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연임...독재라도 어쩔 수 없나

“현병철 연임하는 순간 국정 장악력은 사라지는 것”

자격논란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현병철 국가 인권위원장 후보의 연임이 결정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3일 현 위원장의 연임을 재가했다. 청와대는 반면 현 위원장의 연임 재가가 떨어지기 전 날인 13일, 용산참사 구속자들의 815사면 요구를 거절했다.

청와대는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서 시간이 걸렸고 제기된 의혹도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업무수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현 위원장의 연임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인사청문회 당시 현병철 위원장

현 위원장 자격논란의 핵심에는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발언으로 표현되는 용삼참사에 대한 현 위원장의 미온적 태도가 있었다. 인권단체와 시민사회 단체들의 주장과 현 위원장의 청문회에서 밝혀진 바로는 참사 당시 현 위원장은 참사현장의 인권 침해 사례를 다루려는 인권위원들의 전원회의 안건상정을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안건상정을)막으라”거나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라는 발언도 이 당시 나온 말이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반드시 이명박 정권에게 용산학살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며 용산참사 구속자들에 대한 사면을 거절하고 현 위원장 연임을 결정한 정권을 비판했다.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용산참사 유가족 전제숙 씨

정치권도 나서서 현 위원장의 연임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통합당의 송호창 의원은 14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격이 전혀 없는 위원장을 임명해서 국민들은 우롱당한 입장”이라며 현 위원장의 연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송 의원은 “현 위원장의 국가 인권위원장 업무 수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초기부터 마지막 마칠 때까지 전혀 국민과 소통을 하지 않고 독선과 아집으로 끝까지 가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청와대의 재가 결정이 난 상태에서 법적으로 임명 철회는 어렵기 때문에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현 위원장의 범법 의혹에 대한 고발조치 등으로 현 위원장 연임 반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도 청와대의 연임결정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연임반대 긴급행동의 명숙 공동집행위원장은 14일 SBS 라디오 ‘김소원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현 위원장의 연임을 결정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국정장악력을 고려해 현 위원장의 연임을 재가했을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국민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고 국정장악력을 생각한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없으며, 그 순간 이미 국정장악력은 사라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명숙 집행위원장은 또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은신처이기 때문에 항상 약자의 편에서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3년간 이를 이루지 못했고 앞으로도 안 될 것”이라며며 현 위원장에게 인권위원장의 자격이 없으니 속히 자진사퇴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연임이 결정된 14일 아침, 명숙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연임반대 긴급행동과 인권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주변에서 현 위원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현 위원장은 이들을 피해 아침 일찍 출근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현재 현 위원장의 집무실이 있는 13층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명숙 집행위원장은 “보통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 한 것은 결국 시민단체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시민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취임사의 약속과도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비판이 두렵다면 자진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현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그동안의 지적과 질책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상 깊이 새겨 국민 여러분의 믿음과 신뢰를 더욱 돈독히 쌓아가는 밑거름으로 삼겠”다며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취임사는 또 “권력으로부터 흔들리지 않고 오직 인권 보호와 향상을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며 인권위의 독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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