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대행진의 ‘단비’는 또 있었다. 2일 오후 동진으로 결합한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조합원들이다. 쌍용차 지부는 김정우 지부장을 비롯해 12명의 조합원들이 대행진 참여를 위해 제주를 찾았다. 쌍용차 지부 조합원들은 4일까지 2박 3일간 대행진에 참여하고 4일 오후,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의 출소 환영식을 위해 서울로 돌아간다.
지난 달 출범한 SKY ACT는 쌍용과 강정과 용산의 연대행동이다. ‘노동자와 구럼비와 쫓겨나는 사람이 하늘’이라는 구호는 그대로 쌍용과 강정과 용산이 이 사회의 모순을 집약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 공간임을 대변한다.
때문에 쌍용차와 강정은 전국 어느 투쟁 현장에도 눈길을 두고 발걸음을 향하는 ‘연대의 아이콘’이 됐다. 2일 평화대행진에 참가한 쌍용차 조합원은 “이제 여간한 투쟁 현장은 다 가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정혜원 민주노총 국제국장도 “SJM과 만도에서 벌어진 일로 금속노조 전체가 정신없이 바쁘지만 개인 휴가일정을 이용해서라도 꼭 대행진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 행진중인 쌍용차 조합원 |
쌍용차 지부와 강정마을의 연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까이는 지난 7월의 SKY ACT 전국 순회 투쟁에서도 쌍용차 노동자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은 함께했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강정과 쌍용이 앞서서 선도적인 투쟁을 벌여나가야 다른 투쟁 현장들도 힘을 얻고 더 잘 싸워갈 수 있을 것”이라며 쌍용차와 강정의 연대가 더욱 확장될 것을 시사했다. 김정우 지부장은 강정 평화대행진의 100인 공동대표단에도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쌍용차 지부의 노동자들보다 먼저 대행진에 참가한 노동자들도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의 노동자들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노동자 14명은 행진 첫날부터 참여해 걷고 있다. 특히 현대차 조합원들은 안전요원을 자처해 주변 차량 통제 등 행진단 안전을 위해 배로 땀을 흘리고 있다.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와 해군 기지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섬사람들 사이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들은 의외의 소재에서 공통의 화제를 찾았다. ‘용역’이다.
▲ 차량통제 중인 현대차 조합원 |
중덕해안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에는 경찰과 용역직원들이 늘 상주하고 있다. 강정의 일상은 그 용역직원, 경찰들과의 마찰로 시작된다. 노동자들도 용역들의 폭력에 치를 떤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서 제주를 찾은 참가자는 “강정마을을 보면서 150명의 조합원을 700명의 용역직원이 둘러싸고 두들겨 패던 일이 기억났다”고 말했다. 그는 “용역 직원들이 자기 입으로 전국을 돌면서 사람들을 두들겨 팬다고 말했다”면서 강정마을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전국 모든 공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근원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이 맘 때를 달궜던 희망버스의 주인공 한진중공업의 파란 작업복도 제주에 등장했다. ‘김진숙에게 밥 주다 해고된’ 한진중공업의 해고노동자 이용대 씨다. 한진중공업의 천막 농성이 50여 일을 넘긴 바쁜 와중에도 대행진을 위해 강정마을을 찾았다. 그도 동진에 참가해 걷고 있다. 한 참가자에게 그가 한진 중공업의 해고 노동자임을 알려주자 목에 감아놓은 희망버스 손수건을 꺼내며 “작년에는 희망버스에서, 올 해는 제주에서 만나게 됐다”면서 “평범한 시민들이 이렇게 연대하면 작년에 김진숙 지도위원이 이긴 것처럼 강정마을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행진 중 쉬고있는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이용대 씨 [출처: 이용대 트위터 (@Leeyd6047)] |
대한문 쌍용자동차 분향소에는 전국 각지의 모든 투쟁하는 이들이 찾아온다. 강정마을에도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는다. 서로 힘을 보태야 하고 서로의 힘을 빌려야 하는 이들,연대가 필요한 이들이다. SKY ACT가 출범하던 날, 대한문 분향소 앞에선 강정댄스 춤판이 벌어졌고, 강정 평화대행진에는 쌍용자동차의 남색 조끼와 희망버스 손수건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