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 위기에 몰린 ‘자영업 푸어’, 가계부채의 뇌관

[기사로 보는 경제](18) 2012년 대한민국, 쏟아지는 ‘푸어족’

‘하우스푸어’가 회자 된지 2년이 된 지금, 각종 ‘푸어족’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유명 인터넷 논객이 ‘자영업푸어’라는 말을 거론하더니, 곧이어 각종 언론에서 ‘에듀푸어’라는 말들을 쏟아내더군요. 말 그대로 교육비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빚으로 버티는 ‘푸어족’이랍니다. 수년 전부터 전세값 상승으로 고통 받는 ‘렌트푸어’는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러다 연금을 내지 못해 빚을 지는 ‘연금푸어’, 보험비를 내지 못해 빚을 지는 ‘슈어푸어’(슈어런스:보험)마저 등장하는 게 아닐 런지 정말 황당하군요. 도대체 2012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은 빚 없이 하루라도 살 수 없게 된 건가요?

3중의 위기에 몰린 ‘자영업푸어’, 곧 폭발할 가계부채의 뇌관이다

이들 중 ‘자영업푸어’만큼은 진짜 곧 닥칠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소득, 지출, 자산 세 측면에서 3중의 위기가 중첩되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내수부진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려왔던 건데, 최근엔 성장률지표로 봐도 그렇고 2012년부터 전반적으로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어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더욱 감소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지난해 소상공인 월평균 순이익을 조사한 자료인데, 100만 원 이하의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 30%이고, 심지어 적자 상태 비율이 27%나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고정비용으로 들어가는 원재료 값이나 임대비용은 계속 뛰고 있어서 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대표적인 몇몇 수입 기초농산물의 가격만 봐도 최근 몇 년간의 상승추세는 2배를 넘습니다. 게다가 임대료도 계속 상승하여 2년간 수도권 주요 상권의 경우 평균 50%정도 상승하였습니다.



이렇게 지출 압박은 높아지고 있는데 소득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도 신규자영업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죠.

하지만 폐업하면서 기존자영업들이 그만 두는 경우도 많아 전체 자영업자 수는 소폭 줄었습니다. 즉 신규창업도 많이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심해 다시 폐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것이죠. 이들은 다시 업종이 다른 영세 자영업으로 뛰어들거나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를 찾게 됩니다.

근데 한 가지 또 다른 문제는 사업자금 대출을 위해 맡긴 담보물의 자산가치는 끝모르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번 말씀드린 ‘하우스푸어’의 경우와 동일한 경우입니다. ‘하우스푸어’이면서 동시에 ‘자영업푸어’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보유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위해 대출받은 경우인데, 흔히 실직이나 퇴직 후 창업에 뛰어든 40대, 50대 세대들이 여기에 많이 해당합니다. 퇴직금과 담보대출금을 합쳐, 프랜차이즈 점과 같은 가게를 내거나, 일하던 직종과 연계된 조그만 도소매업을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하라는 압력을 받게 되지만 매출 부진으로 소득이 감소하여 그럴 여력이 없는데다가, 자산을 처분하여 갚고 싶어도 거래가 없어서 처분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거죠. 아예 폐업을 하여 빚을 정리할 수 있지만 그러면 소득의 원천이 없어지는 것이기에 곧장 ‘신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더 영세한 형태의 다른 자영업을 다시 하게 되게 되거나 저임금 직종에 재취업을 기다리는 상태로 떨어집니다.

아래 그림은 개인사업자들을 위한 ‘소호(SOHO 소규모 개인사업자)대출’의 최근 5년간 추이를 보여주는 것으로써 5대 시중은행 자료입니다. 2012년 현재, 은행권 전체 대출 규모는 164조 8000억 원 가량 됩니다. 보시다 시피 가계부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자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축소하고 자영업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보시다시피 2010년부터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소호대출’의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게 있는데 바로 가계부채 911조 6000억 원 중에서 사업자금으로 쓰이는 부분입니다. 자영업자들이 사업자금을 끌어다 쓰기 위해 가계대출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가 200조가 될지, 300조가 될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일단 매출이 떨어진다고 당장 폐업하지 않고 다른 빚을 내서 지출비용을 메우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한계 상황에 이르면 연체가 시작되고 결국 사업을 정리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자영업자들의 연체는 다른 연체와 달리 심각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막을 수 있는 만큼 막았으나 더 이상 솟아날 구멍이 없는 한계상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체 가계부채 규모에서 자영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를 추정해야 ‘자영업푸어’의 위기가 제대로 보일 수 있습니다. 먼저 가계의 부도가능성을 살펴보는 지표로 수입과 지출의 차인 ‘가계마진’과 ‘순자산’이 있습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입니다. 때문에 가계마진과 순자산이 모두 마이너스라는 것은 부동산 등의 보유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모두 갚지 못한다는 걸 의미입니다.

현재 금융부채를 보유한 984만 가구의 부채 813조5000억 원을 가계마진과 순자산으로 분류하면, 두 가지가 모두 마이너스인 가구는 31만 가구로 추정됩니다. 이들의 추정 부채액은 35조5000억 원에 이르는데, 가구당 1억 1000만 원 가량 됩니다. 여기서 연령대로 분류하면 40, 50대가 71.9%인 25조5200억 원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직업별로 분류해보면 당장 부도가능성에 몰린 자영업자의 부채가 14조8400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참고 : LG경제연구원) 그리고 앞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될수록 부도날 부채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고용의 악화와 잘못된 정부의 자영업 대책이 ‘자영업푸어’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왜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지 따져 봐야 하겠습니다. 왜 무리하게 빚을 내서 사업을 벌이려고 하는 걸까요? 만약 호황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야 개인적 욕망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장기간에 걸친 내수불황으로 자영업의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건 누구나 피부로 느낄 만큼 알고 있는데 말이죠. 개인적인 사업능력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들이 있음을 살펴봐야겠습니다.

현재 자영업으로 뛰어들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처음부터 창업의 뜻을 갖고 뛰어든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 대부분 실직과 퇴직 이후의 생계를 꾸리기 위한 준비 안 된 급조한 창업이 대부분입니다.


위 표에서 창업기간이 짧은 ‘숙박 음식업’, ‘소매업’, ‘수리 개인서비스업’ 분야가 가장 자영업자들이 과잉된 직종입니다. 이처럼 특정 업종에 몰리다 보니 당연히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적은 파이를 계속 나눠먹게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거죠. 이들이 이전에 했었던 업무에서 익힌 이점들을 고스란히 버린 채 전혀 엉뚱한 사업에 뛰어드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역량을 낭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직이나 퇴직 후 재취업을 하기 힘든 노동현실이 이들을 자영업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기존 시스템과 인지도를 갖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나 설비투자가 많이 들지 않는 도소매업 요식업 운송 서비스업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여기에 정부 정책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수년째 제기되어 온 자영업문제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은 프랜차이즈 육성이었고 여기에 ‘올인’하다시피 했습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청년 실업자 등을 자영업 부문으로 흡수하기에 급급하다보니 프랜차이즈 지원에 ‘올인’했고 그 결과 과당경쟁에 따른 실패 사례가 쏟아지게 된 것입니다.

실제 2009년 9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당시 정부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조직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가맹점 1000개 이상의 대형 프랜차이즈를 10개 수준에서 2012년까지 100개로 늘리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이는 자영업자 과잉으로 연결되었는데요. 그 결과 2010년 기준 프랜차이즈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업종은 치킨(74.8%)과 피자(66.6%)였고, 현재 과잉경쟁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종입니다.

이런 와중에 개별 자영업자는 어려워지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만 정부 지원을 업고 급성장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현재 등록된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수만 2700여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부의 자영업 지원정책으로 결국 프랜차이즈 회사만 살찌우는 결과만 낳은 것입니다.

이제까지 설명한 ‘자영업푸어’의 순환고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도에 몰린 ‘자영업푸어’를 위한 긴급 대책,
재취업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재 가계부채의 가장 심각한 뇌관을 잘 설명하는 문구로 ‘파리만 날리는 동네 치킨집 50대 사장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낮은 매출, 편중된 영세 업종, 고연령층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하우스푸어’처럼 이들에게 뭔가 해법을 제시할 만한 것이 딱히 없습니다. ‘하우스푸어’의 경우 얼마 전 우리은행에서 발표한 대책처럼 집과 대출금을 맞바꾸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자영업푸어’는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사업대출이 많아서 원금 자체를 탕감하지 않는 이상 갚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사업체를 정리해도 남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 다시 뭔가를 해야만 하지만 소득의 원천이 없어지는 터라 대출상환은 더욱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대출금리를 낮추고 채무 만기를 연장해주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원금 자체를 갚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개인파산 및 회생제도를 확대하고,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초점을 창업 유도가 아닌 ‘재취업 확대’ 쪽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창업 장려니 프랜차이즈 육성이니 뭐니 하면서 고용지표를 관리하려는 안일한 발상에서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과잉된 자영업 비중을 줄여나가려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기술혁신과 전혀 관계없는 분야에서 쉴 새 없는 창업과 폐업이 반복된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자영업 가계의 역량을 갉아 먹는 일이며 그 후과는 고스란히 개인부채와 은행부실로 남게 됩니다.

현재 상황은 일면적인 일자리대책이나 경기부양책으로 ‘자영업푸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의 다른 부분과 연결되어 있고 구조적인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간을 벌 수 있는 정책들은 존재합니다. 때문에 퇴직, 실직, 실업으로 인한 이들에게 안정적인 노동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창업지원금 대신 더욱 적극적인 고용기금이 필요한 것이죠. 한발 더 아나가 신자유주의 흐름과 정면 배치되는 국영기업 활성화 프로젝트 같은 걸 상상해 봅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항상 국영기업의 비효율성을 지적하지만, 현재 자영업부문에서 2년 이상 버티는 자영업자가 50%도 안 되는 현실이 더 비효율적인 상황이 아닌가 따져 묻고 싶습니다.

‘4대강 사업’도 정부주도의 국가적 프로젝트였는데, 고용안정을 위한 정부주도의 국가적 프로젝트는 왜 안 되는 것입니까? 창의적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창업만이 21C의 살길이라고 하면서 왜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을 늘리는데 역량을 낭비 하냐는 말입니다. 4대강 사업에 투여하는 20조의 돈이면 산술적으로 봐도 당장 부도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의 15조보다도 큽니다. 이 돈을 5년 동안 자영업자들의 재취업을 위한 고용정책으로 전환했으면 적어도 당장 폭발할 가계부채의 뇌관만은 막았으리라 보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이제 ‘시장활성화’라는 이념적 틀을 버리고 노동과 고용의 관점으로 ‘자영업푸어‘의 대책을 당장 강구해야할 급박한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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