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은

[식물성 투쟁의지](19) 효정재활병원 연대집회장에서

패인 곳을 자기 몸으로 이어주고
돌부리를 차고 오르고
바위를 휘감아 돌아
마침내 흐르는 시냇물을 보고 있노라면
효정재활병원 간병사들의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풍성한 대화가
울산과학대 미화원들의 구성진 가락이 들린다
이기겠다는 확신이라기보다는
포기하지 않고 흐르겠다는,
슬픔에서 길어 올려진 몸으로 당겨주고
눈물의 경계에서 태어나 웃음으로 직조된 춤사위로 밀어주며
함께 흐르겠다는
당당하고 자신감에 찬 모습이 보인다

흐르는 것들은 이끼가 슬지 않는 속도를 갖췄다
흐르는 것들은 직선처럼 위험하지 않고
둥글게 마주 앉은 부드러운 선들의 탄력을 갖췄다
탄압에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더이상 쓰레기처럼 살지 않겠다는 물결이
파고를 이루고 이어가며
흐르는 것들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자기결정의 시간이다
흐르는 것들은 수초처럼 무성한 대화의 시간이다
흐르는 것들은 펑퍼짐한 몸짓들이 맷돌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품는 협력의 시간이다
흐르는 것들은 어느새 경계 없는 연대의 시간이다

마침내 경계 없이 연대를 이루는
시냇물을 보고 있노라면
봄이 어떻게 발원되는지가 보인다
오늘의 봄빛은 내일처럼 예사롭지 않다
꽃술에 내려앉은 저 여린 첫, 봄빛마저도
50평생 가장 아름다운 그녀들의 몸짓 아닌 것이 없다 (2007년4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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