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오늘’ 17년 만에 첫 파업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놓고 노사 격돌

미디어 비평 전문지인 ‘미디어 오늘’이 창간 17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잦은 편집국장 교체에 따른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놓고 빚어진 노사 간 대립의 결과다. 언론노조미디어오늘 분회는 지난 26일, 긴급 총회를 열고 29일 오전 9시부로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미디어 오늘 사측은 외부 인사를 편집국장으로 임명했다. 노조는 이에 “편집국장 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편집국장 교체 시 임명동의제를 원칙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은 25일 노사 협의회에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논의하자면서도 임명동의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처: 미디어 오늘 파업특보 1호]
이완기 미디어 오늘 사장은 편집국원과 간담회에서 ‘임명동의제는 우리 같이 작은 조직에는 맞지 않다’, ‘민주주의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이익보다 폐해가 많다’, ‘자신의 인사권한이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임명동의제 도입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 오늘 분회의 정철운 홍보국장은 <참세상>과 통화에서 “지난 17년간 편집국장 임기 2년을 모두 채운 이가 단 한 명뿐이고, 이완기 사장 취임 이후 4년간은 4번의 편집국장 교체가 있었다”며 “이 정도의 잦은 교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고, 임명동의제는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고 밝혔다.

미디어 오늘의 최대주주인 언론노조는 “편집국장을 구성원의 직접투표로 선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의 언론사에서 임명동의제와 그에 준하는 수준의 편집국장 선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언론노조가 대주주로 있는 언론사에서 편집국장 선출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철운 홍보국장은 “우리의 요구는 파업까지 갈만한 사안이 아닌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현재 사측이 보이고 있는 극단적인 태도가 파업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완기 사장은 노사 협의회 자리에서 “파업을 해보려면 하라”는 발언으로 노사 갈등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29일 파업 출정식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조사를 나왔다. 사측의 신고로 고용노동부가 파업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한 것이다. 근로감독관은 “사측의 신고를 받고 파업현장을 조사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가 발송한 보도자료를 보고 고용노동부가 감독관을 파견한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 오늘 분회는 “파업하는 노조를 형사처분 하겠다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 오늘 분회는 “우리의 요구는 오직 임명동의제 관철”이라고 밝혔다. 편집권 독립과 민주적인 언론문화를 위한 단초로 임명동의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철운 홍보국장은 “이완기 사장 퇴진이나 기타의 노사갈등을 쟁점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파업의 모든 역량을 임명동의제 쟁취로 모아가겠다는 것이다. 미디어 오늘 분회는 임명동의제의 필요와 미디어 오늘의 현 상황을 알리는 여론전을 중심으로 파업투쟁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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