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정부 ‘집회시위 금지’, 반정부 시위 고조시켜

시위대, 민주정부 구성, 일자리, 경찰폭력 종식 요구

최근 바레인 정부의 모든 집회와 시위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2일 수도 마나마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다시 일어나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3일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수도 마나마에서는 2일 약 3백 명이 하마드 국왕과 미국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애초 시위에는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도 참여하며 충돌 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헬멧을 쓴 전투경찰이 경고 없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쏘고 해산을 시도하자 여성과 어린이들은 허둥지둥 달아났고 청년들은 돌을 던지며 맞서 시위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 시가전으로 변했다.

[출처: http://de.euronews.com/2012/11/02/gewalt-in-bahrain/ 화면캡처]

시위대는 왕정에 반대하며 선거로 선출된 정부, 보다 많은 일자리, 차별 금지와 경찰 폭력종식을 요구하고 있다.

바레인에서는 튀니지와 이집트 민중봉기에 이어 2011년 2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4일 정치인, 인권활동가와 의사 등 20명의 반정부 시위를 벌인 이들이 종신형에 처하며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시위는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으며 지난 수 주 동안에만 해도 시위대에 발포한 경찰의 총탄 때문에 2명이 사망했고 경찰 한명도 시위대의 사제폭탄에 사망했다.

특히 9월 28일 17세의 한 청소년이 수도 마나마 남서부 사다드에서 경찰이 쏜 총에 사망하자 긴장은 더욱 격화됐다. 당시 내무부 장관은 사망 원인에 대해 경찰에 대한 테러공격 때문이라고 밝혀 공분을 키웠다.

시위가 거침없이 확산되자 바레인정부는 국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유로 지난 30일 모든 시위와 집회를 금지했다. 금지령은 특히 다수의 반정부 집회를 조직해온 가장 큰 시아파 정치 집단 알-베팍을 겨냥한다고 <알자지라>는 30일 보도했다.

정부의 시위 금지는 오히려 청년 활동가들 사이의 위험과 좌절을 높이고 정권의 폭력에 맞선 물리적 대응을 격화시킬 것이라고 평가된다.

2011년 2월부터 지금까지 시위 중 최소 70명이 희생됐고 천명 이상이 수감됐다. 이슬람 시아파가 다수인 바레인은 수니파 왕조가 지배하며 미국의 제5 함대 전함을 유치하는 등 친미, 친 사우디아라비아 정책을 펴왔다.

염창근 평화바닥 활동가는 “처음 시위가 벌어진 후 바레인정부는 이집트와는 다르게 내각 사퇴, 선거제도 도입 등 시위대의 요구를 빠르게 수용하며 정치개혁을 약속했지만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위대를 진압하며 시위가 중단돼 애초 불씨가 남아 있었다”고 최근 다시 고조된 시위의 맥락을 짚었다.

지난해 3월 중순 바레인정권은 수도 마나마 도심 진주광장을 중심으로 시위를 벌였던 이들을 탱크와 최루탄으로 진압한 바 있다. 이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웃 국가인 바레인의 안정을 지킨다는 이유로 1천 명의 군대를 바레인에 투입하고 시위대 진압에 가담했다. 아랍연맹도 경찰 5백 명을 보냈으며, 카타르정권도 경찰을 파견했다.

염창근 활동가는 “왕정의 억압뿐 아니라 바레인을 식민지처럼 생각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개입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앞으로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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