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신·구당권파 자기희생적 애정공세로 가슴앓이

[기자의 눈] 당파괴자 규정하고도 제명 용서... 한쪽은 제명 자처

남자 4호 구씨는 최근 여자 4호 신씨의 변심에 가슴앓이 중이다. 여자 4호는 남자 4호의 첫인상이 좋았다. 둘이 합치면 함께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주 만나보니 남자 4호에겐 손찌검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자 4호는 남자 4호에게 머리채를 잡혀 목 디스크 수술을 받기도 했다. 남자 4호는 힘이 장사다.

남자 4호는 통큰단결을 좋아한다. 하지만 여자 4호가 둘 사이 일을 먼저 기자들에게 알리는데 진절머리가 났다. 남자 4호가 보기에, 여자 4호는 큰일도 아닌데 자신을 부정한 사람으로 몰아세우고, 배려 없이 자기 맘대로 일을 진행한다고 떠들고 다닌다.

여자 4호는 더는 국회 애정촌 213호에서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여자 4호가 남자 4호을 떠나려는 이유는 견디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여자 4호는 자신이 남자 4호 곁에 있으면 자신도 망치고, 남자 4호도 망칠까봐 스스로 애정촌 규율을 어겨 징계를 받겠다고 결심했다.

남자 4호는 여자 4호를 애정촌 파괴자라고 비난하면서도 모든 걸 눈감고 애정촌에 잡아두려고 한다. 남자 4호는 여자 4호가 떠날 수 없다며 애정촌 규약도 바꿨다. 그러자 여자 4호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놔달라고 단식을 하고, 스스로 애정촌 제명이라는 가혹한 형별을 내리려 하고 있다.


[출처: 자료사진]

애정의 결과물 남기기 위해 치밀한 작전까지 동원

남자 4호는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여자 4호는 신당권파다. 지금 둘은 싸우고 헤어지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서로에게 용서와 배려, 자기형벌을 통한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를 당파괴자라고 규정했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의원은 6일 기자회견에서 “혁신모임(신당권파)은 분당시도, ‘셀프 제명’의 자작극이 아니라 진보원칙, 통큰단결로 돌아오라”고 호소하고, ‘셀프 제명’ 의총 개최는 명백한 분열 행각이자 진보에 대한 배신이며, 정치적 자해 행위”라고 비난했다.

그래도 마음이 넓은 구당권파는 신당권파의 당 파괴 분열 행각을 눈감고 당에 남아 있도록 제도적인 조치를 시도했다. 당을 파괴하고 혼란에 빠트린 의원들이 맘 편히 당에 남을 수 있도록 당규 개정을 시도한 것이다. 구당권파의 자기모순적 배려와 이해심은 진보정당답게 통큰단결의 힘에서 나왔다.

반면 신당권파는 구당권파의 배려와 이해심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미안했다. 자신들이 당에 남게 되면 자신도 망가지고 당을 파괴하고 구당권파에게 누를 끼칠까 염려됐다. 그래서 스스로 출당이라는 무거운 형벌을 내리려 하고 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당을 사랑하지 않아 사퇴를 거부한 것을 본 신당권파는 자신도 자기희생적 책임을 지겠다며 최고 징계인 제명 처분을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둘의 애정공세 뒤엔 갈라서고 난 후 어느 쪽이 더 많은 재산을 가질 것인가란 재산분할 문제가 맞물려 있다. 의원 숫자가 많아야 국고 보조금 액수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애정공세 ‘밀당’ 폭발

둘 사이 밀당(밀고 당기기)은 지난 6일 오후 폭발했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가 당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호소가 통하지 않자 구당권파 단독으로 6일 저녁 8시 30분 중앙위원회를 열고, 신당권파 비례 의원들을 제도적으로 편히 남아 있도록 당규를 개정했다.

원내대표 선출은 전자회의나 전자투표 방식으로 선출할 수 없게 했다. 소속 국회의원 제명도 소속의원 과반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바꿨다.

신당권파는 그런 구애작전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정을 실현하기 위해 구당권파 중앙위 개최 전에 당기위원회를 열고 자파 의원들을 스스로 제명했다.

4명의 의원은 7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국민이 원하는 진보정치를 펼치기 위해 분명한 소신에 근거하여 스스로 제명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당권파는 구당권파가 더는 자기 모순적 애정공세를 하지 못하도록 긴급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애정전선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강기갑 당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7일 오후 2시 국회본청 213호에서 의원 제명 단일안건으로 의원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현재로선 구당권파의 애정공세를 한발 앞서 차단한 신당권파의 자기희생적 제명이 법적 효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구당권파의 중앙위 자체가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남자 4호와 여자 4호는 누구와 도시락을 먹을지 확실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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