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사회당계 지도부에 대해 이런 의문의 눈초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 19일 변혁모임과 진보신당 대표단 간담회를 전후한 시점이다. 또한 23일 김순자 지부장의 대선출마 기자회견 번복 해프닝은 이런 의구심을 확증 단계로 만든 변곡점이 됐다.
진보신당은 애초 변혁모임과의 공동대응을 위한 기본 전제로 대선후보 선출방식은 대중적인 방식으로 하며, 후보등록방식은 가설정당으로 등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진보신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선출방식을 합의추대가 아닌 대중적인 선출방식으로 하자는 것은 변혁모임의 공동대응 회의에 참가하기 위한 전제였고, 가설정당은 회의에 참가해 우리가 얻어낼 목표였다”며 “하지만 목표는 목표일 뿐 공동대응을 위한 전제는 아니었다”고 대표단 회의 결론에 대해 설명했다.
가설정당이 대선 공조의 전제가 아닌 목표라고 한 이유는 내부 검토 결과 가설정당 등록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어서 반드시 전제가 되는 목표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목표를 두고 구 사회당계 지도부가 사실상 전제로 해석하고 협상에 임하면서 공동대응 논의가 좌초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변혁모임과 진보신당 대표단 일각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금민 위원장은 가설정당 문제는 자신이 양보를 했지만, 변혁모임에서 후보선출방식에 동의해주지 않아 공동대응이 무산됐다고 반박했다. 반면 진보신당 몇몇 대표단과 변혁모임은 후보선출방식은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룬 상황에서 부차적인 선출 기술상 문제만 남았고, 중요한 무산 이유는 가설정당이었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몇몇 대표단과 변혁모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진보신당 대표단과 변혁모임 소집권자들은 19일 점심때 간담회를 열었고 분위기가 좋았다. 이에 따라 변혁모임은 22일 오전까지 가설정당 문제는 진보신당의 전제가 아닌 목표로 보고, 대중적 선출방식이라는 전제만 잘 합의하면 대선 공동대응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22일 오후 진보신당 대표단회의에서 안효상 공동대표가 독자대응도 준비하자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공동대응 기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다른 대표단들은 독자대응에 대부분 찬성하지 않았지만 안효상 공동대표는 전국위에서 대표의 권한으로 기존 대선대응 기조를 변경하는 안건을 단독 발의하겠다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이때부터 진보신당 대선 단독대응 논란은 공개 토론장으로 나왔다.
▲ 지난 7월 19일 진보신당 신당사 개소식에서 금민 대선 특별위 위원장(왼쪽 두 번째)과 안효상 공동대표(오른쪽 첫 번째)가 웃고 있다. |
“구 사회당계 지도부가 가설정당 통한 등록 처음 주장”
진보신당 한 핵심관계자는 “애초 가설정당을 처음 주장한 사람도 금민 위원장과 안효상 공동대표였다”며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두 사람의 행보는 독자완주 계획을 계속 밀어붙이는 과정이었다. 두 사람이 뜬금없이 가설정당을 주장하고, 여기에 대표단이 끌려다닌 꼴이 됐다. 특히 홍세화 공동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얘기하면서 안효상 공동대표가 거의 대표단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특히 안효상 공동대표가 19일 대표단회의에서 독자대응을 얘기하면서 대의원대회에서 모으기로 결의한 대선 비용 10억 중 절반 정도를 자신이 외부에서 구해 올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다른 논란도 낳고 있다. 독자대응 논의에 수면위에 드러나지 않은 구 사회당계 비공개 의견그룹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대표단 회의에서 잘 합의가 되도 이해할 수없는 이유로 안효상 대표가 번복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는 구 사회당계 비공개 의견그룹이 존재해 논의사항을 뒤집기 때문”이라며 “실제 사회당계 당원 중 한 중견 사업가가 금민. 안효상 대표와 함께 주요 당직자를 만나 대선에 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평당원이 대선 특별위원장, 공동대표와 함께 주요사안을 협상하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논의 틀이 있다는 반증이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에선 준 돈을 가져와 무리하게 대선을 치루는 것이야말로 대중정당으로선 해서는 안되는 대선 대응방침”이라며 “이는 당 조직을 최대한 활성화시켜 선거를 하는 게 아닌 방식으로 보수정당의 보스정치 행태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비공개 의견그룹의 존재는 구 사회당계 지도부가 분파를 만들고 보스정치 스타일로 당을 좌지우지 한다는 비난과 맞닿아 있다.
구 사회당계 지도부 속사정을 잘 아는 다른 진보신당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금민 위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지만, 당론이 사회연대후보로 결정되면서 본인이 출마할 의사를 접었다”며 “최근 김순자 지부장 출마 논란도 금민 위원장 등 구 사회당 시절 상층 지도그룹이 당을 오랫동안 운영해 왔던 제왕적 위치로 당을 좌지우지 했던 관성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엔 금민 위원장 등의 이해가 안 되는 행보의 이유를 몰랐다”며 “김순자 후보 해프닝으로 진보신당 내부가 갈라지고 좌파연대도 다 깨지고, 독자완주로 지지율도 뻔해 추진할 이유가 한 가지도 없는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기존에 자기가 주도해왔던 방식대로 당을 주도하려는 의지에 다름이 아니다.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와 비슷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금민 위원장은 대선 기획단 회의나 변혁모임 회의에서 가설정당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닌데도 당론으로 그게 안 되면 의견이 묵살되는 구도로 몰아갔다”며 “가설정당도 처음엔 구 사회당계 지도부가 아이디어 수준에서 얘기를 한 것이다. 가설정당 방식은 이루기가 어렵다는 당 내부 보고서도 이미 나왔지만, 그런 의견을 묵살하고 마치 변혁모임이 가설정당에 대해서 안 받아서 못하는 프레임을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이들은 이번 공동대응 무산 이유를 다른 좌파단체가 깽판을 치고, 진보신당 안을 하나도 안 받고 양보만하라고 했다는 기조로 유통시키고 다닌다”며 “모두 거짓말이다. 다른 단체의 일방적인 주장 때문이 아니라 진보신당 대표단의 정치적 미숙함과 구 사회당계 상층의 보스정치가 핵심문제”라고 덧붙였다.
금민, “독자대응 안 사회당의 오래된 전통”...분파정치 반박
“변혁모임이 경선제안 받아들이지 않아 공조 무산”
반면 금민 위원장은 자신과 안효상 대표에 대한 비난을 두고 “협상위원장이 저라서 그러는 모양인데 저는 마지막에 시간이 없으니 후보선출로 경선만 가능하게 하고, 가설정당은 재논의 하자고 양보하기도 했다”며 “최종적으로 변혁모임이 후보 경선 방식을 받아들이지않아 무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민 위원장은 “원래 우리는 좌파정당 건설과 대선투쟁 연동이 방침이었지만 제가 기획단 마지막 회의에서 그 부분을 양보해 변혁모임과 만날 수 있었다”며 “제가 김순자 지부장을 추대하고 무소속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저를 지나치게 과대평가 하거나 진보신당 내부구조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구 사회당계 지도부 논란을 두고는 “구 사회당계가 따로 존재하는지는 별개지만, 옛날부터 사회당 입장은 공조건 독자건 대선대응은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독자대응 안을 내겠다고 한 것은 통과에 관계없이 대선을 해야 한다는 사회당의 오래된 전통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저를 분파주의라 말씀하시는 분들이 전부 분파적으로 굴었다. 협상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중앙당에 성실하게 속기록과 보고서로 다 보고했다”며 “전국위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제 특유의 깐깐한 말버릇 외에, 협상의 기본적인 과정을 너무 많이 양보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지, 협상을 깨려고 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대선 독자대응 추진 논란을 두고는 “독자대응이 전국위에서 통과되고 안 되고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안효상 대표의 윤리적 태도를 보여준 것 뿐”이라며 “안효상 대표가 독자대응이라도 대선을 하겠다고 하면 책임지고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사회당 역사를 같이 한 분들의 윤리적인 태도다. 처음부터 독자대응을 할 생각이었으면 굳이 이런 복잡한 짓을 왜 하겠느냐”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반박했다.
공동대응이 공식적으로 무산된 상황에서 남은 문제는 대선 대응을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만 남았기 때문에 독자대응 안을 냈다는 것이다.
금민 위원장은 공동대응 무산의 책임을 두고는 변혁모임 측이 너무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구체적인 후보선출방식을 공동대응 기구에서 논의하자고 했다는데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금민 위원장은 “대표단에도 협상종료를 고려해달라고 했다. 너무 협상을 오래 끌어서 대선 내부 동력을 너무 잃어버리고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것이 잘못”이라며 “변혁모임 측은 우리 입장에 대해 모두 열려 있다고 했지만, 8월이나 9월이면 몰라도 지금은 빨리 결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변혁모임은 공동대응 기구안에서 후보 선출방식을 최종 논의하자고 했지만 대응기구를 만들 수 있는냐는 형식적 문제”라며 “이미 매일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안을 가지고 결단하는 게 중요했다. 결국 마지막 핵심문제는 후보 선출방식의 문제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27일 전국위 논의 방향을 두고도 “분명한 것은 대선 공조는 더 이상 논의가 안 되는 상황이며 현재 진보신당이 독자로 대선을 하겠다는 결의가 없는 한 대선 공조도 없다. 그런 상황이다”며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는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책임을 지셔야한다. 최악엔 대선방침 자체가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민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변혁 모임의 한 관계자는 “후보 경선을 포함한 대중적 선출방식이라는 큰 틀에서 합의는 이뤄졌고, 구체적 방식을 충분히 더 검토해 보기로 했다”며 “오히려 변혁모임은 진보신당에 가설정당에 대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보신당이 가설정당을 포기할 수 있다고 하고, 후보선출 문제만 결론을 내자고 했으면 합의가 됐을 것이다. 결국 가설정당에 때문에 합의가 안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