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율로 표시되는 신용계급사회, 빚은 누가 졌나

[기사로 보는 경제](14) “은행들은 말하지 안 될 놈은 안 돼~”


일요일 밤마다 개그콘서트에서 우리는 이 노래를 듣습니다. “한숨대신 함성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우리는 용감한 녀석들”... 어깨를 들썩이며 한껏 듣고 나면 나도 왠지 쪼금 용감해 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돌아선 마주한 현실은 용감함으로만 넘기엔 너무 커 보입니다. 더구나 매일같이 크고 작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저신용자들에겐 매달 이자 갚으며 연체만 하지 않고 버티는 것으로도 용감한 녀석들일 런지도 모릅니다. 이들에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신용등급이 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안 될 놈은 안 돼~” 라는 말이 자꾸 오버랩 됩니다.

지난 시간에 현재 가계부채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된 대안들이 ‘금융대출자의 안락사’를 강요하는 것이라 말씀드렸는데요, 오늘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그들이 쳐놓은‘ 대출의 덫’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는지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한계채무자들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우리에겐 5개의 계급이 있다. 신용등급이 계급인 사회 - “나는 몇 등급 인간?”


보통 연체 경험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우량등급으로서 3-4등급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무려 이자율이 10%를 넘네요. 그런데 연체경험이 한번이라도 생기면 5-6등급, 비교적 자주 생기면 7-8등급으로 내려가 이자율이 20%를 훌쩍 넘습니다.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은 이런 연체자들 일텐데, 이들이 부담해야할 이자율은 오히려 더욱 커지는 거죠. 그러니 연체금을 돌려막기 위해 또 돈을 빌려도 다시 1/4을 이자로 내야 합니다. 그러니 어찌 연체금이 줄어들 수 있겠습니까?


위 예시에서 보듯, 실직이나 매출감소로 인해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원금상환은커녕 오히려 긴급한 사정으로 인해 고금리 대출의 유혹에 더욱 빠져들게 됩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과 딱히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막막한 현실이 계속 되면서 이자만 갚으면서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담보대출을 먼저 쓰게 되는데, 보통 서민들은 자기 집이 없기에 전세자금을 담보로 하는 ‘전세론’(전세금 유동화 대출)을 찾게 됩니다. 카드대출보다 이자율이 낮지만 신용등급이 낮으면 제2금융권에서 대출해야 하기에 연 10%에 이르는 금리를 쓰게 됩니다. 그 다음으론 누구나 한번쯤은 유혹을 느꼈을 만한 카드대출로 넘어가게 됩니다. 당장 급할 때 한도 내에서 손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렇게 매일 쓰는 신용카드 잔액 역시 신용에 따른 일시적 대출이기에 연체이자율을 적용 받습니다. ‘카드론’, ‘리볼빙’ 이라 일컫는 게 다 그런 거죠. 가령 신한카드는 연이율 17.9% 미만 금리로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할부 등을 이용하고서 한 달 이내에 갚지 못하면 24.0%, 17.9% 이상 금리로 빌리면 29.0%의 연체 이율을 매겨왔습니다. 각종 스팸문자에 등장하는 ‘ooo 캐피탈’ 등등의 제2금융권에서 빌리는 신용대출도 마찬가지죠.

말 그대로 이자율이 자신의 표식이 된 신용계급사회! 한번 연체등급이 매겨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대출의 덫’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출의 덫’에 빠진 다중채무자는 2007년 말 152만 명, 2008년 168만명, 2010년 177만명, 2011년 182만 명으로, 계속 증가했고, 현재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까지 포함하면 2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한국은행).

‘금융대출자의 안락사’ - “싼 이자로 바꿔드립니다. 어? 연체가 있으시네요?”


이렇게 한계채무자들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그 수가 급증하다 보니, 요즘 정부에서는 가계대출부실을 막고자 다양한 대비책들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산관리공사 캠코(KAMCO)를 활용한 ‘대환’, ‘사전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입니다. ‘대환’은 말 그대로 금리로 낮춰 대출을 바꿔주는 것인데, 연체가 있는 경우 해당이 안 됩니다. 정작 필요한 건 이들인데 말이죠. 이런 분들은 ‘사전채무조정’,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하는데 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보시듯이 이자율을 낮춘 장기분할 상환을 통해 빚을 갚도록 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민감한 채무감면의 경우 ‘사전채무조정’은 원금과 이자는 안 되고 연체이자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개인워크아웃’은 채권기관의 동의가 없으면 안 됩니다. 또한 둘 다 최저생계비 150만원(4인 가구, 1인 55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구체적인 분석을 위해 아래 세 가지 경우를 살펴봅시다. 이분들의 사례는 ‘신용불량자클럽 서민경제 회복연대’ 까페에 게제된 워크아웃 및 개인회생에 관한 상담사례들입니다. 이를 근거로 채무조정 결과를 산출해 보았습니다.


다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서민들입니다. 대부분 카드빚을 1000만원 이상 가지고 있고 5-7000만원 정도의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가계소득의 저하로 인해 채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어 다들 1개월 이상 연체를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세보증금으로 잡혀있는 자산 때문에 개인회생 같이 원금을 탕감 받을 수 있는 구제방법이 힘들다는 거죠. 그렇다고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을 당장 떠나기에도 힘듭니다. 왜냐하면 가파른 전월세 상승으로 주거비용을 줄이기 어렵거든요. 현재 조건에서는 채무조정을 한다 하더라도 최대한 연체이자정도를 탕감 받고 이자율 조정을 거쳐 원리금 장기 분할 상환을 해야 합니다.

보시다 시피 상환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금의 절반이 훌쩍 넘는 금액을 이자로 부담하면서 오랜 세월을 견뎌야 하는 상황과 마주합니다. 그렇다고 이자를 줄이기 위해 상환기간을 줄이자니 매월 부담액이 늘어나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이런 딜레마 속에 결국 ‘금융대출자의 안락사’라는 고난의 길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고통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법은 원금탕감만이 유일하게지만, 현재 법률하 에서는 지극히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가능합니다. 흔히 ‘개인회생’, ‘개인파산’ 이라 부르는 건데요. 운영주체는 ‘신용회복원회’가 아닌 ‘법원’에서 진행합니다. 최근 많이 회자되었던 영화 ‘화차’를 보시면 여주인공이 채권추심에 시달려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렇게 아주 극단적인 생계문제에 직면해야만 구제가 가능한 제도입니다.

약탈적 대출과 주주자본주의의 맨얼굴 - ‘흡혈 신공’과 ‘땅 짚고 헤엄치기’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도대체 그 고혈을 짜내 뽑아간 돈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과연 누구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냐는 말입니다. 아래 표에서 보시듯 고금리로 빨아들인 그 엄청난 이자 금액는 고스란히 금융회사의 수익으로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본 확충을 위해 사용되거나 주주들에게 배당되었습니다.


특히 고금리 대출로 유명한 카드사와 캐피탈 등의 배당성향은 매우 높은 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의 투자수익률(배당/자본총액)인 23.2% , 24.2%라는 수치는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인 저신용자들의 대출금리와 똑같습니다. 정말 신기함을 넘어 소름이 돋는 군요.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엿볼 수 있는데, 그들의 자금조달금리는 그들의 수익원이 되어주는 고금리 대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는 것입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일반화 되면서 카드채 금리와 국고채 3년 금리의 격차가 0.6% 포인트까지 떨어지다 보니, 카드사들은 사상 최저의 4-5%의 저리로 돈을 쉽게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들로부터 20-30% 고금리를 갖다 쓰는 우리와 비교할 때, 이들의 이런 자금조달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도대체 이들의 어떤 무엇을 보고 돈을 대준다는 것인지 말입니다. 이들이 대출자들을 강하게 다그치고 협박하는 것에 감명을 받아 투자를 하는 것일까요? 정말 그런 것이라면 비윤리적 투기로 보고 엄단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닙니까? 남의 돈을 싸게 모아다가 다른 사람들한테 비싸게 빌려주고 바득바득 이자를 받아 챙기는 일이 어찌 밭에서 열심히 일하는 농부의 괭이질보다 가치 있는 일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채무조정을 해야 할 한계대출자들에게도 애초부터 이들처럼 4%의 저리에 돈을 쓰게 했다면 어땠을까요? 다소 순진하지만 당연한 상상을 해봅니다. 차라리 지금처럼 뒤늦게 가계부채 문제 다룬다고 정부재정을 투여하는 뒷북은 없지 않았을까요? 그동안 눈물 났던 고통도 없을 테고 말이죠. 한쪽에선 ‘도덕적 해이’를 운운하겠지만 처음부터 ‘원리금분할상환방식’을 취한다면 과잉대출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연체위기에 몰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카드사들의 악랄한 꼼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바로 ‘리볼빙’ 서비스, 결재잔액의 일부만 내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시키는 서비스입니다. 연체위기에 몰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심리를 악용해 매월 조금씩 결제하도록 하면서 남은 잔액에 대해 최대 30%에 가까운 고금리를 물리는 일종의 회전식대출인 거죠. 우리의 불안한 심리까지 이용한 호주머니 털기입니다. 이런 ‘리볼빙’ 잔액은 2011년 말 6조 2000억으로서, 2009년 5조 1000억, 2010년 5조 5000억을 기록한 이후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문제! 연체율 착시효과를 일으켜 가계파산의 위험성을 가린다는 것입니다. 2012년 1분기 신용카드 연체율이 2.09% 라는데, 이는 ‘리볼빙’에 따른 착시현상입니다. 리볼빙 잔액은 연체금액로 계산되지 않고 매월 새롭게 대출받아 이월하는 것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카드사 내부적으로는 이들 중 대략 4-5조원 가량을 한계에 내몰린 저신용 다중 채무자들의 연체액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결국 카드 한도가 다 차버리는 순간 ‘리볼빙’ 서비스 잔액은 연쇄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2003년 카드대란’이 재발할 위험성이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현재 카드사 자기자본 총액이 23조임을 감안하면 5/23=21.7% 정도가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모럴해저드’ 공격

상황이 이럴진대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워크아웃 제도마저도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를 따진다면 그 정반대에 서있는 약탈적 금융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은 4-5% 대의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이런 서민들에게는 2-30%를 넘는 고금리 대출을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도적적 해이’를 넘어 지극히 비윤리적인 행위입니다. 왜 그들은 돈을 싸게 빌릴 자격이 주어지고 우리는 왜 비싸게 빌려야 하는 것입니까? 누가 그들에게 그런 특혜를 부여한 거죠?

가만 생각해 보면 도대체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오히려 ‘2003년 카드사태’와 ‘2011-2년 저축은행사태’에서 빚어진 ‘도덕적 해이’는 그들이 얼마나 남의 돈을 우습게 아는 존재들인가를 보여줍니다. 정말로 그 “안 될 놈”은 과연 누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어서 약탈적 금융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부채경제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싹싹 후벼 파 보도록 하겠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는 분노한 녀석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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