하여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농성장을 방문하고 있다 한다. 28일에는 영화인들의 지지 선언이 진행되기도 했다. 전주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전북고속 조합원들의 농성 천막과 고공단식 농성장이 있다. 매주 월~금요일 저녁 6시 30분에는 촛불문화제가 진행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전주오거리에서는 전북고속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전주지역 버스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남상훈 지부장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오는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처럼 억울하게 탄압받고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전주시청 앞에서 집회 중에 대변을 본 버스 노동자 관련 내용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들에 대해서도 “기자들도 노동자다. 단식농성장에는 오지도 않으면서 왜 그랬는지는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보도를 했다”며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전북 버스노동자들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장소 전주오거리

2008년 기륭분회 단식투쟁 때는 50일 차에 관이 올라갔다. 이는 50일 단식이라는 것이 정말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것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현장에 돌아가겠다는, 투쟁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살아서 내려가지 않겠다는 투쟁 주체들의 강고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 뜻을 존중하여 ‘기륭투쟁승리를위한공대위’와 많은 연대동지들은 주체들의 의지를 꺾는 강제 단식 종료가 아니라, 주체들이 살아서 본인 스스로 기쁘게 내려올 수 있는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였다. 비록 끝내 그 당시에 승리하지는 못하였지만, 기륭분회 조합원들은 그때 받은 소중한 연대투쟁의 경험으로 다시 몸과 마음을 추슬러 끝까지 투쟁해서 결국 감동적인 승리의 날을 맞이하였다.

남 지부장의 단식이 벌써 오늘로 47일 차다. 남상훈 지부장이 고공단식농성을 결단한 이유는 전북고속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위해 노동조합을 인정받는 것 그것뿐이다. 남상훈 지부장은 자신을 믿고 긴 시간 동안 힘겨운 투쟁을 함께 해온 조합원들과 연대동지들에게 온 몸으로 인간적인 신뢰를 보여주었다. 이제는 우리가 거기에 화답해야 할 때다. 그 의미를 생각하며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전북고속 노동자들을 일터로 돌려보내고, 남상훈 지부장을 살려야 할 때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