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대행진이 제주 전역을 누비고 있는 와중에도 강정마을의 일상은 계속된다. 매일 오전,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에서 진행되는 미사도 그 중 하나다.
8월 1일 오전 11시에도 어김없이 건설현장 정문 앞에서는 미사가 열렸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김성환 신부가 이날 미사를 진행했다. 미사에서는 강정마을의 평화를 바라는 기도와 종교가 정치, 문화, 사회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생명 평화의 가치를 역설하고 실천해야 하는 까닭에 대한 김 신부의 강독이 이어졌다.
미사가 시작되고 얼마 후 “공사 차량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으니 미사를 중단하고 철수하라”는 경찰의 방송이 시작됐다. 경찰관계자들이 미사에 참석중인 이들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구하자 참가자들은 “미사 보는 한 시간도 기다리지 못할 만큼 공사가 급하냐”며 미사 중단을 거부했다. 방송에도 불구하고 미사가 중단되지 않자 곧 이어 경찰력이 투입, 미사에 참석중인 사람들을 강제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미사 참가자들을 끌어내는 경찰과 미사를 진행하려는 참가자들이 뒤엉켜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 곳곳에선 참가자들의 얼굴을 채증하려는 경찰과 참가자들 간의 실랑이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신부를 포함한 미사 참가자들 전원을 공사 현장 앞에서 ‘치웠다’. 경찰은 공사차량의 통행로를 확보한 이후에 곧바로 철수했다.
이 날 미사에 자리한 참가자는 “이런 일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미사가 진행되고 매일 경찰과의 마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심할 때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같은 일이 반복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 28일에는 경찰이 저항하는 미사 참가자들의 얼굴에 최루액을 직접 분사하는 일도 발생했다.
참가자들은 경찰과의 마찰이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경찰과의 잦은 마찰을 증명하듯이 참가자들은 경찰 책임자의 이름과 얼굴을 잘 알고 있었다. 경찰도 이 같은 상황이 익숙한지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참가자들을 진압했다. 참가자들은 경찰 현장 책임자인 서귀포 경찰서 경비과장을 향해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경비해야하는지 잘 생각하라”고 항의했다. “경찰이 해군의 앞잡이가 되서는 안된다”는 소리도 터져나왔다.
공사현장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용역업체 직원들과의 마찰도 비일비재하다. 용역직원들은 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미사 참가자들의 면면을 전부 촬영했다. 허가되지 않은 무차별 채증에 항의하는 미사 참가자들은 건장한 체구의 용역들이 막아섰다.
미사가 끝나고 경찰이 철수한 이후에도 강정마을 활동가들과 미사 참가자들은 지나는 차량을 향해 해군기지 반대의 깃발을 내보이며 선전활동을 계속했다. 마찬가지로 건설현장 앞에는 용역직원들과 경찰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찰과 용역업체 직원들과의 마찰, 대립은 강정마을에 매일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 됐다. 이 일상은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