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쓰나미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칼럼] 왜 그리스인가(2)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의 파업과 투쟁

[필자 주] 왜 그리스인가(1)에서는 2007년 금융으로만 먹고 살던 아이슬란드가 파산하면서 시작한 2008년 금융위기 후 지속되고 있는 공황의 문제를 일반적으로 살펴보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유럽의 재정위기로 확산하는 가운데 유럽 중에서 재정위기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그리스가 재정위기와 긴축 정책에 저항해 싸웠던 파업과 투쟁을 왜 그리스인가(2)에서 구체적으로 보면서 2012년 현재 파업은커녕 투쟁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의 운동 전체를 반성해 본다.

2009년 12월 그리스 총선에서 사회당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리스 민간부문 최대 노총인 GSEE가 총파업을 반대했다. 수상 파판드레우는 공공서비스 부문 노동자 고용 동결 선언했다. 이듬해 1월 그리스 양대 노총이 총파업 논의를 시작했고, 2월 10일 그리스 공공부문 최대 노조인 공공노조연맹 ADEDY가 총파업에 돌입했다.

  2010년 노동절,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새로운 법안에 저항하는 시위가 열렸다 [출처: http://socialistworker.org]
2010년 5월 15일, 1100억 유로 1차 구제금융 제공 결정 이후 그리스 공산당이 주최한 집회가 약 십만 명의 당원, 지지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아테네에서 열렸다. 이후 20일 총파업에는 파업참가자가 수백만에 이르렀다. 시위참가자도 수 만명에 달했고, 노동자 그리고 청년들이 반민중적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했다. 그들은 다섯 달 새 아홉 번째로 진행된 전노동자투쟁전선(PAME : 공산당 계열의 노총)의 성공적 파업에 동참하며 가혹한 반민중적 법안들을 규탄했다.

새로운 법안들은 인민들을 40년 이상 노동하게 강제하며, 정년을 연장하는 내용이다. 이는 연금을 삭감하고, 월 360유로(약 53만원)라는 박봉의 연금 수당으로 만들어 버렸다. 동시에 그 법안은 유해 직업 명단을 폐지한다. 언론이 PAME의 파업 시위를 숨기려고 노력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인민들은 GSEE-ADEDY(민간, 공공부문 노동조합 연맹)의 타협적 황색 지도부에 등을 돌렸고, 계급지향적 세력들의 시위를 파업참가자 대다수가 참가한 거대한 집회로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른 새벽부터 수백의 PAME 파업참가자들이 노동부 청사를 점거했고, 정부와 EU, IMF가 추진하는 반민중적 법안들의 새로운 라운드를 규탄했다. 그들은 “법안들을 거부하라”는 슬로건이 적힌 플랭카드를 청사 정면에 내걸었다. 파업참가자들의 물결이 노동부를 향했다. 그들이 계급지향적 세력의 투쟁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전국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공공건물들을 점거했다. 전노동자투쟁전선(PAME), 전그리스반독점자영업자소상인대회(PASEVE), 전농민투쟁대회(PASY), 학생투쟁전선(MAS)의 대표들이 대회사를 진행했다

  그리싀 노동자들의 시위 행렬 [출처: http://socialistworker.org]
9월 9일 테살로니키 국제박람회에서 전노동자투쟁전선(PAME)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대중 시위는 민중들이 자신의 힘을 자각하고 그들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는 독점자본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할 것을 밝혔다. 14일에는 연료, 전기, 수도세 인상에 반대하는 대중 시위가 일어났다. 10일후 부가가치세, 전기료, 난방용 기름값 인상에 맞선 이 시위는 전국적 시위로 확대됐다.

2010년 12월, 노동자 총파업이 그리스 전국을 흔들었다. PAME에 동조한 언론노동자, 교사, 국립병원 이사, 항만 노동자의 파업이 이어졌다. 며칠이 지나자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신문인 엘레프테로티피아(Eleftherotypia)의 노동자들은 2011년 8월부터 4개월 간의 임금체불을 견디다 못해 파업에 돌입했다. 킬키스(Kilkis)지역에서 공공지출 삭감과 해고에 맞서 파업에 나선 의사, 간호사와 보건의료노동자는 병원을 점거해 지역 보건의료센터로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투쟁을 통해서 그리스 노동자는 대안 사회를 모색하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2011년 5월부터 노동자 투쟁은 그리스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2011년 초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에 영감을 받은 스페인의 ‘분노하는 사람들’에 고무된 그리스의 ‘분노하는 사람들’ 운동은 SNS를 통해서 5월 26-27일 여러 지역에서 최초로 대중 시위를 조직했다. 이 투쟁들은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과 테살로니키의 백탑광장 점거로 이어졌다. 광장 점거운동은 2011년 8월까지 지속되었는데, 노조나 좌파 정당과 같은 전통적인 조직 외부에서 자생적으로 조직된 긴축반대 대중운동의 새로운 형태의 상징적·물질적 근거지가 되었다. 2011년 5월 이후 ‘분노하는 사람들’은 총파업 때마다 가두에서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2011년 10월 19-20일 벌어진 총파업 참가자들 [출처: http://socialistworker.org]
2011년 10월 그리스의 긴축조치가 원활히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2011년에 1차 구제금융 기금 제공이 중단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그리스 정부는 다시 더욱 강력한 긴축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러자 그리스 노동자들은 이에 항의하여 19-20일 이틀에 걸쳐 총파업을 진행하였다.

새로운 구제 금융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2012년 2월에도 이와 유사한 규모로 파업과 시위가 펼쳐졌다. 이것은 파판드레우 사임 이후 구성된 과도 연정에 대한 대대적인 반발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극우 세력인 국민당은 연정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신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촉발하며 사회당이 지지기반으로부터 소외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5월 의회 선거에서 긴축반대를 표방한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중도우파 신민주당에 거의 근접한 득표로 제2당이 되었다. 모든 이목이 집중된 6월 17일 치러진 그리스 2차 총선에서 시리자당이 급부상했다. 그리스 신민주당이 중도좌파 사회민주당PASOK과 연정 구성했음에도 시리자당은 위기에 대한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은 이상의 파업과 투쟁을 통해 유럽연합, IMF 등의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구제 금융에 저항하면서 반독점 인민전선을 구축하고 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의 꿈을 꾸고 있다. 시리자당이 혁명적인 정당이 아니고 사회주의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보다는 자본가계급과 타협할 여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 당이 노동자계급 투쟁의 정치적 표현인 것은 맞다.

반자본주의 좌파연합인 안타르시아ANTARSYA는 규모가 더 작고 시리자당이 혁명적인 대안 계획을 내기보다 위기에 대한 개혁주의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시리자당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그리스 공산당은 사적 부문에서 그리스 노동자 계급운동 안에 중요한 조직적 힘을 갖고 있다. 그리스는 긴축정책 반대투쟁에서 승리하여 반독점 인민전선이라는 대안 구축에 성공할 것인가. 그리스를 넘어 미국과 중국을 거쳐 다가올 공황의 쓰나미 앞에서 한국 사회의 노동운동과 좌파는 그냥 괴멸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일어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