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핵발전소, 희망버스가 간다

삼척・영덕으로 떠난 탈핵 바캉스

“멈춰라 핵발전소”, “안되요 핵발전소”, “싫어요 핵쓰레기” 영덕의 중심 영덕읍. 주말이지만 여느 시골 읍내처럼 한산했다. 걸어서 15분이면 모두가 닿는 거리. 시야를 가리는 건물 하나 없는 조용한 마을에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자 주민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 14~15일, 탈핵 희망버스는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을 찾았다. 1차 희망버스는 밀양, 2차 부산 고리원전에 이은 세 번째다. 지난해 말 삼척과 영덕은 신규 원전 후보지로 선정됐다. 세부조사를 거쳐 올해 말 최종 부지가 결정난다. 전국 각지의 참가자들은 이곳 주민들과 함께 탈핵의 정신을 공유하고,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버스를 탔다.

  영덕읍내로 행진하는 3차 탈핵 희망버스 참가단

“이게 바캉스지. 집안에 있으면 안캉스지만 밖에 나왔으니 바캉스(밖캉스) 맞잖아” 한 참가자의 썰렁개그처럼 3차 탈핵희망버스의 컨셉은 ‘탈핵바캉스’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수도권과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모여든 150여명의 참가자들은 동해안 핵단지 인근에서 탈핵희망콘서트와 탈핵퍼포먼스를 벌였다. 녹색당 하승수 사무처장은 “새 원전은 이곳에서 1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들어선다”며 “이 아름다운 곳과 이 지역 사람들은 어떡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뜨겁지 않은 여론

“야 일로 와봐라. 니가 이야기 좀 해라”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철물점을 운영하는 최정원(47) 씨는 이내 동네 동생에게 바통을 넘겼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안전하다 카는데, 그것도 쉽게 못 믿습니더. 마음같아서야 청정해안과 후손들을 위해 반대하지만 선뜻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더”

주민들은 전체적으로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말도 쉽게 믿기 힘들고, 한 쪽이 맞다고 소리 높이는 사람도 크게 없다고 했다. 창문 열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흘겨보는 주민들의 모습은 지역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 했다.

  영덕 중앙네거리에서 집회중인 참가자들

바닷가 근처 식당 주민들은 반대에 입을 모았다. “저쪽 토지랑 땅 좀 있는 사람들은 좋아하고, 바다 나가거나 식당하는 사람들은 안 좋아합니다. 이 지역 살리는 게 해산물 잡아서 파는 건데 원전 생기면 끝나는 거죠” 동해바다대게를 운영하는 김정숙(51) 씨를 비롯한 상가 주민들은 행진하는 참가자들에 손을 흔들어주며 지지의 뜻을 표했다.

한편, 읍내 주민들은 찬성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김종규(45) 씨는 “지역이 낙후됐고 인구는 줄어만 간다”며 “나라가 전기가 모자라다는데 이곳에 유치해 지역 경제도 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가 태양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원전이 가격대비 성능이 더 좋다”고 답했다.

  중학생들도 행진 대열에 참가했다. 창포면 일대

반핵 넘어 탈핵으로

반핵과 탈핵은 다르다. 탈핵은 핵에너지 반대를 넘어 새로운 대안을 찾자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태양광, 태양열, 풍력 발전 등은 대안에너지의 대표적 예다. 핵에너지는 비용대비 발전효율이 좋을지 모르나, 사고가 났을 때 생태계 파괴는 피해의 범위와 수준을 가늠하기 힘들다. 서구권에서는 ‘위험사회’를 말하며, 인간이 통제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이용하자는 의식이 보편화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서둘러 ‘탈핵’으로 방향 전환하고 있다.

노진철 대구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정부가 2024년까지 13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하면 우리 나라는 세계 최고의 핵밀집지역이 된다”며 “삼척, 영덕을 핵에너지가 아닌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탈핵운동 본부장은 “이곳 주민들과 후손들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원전에 함께 싸우겠다는 마음에 희망버스를 타고 왔다”며 “대안을 함께 고민하자”고 말했다. (기사제휴=뉴스민)

  해맞이공원 탈핵퍼포먼스. 누워서 탈핵이란 글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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