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사람 vs 성찰하는 사람?

[기고] 이철수 vs 이윤엽 배틀 전

'이철수 vs 이윤엽 배틀'전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이 ‘싸우는 사람과 성찰하는 사람의 만남’이었다. 몇 년간의 열정적인 현장미술 활동으로 이제는 꽤 유명작가가 된 이윤엽, 일상과 생명에 대한 관조적이면서도 번득이는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나라를 대표하는 목판화가로 꼽히는 이철수. 얼핏 둘은 매우 달라 보인다. 굵고 거친 선과 가늘고 날렵한 선의 대립은 한 쪽은 전투적이고 다른 한 편은 명상적이라고 생각해버리기 쉽다. ‘싸우는 사람 VS 성찰하는 사람’이라는 구도는 여기서부터 비롯됐을 거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이런 생각들이 선입견에 기반한 편견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4대강 [출처: 이철수]

  고른사회 [출처: 이철수]

  리영희 [출처: 이철수]


이철수의 작품은 그가 매일 생산해내는 ‘나뭇잎 편지’가 주종을 이룬다. 편지의 내용은 4대강, 정부의 방송장악, 생명의 경이, 원자력의 맨얼굴, 비정규직 등을 가로지른다. 생명에 대한 성찰, 권력에 대한 경고, 욕망에 대한 경계,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고발까지 세상사를 두루 훑어낸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다 보면 이걸 싸움이라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생명의 가치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풍경이 대비될 때는 가없는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을 ‘누가 떠밀었나요?’라고 묻는 순간, 가슴이 서늘하다. 문득 내 손을 펴고 물끄러미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꿈틀거린다.


  공권력과 맞짱뜨는 사람 [출처: 이윤엽]

  꽃을 든 아줌마 [출처: 이윤엽]

  재활용센타에서 일하는 아줌마 [출처: 이윤엽]

이윤엽의 작품들은 싸움의 현장과 갈등의 주체들을 보여주지만, 그가 일상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을 담아내는데도 게으르지 않다. <호박에 깔린 사람>은 이웃집 노인이 매일 가져다주는 호박을 처리할 방법을 몰라 곤혹스러워하던 작가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준다. 싸움의 현장에서 잡아채는 모습들에서도 전투적이라기보다는 명랑함이 살아 있다. <공권력과 맞짱뜨는 사람>이나 오키나와의 노인이 듀공을 타고 미사일을 막아서는 작품 등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몇몇 작품에서는 현실의 제약을 쉽사리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쉽게 물러나지도 포기하지도 않겠다는 의지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드러난다.

판화로 치자면 이철수의 최소주의와 이윤엽의 현장주의를 구분할 수 있겠으나, 결국 근본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삶에서 길어올리는 성찰이다. 두 작가 모두, 일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동경을, 딱딱한 권력과 눈먼 탐욕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는다. 싸움은 성찰에서 시작되고, 성찰은 싸움에서 다시 돋아난다. 성찰과 싸움을 통해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다른 세상에 대한 꿈, 희망, 기대, 바램이다. 새로운 세상이 특별한 세상일 리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 생명을 앗아가는 폭력이 득세하지 않는 세상, 폭주하는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작가들은 오늘도 현실과, 자신과 싸우고 성찰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한국민예총 룰루랄라 개관기념 배틀전시전>

이철수 Vs 이윤엽

- 전시 일시 : 2012년 5월 20일 - 6월 20일
- 문의 : 02-739-6851
- 찾아오시는 길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736-5번지 대광빌딩 3층 한국민예총국
태그

이윤엽 , 판화 , 이철수 , 배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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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 재밋는 전시네

    가고싶다... 시간이 없네...
    조금 더 늦게 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